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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상샘암 ‘과잉 검진’이라는데 … 복지부 입장은 어정쩡

중앙선데이 2015.04.05 01:02 421호 11면 지면보기
갑상샘 초음파 검사를 받고 있는 환자의 모습. [중앙포토]
김자영(28·여·가명)씨는 요즘 우울하다. 임신 5개월째. 반년 후 태어날 건강한 아이를 생각하며 기뻐할 시기에 그는 청천벽력 같은 이야기를 들었다. “암(癌)일 수도 있습니다.” 여성 전문 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은 결과다. 갑상샘 초음파 검사 결과 0.7㎝ 크기 결절(덩어리)이 발견됐다. 병원에선 “출산 후 세침검사(FNA·결절을 바늘로 찔러 암 여부를 진단하는 것)를 해보는 게 좋겠다”고 했다. 검사 결과에 따라 수술대에 오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김씨는 하루하루를 불안 속에 살고 있다. 그는 “평소 목에 불편을 느낀 적도 없고 검진에 갑상샘 초음파가 포함됐는지도 몰랐다”며 “임신 중에 검사를 받은 게 다행인지 불행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검진 기준 이달 발표한다지만

 정부가 갑상샘암 검진 권고안을 마련해놓고도 발표를 미루고 있다. 국립암센터는 지난 3월 갑상샘암 최종 권고안을 공개했다. ‘무증상 성인에게는 갑상샘암 선별 검사를 권고하지 않는다. 다만 검사를 원할 경우에는 충분한 설명 후 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목 부위에 통증이 있거나 목소리가 이상해지는 등 증상이 없는 경우 검사를 하지 말라는 것이다. 권고안대로라면 김씨는 불편을 느끼지 않았으며 먼저 요구하지 않았기에 갑상샘 초음파 검사를 받을 이유가 없다.

 하지만 정부가 권고안 발표를 차일피일 미루면서 여전히 ‘묻지마 검사’가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권고안은 구속력은 없지만 의료 현장에서 표준 지침 역할을 한다. 무분별하게 검사를 권하는 일이 줄어들게 된다. 익명을 원한 내과 의사는 “초음파기기를 도입한 병원 입장에선 검사를 많이 돌릴수록 이득이니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한국은 갑상샘암의 갈라파고스 섬
갑상샘암에 관한 한 한국은 세계 의학계의 갈라파고스 섬이다. 2007년 위암을 밀어내고 1위가 된 뒤 한국인이 가장 많이 걸리는 암으로 자리 잡았다. 30년 새 30배로 폭증했다. 2012년 인구 10만 명당 73.6명이 진단을 받았는데 세계 평균의 10배가 넘는다. 2008년부터 세계에서 갑상샘암에 가장 많이 걸리는 나라가 됐다.

 적극적인 검진이 가장 큰 원인이다. 국내는 갑상샘 초음파 검사를 빈번히 하며 대한갑상선학회도 FNA 기준을 0.5㎝로 공격적으로 잡고 있다. 하지만 외국은 건강검진 시 갑상샘 초음파를 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경동맥 초음파·흉부 CT(컴퓨터단층촬영) 등 다른 질환 검사를 하다 우연히 발견한다. 미국 갑상샘학회(ATA)는 가이드라인(2014년)에서 “크기가 1㎝ 이상 결절에 대해 세침검사를 할 것”을 권고한다.

