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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로 가면 갈등만 증폭 … 정부 주도 플랜B 마련해야

중앙선데이 2015.04.05 00:36 421호 6면 지면보기
노동시장 구조 개선을 위한 노사정(勞使政) 대타협이 결렬 위기에 놓였다. 지난달 31일 합의 시한을 넘긴 이후에도 이어져 온 노사정 대화는 3일 오후 4시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이 불참을 선언하면서 사실상 멈췄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주말에도 논의를 지속해 최대한 이른 시일 내 결과를 도출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전망이 밝지 않다. 협상이 결렬되면 정규직·비정규직이라는 노동시장 이중구조, 청년층 고용난 같은 우리 사회의 문제는 해법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게 된다. 대타협을 위해 노사정은 각각 어떤 노력을 해야 할 것인가. 결렬될 경우 대안은 무엇일까. 노동 전문가인 조준모(53)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와 이장원(52)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에게 해법을 들어봤다. 김종윤 중앙SUNDAY 경제산업에디터가 사회를 맡았다.

[전문가 긴급 좌담] 결렬 위기 맞은 노사정 대타협

-노사정 타협이 공전을 거듭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조준모=지난해 12월 23일 노사정은 노동시장 구조개선과 방향에 대한 두 가지 원칙에 동의했다. 하나는 현세대와 미래세대를 아우르는 공동체적 시각에서 노동시장 원칙을 만든다는 것이었다. 청년 일자리에 대한 걱정을 담은 것이다. 또 하나는 노동시장 구성에 대한 책무성을 바탕으로 향후 노동시장 구조개선에 나선다는 것이었다. 총론은 미사여구로 만들었지만 이를 어떻게 구현할지 각론으로 들어가자 노사가 진영 논리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이장원=노동시장 구조개혁이 절대 목표인데 마치 합의 자체가 목표인 양 변질됐다. 대명제가 설정됐으면 합의(consensus)가 아니라 동의(agree)를 끌어내는 방식으로 갔어야 했다. 합의 국면으로 가다 보니 합의할 수 있는 것, 없는 것으로 얘기가 진행됐고 협상이 교착에 빠졌다. 청년들이 중소기업에 안 가려 하는 건 한마디로 150만원짜리 월급쟁이로 출발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 임금 격차를 줄이는 임금 체계 유연화가 마지막 쟁점으로 남았어야 하는데 지금은 10여 년째 한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고용유연화만 쟁점으로 남았다.

5대 불가사항 막판 들고 나온 건 문제
-구체적으로 따져 보자. 노사정 각각엔 어떤 문제가 있나.
 ▶조=일단 노조 대표단의 리더십이 부족하다. 조합원을 설득할 수 있는 리더십이 있어야 타협 과정에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다. 네덜란드 대타협에서 발휘됐던 노조 위원장의 리더십을 한국노총에 기대하기 어렵다. 경영계의 대표성도 문제가 있다. 이중 노동시장 문제는 대기업의 인력운영 경직성을 완화하고 2차 노동시장이나 신규 청년들의 고용을 흡수해야 풀린다. 대기업 부문만 대표성을 가져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독일·네덜란드·덴마크·아일랜드처럼 대타협에 성공한 국가들은 각 부문의 강한 리더십과 함께 공익위원을 중심으로 한 정부의 추진력이 있었다. 이번 대타협의 경우 어려운 점이 있다. 국회 입법이 필요한 부분은 국회를 통과해야 하는데 우리의 경우 국회 통과를 용이하게 하기 위해 대타협이란 수순을 밟고 있다.
 ▶이=노조의 경우 리더십은 물론 대화에 임하는 방식에도 문제가 있다. 협상 종료 시한 막판에 5대 불가 사항을 들고 나왔다. 이 정도의 입장과 원칙이라면 협상 시작 단계에서 제시했어야 했다. 사측도 리더십 발휘가 부족했다. 정년 연장으로 커진 부담을 줄이려면 임금직무의 유연성 쪽에 초점을 맞췄어야 했다. 그런데 사측은 모든 숙원 사항을 다 들고 나왔다. 사측 스스로 정년 연장에 따른 부담이 절실한 것인지 설명을 제대로 못했다. 정부는 욕심이 지나쳤다. 노사가 서로 타협하고 논의하기도 벅찬데 최저임금 인상 같은 의제를 계속 추가했다. 그러다 보니 노사 양측이 타결 국면에서 얻을 전리품이 부족해졌다.

 -‘고용 유연성’에 대한 노사의 입장 차가 큰 것 같다.
 ▶이=우리 사회는 해고라는 단어에 경기를 일으킨다. 그러나 저성과자에게 고성과자와 같은 임금을 주면서 60세까지 같이 가라고 하는 건 맞지 않다. 해고가 아니면 저성과자에게 맞는 임금 체계를 만드는 차선책도 있다. 정년 연장이 기업에 준 충격이 큰 것은 사실이다. 과거 정년이 57~58세였을 때도 실제 체감 정년은 53세쯤이었다. 법으로 정년을 60세로 정하면서 근무기간을 2~3년 늘린 게 아니라 7년을 늘린 것이다. 노조 입장에서는 해고 요건을 완화해 주면 기업에 (종업원 자르라는) 칼자루를 준 것이라고 받아들인다. 아쉬운 점은 정년 연장 시대의 해법을 찾는 중인데 해고 유연화가 쟁점이 됐다는 점이다. 방법론적으로 맞지 않는 도구를 썼다.
 ▶조=해고 유연성은 프로파간다의 실패다. 이 이슈는 대기업 인력운영의 경직성을 해소하자는 게 핵심이다. 그런 가운데 임금 유연성, 배치전환 등을 통해 오히려 해고를 억제하고 퇴로를 건강하게 열어줄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해고는 살인’이라는 구호만 남았다. 학계의 지원도 부족했다. 그간 노동의 기본권 등은 연구가 많이 돼 있었지만 고용 유연성의 효과, 외국 사례 등에 대해서는 설득력 있는 연구가 부족했다. 노동기본권과 고용유연성 연구가 균형 있게 이뤄졌다면 공익위원들이 학계의 지지를 받으며 설득력 있는 논리를 전개할 수 있었을 것이다. 아쉬운 대목이다.

조직 이익과 공익 사이 균형 잃지 말아야
-이번 협상을 두고 일각에서는 독일의 노동 개혁에 비유해 ‘한국판 하르츠 법안’의 탄생을 기대해왔다. 대표성 부족, 협상력 부족으로 물 건너가는 건가.(※2003년 페터 하르츠 폴크스바겐 인사담당 이사는 고강도 노동시장 개혁안을 만들었다. 독일 사민당 슈뢰더 총리의 부탁을 받고서였다. 하르츠 개혁으로 노조의 불만을 초래한 슈뢰더는 그 다음 선거에서 패배했지만 독일은 저성장과 고실업이라는 고질병을 고칠 수 있었다.)
 ▶이=중요한 것은 노조의 대표성보다 리더십이다. 대타협을 한 독일이나 아일랜드의 노조도 우리만큼은 심각하지 않지만 대표성의 문제가 있었다. 그러나 자기 조직의 이익과 공익 사이에서 균형감을 잃지 않았기에 대타협이 가능했다.
 ▶조=하르츠 법안도 본격 논의는 3~4개월가량 걸렸지만 공익위원들을 중심으로 5년가량 준비 과정이 있었다. 우리의 경우 논의를 처음 시작한 단계부터 ‘빅 픽처’가 없었다. 협상 주체들이 자기 주장만 쏟아내서는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기준이 명확하고 합리적인 것에서부터 얘기를 진전시켜야 한다. 해외 대타협 사례를 보면 ‘차별은 해선 안 된다, 정리해고는 안 되지만 기능적 유연성과 파견근로는 양보하겠다’처럼 반대는 하더라도 상대의 의견을 존중하는 마지노선이 있는데 우리의 협상 테이블엔 그런 점이 부족하다.

 -노사정위 무용론에 불임조직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이=3대 현안(통상임금, 근로시간 단축, 정년 연장)만이라도 향후 논의의 발전을 위해 가능한 한 깔끔하게 정리해야 한다. 이중구조 문제나 노동시장 구조개선 문제는 이번에 구체적 합의가 안 될 경우 향후 각 부문이 이를 위해 어떤 일을 하겠다는 행동강령 정도는 남겨야 한다. 가령 업종별 협의체 같은 논의 기구라든지, 임금이나 직무 문제, 청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일을 하겠다는 내용을 남겨야 한다.
 ▶조=밑천이 얼마나 되는지를 확인한 것도 소득이다. 어정쩡한 합의보다는 차라리 비판을 혹독하게 받는 게 낫다. 그래야 그런 비판 위에서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 중요한 사회적 문제에 대해 합의에 이르지 못하는 민낯을 보여주면 대안인 플랜B가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지금 노사정의 전문가 그룹은 대타협을 위해 부품을 생산한 것이다. 이제 조립품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정부가 주도해 전문성을 대폭 보강한 논의 기구를 만들어 정부가 정책으로 할 것과 시행령으로 만들 것, 가이드라인으로 만들 것, 국회에 전달할 것 등을 고민해야 한다. 플랜B와 함께 장기적으로 플랜C도 마련해야 한다. 경제의 글로벌화, 정보기술(IT) 같은 첨단화를 고려해 미래의 청년 일자리를 어떻게 담아낼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우리의 노동법은 이러한 변화를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

개혁 성공한 독일 청년 고용률 40~50%
-끝내 타협이 안 되면 정부안을 그대로 국회로 가져가야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여야가 노동시장 이중구조와 청년실업 해소라는 큰 정신에 부합한 안을 합의할 수 있을까.
 ▶조=불행히도 그런 기대를 할 수 없다. 기간제법을 마련했을 때 노사정위가 처음 3년으로 만든 안을 국회가 2년으로 줄였다. 공익적 주체와 노사정, 국회, 이 세 조직 가운데 사회적 가치를 객관적·중립적으로 구현해낼 능력이 가장 큰 곳이 어디겠는가. 국회로 넘어가면 모든 이슈가 정략의 옷을 입고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사회적 갈등만 증폭된다.
 ▶이=지금 구도에서 굳이 국회로 넘어가는 게 해법은 아니다. 곧 총선 국면이다. 해법 도출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익단체의 눈치를 보면서 첨예한 이슈는 피해가려고 할 것이다. 노동 문제는 이번에 풀지 못하면 차기 대선 공약으로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결국 해법을 찾지 못하고 노동시장 개혁이 실패하면 어떻게 되나.
 ▶조=2013년 스페인·이탈리아의 20대 청년 고용률은 18%대다. 반면에 독일과 같이 노동 개혁에 성공한 나라들의 청년고용률은 40~50%다. 노동개혁 해법을 찾지 못하면 결국 암울한 시나리오가….


정리=박태희 기자·나은섭 인턴기자 adonis55@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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