 외국이 갑상샘암 검사를 덜 하는 이유는 암이 자라는 속도가 느리고 생존율이 높아서다. 조기 발견→조기 수술이 오히려 성대 손상이나 칼슘 대사 저하 등 합병증을 초래해 얻는 이득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이런 비율이 10% 내외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완치 개념인 갑상샘암 5년 생존율은 99%나 된다. 지난 10년간 환자는 폭발적으로 증가했지만 사망자는 인구 10만 명당 0.7~0.8명으로 비슷하다. 국립암센터가 암 생존율 통계를 잡을 때 왜곡을 우려해 갑상샘암을 따로 떼놓고 집계할 정도다. 안형식 고려대 의대(예방의학) 교수는 “발견이 느는 반면 사망률이 정체되는 것은 과잉진단의 전형적인 패턴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고려대 안 교수팀은 지난해 11월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슨(NEJM)에 ‘한국의 갑상샘암 검진과 진단율’ 논문을 게재했다. NEJM은 의학 분야 세계 최고 저널로 인용지수(51.6)만 놓고 보면 네이처(38.5)보다 높다. 뉴욕타임스는 논문을 보도하면서 한국의 상황을 ‘갑상샘암 쓰나미(A tsunami of thyroid cancer)’라고 표현했다. 신문은 “미국과 유럽에서 20년 새 두 배 증가한 갑상샘암이 한국에서만 유독 폭증한 것을 전문가들은 질병의 증가로 보지 않는다”며 “그냥 내버려둬도 무해한 작은 종양까지 찾아내는 검사가 적극적인 치료(수술)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의료인 상대로 발표해 ‘반쪽’ 우려
상황이 이런 데도 정부가 권고안 발표는 계속 미뤄지고 있다. 복지부는 당초 8월 권고안 초안을 공개했고, 10월까지 최종안을 만들기로 했다. 그러다 연말로 한 차례 더 늦춰졌다가 다시 해를 넘겼다. 보다못한 암센터가 3월 갑상선학회 학술대회서 최종안 내용을 공개했지만 공식 발표는 없었다. 당시 암센터 관계자는 “복지부가 동의를 해주지 않아 공식 발표를 못하고 있다”고 했었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10월 국감에서 추가로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치라는 지적이 있어 늦어진 것”이라면서 “최종안 내용을 3일 열린 국가암관리위원회에 보고 했고, 의료인을 대상으로 한 권고안은 4월 중 의사협회지에 관련 논문을 게재하는 형태로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논문이 게재돼도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일반인이 아닌 의료인만을 대상으로 권고안을 발표하는 ‘반쪽 발표’가 된다는 우려에서다. 실제로 현장에서 과잉검진을 없애려면 국민들을 대상으로 알기 쉽고 구체적인 권고안이 나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암관리위원회의 한 위원은 “복지부의 결론은 갑상샘암 검진이 근거가 불충분하다는 내용이지만 근거 마련에 대한 향후 계획을 명확하게 밝히지 않았다”면서 “국민적 관심이 높고, 국민 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인 만큼 ‘왜 검사를 받을 필요가 없는지 근거를 밝히는 구체적인 계획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속사정도 있다. 복지부는 ‘과잉검진 말라’는 메시지를 담으면서도, 갑상샘암 전문의의 반발을 최소화하고 싶어 한다. 지금 권고안도 일부 갑상샘암 전문의가 반발하고 있는 상황에서 일반인이 알기 쉽게 구체적으로 바꾸는 게 부담스러운 것이다. 대한갑상선학회는 현재 권고안을 ‘검사를 권고하진 않지만 하고 싶으면 해도 된다’는 의미로 받아들인다. 이 학회 정재훈(삼성서울병원 교수) 이사장은 “권고안은 환자의 선택을 존중하라는 것이지 검사를 하지 말라는 뜻은 아니다”고 해석했다.

이용식 건국대 의대(이비인후-두경부외과) 교수는 “복지부는 양쪽의 입장을 적당히 버무려놓은 권고안으로 가고 싶어 하는 것 같다”면서 “기왕 늦어진 거라면 전문가뿐 아니라 시민단체와 국민들이 참여하는 공청회를 열어 의견을 듣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복지부가 국민건강에 걸린 문제를 회피하는 것은 직무유기이자 비겁한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김모(35·여)씨의 경우를 보자. 그는 갑상샘암 과잉진단 논란이 알려지기 전인 2008년에 수술을 받았다. 수술 후 다니던 직장도 그만뒀다. 평생 갑상샘 호르몬제를 복용해야 하고 만성적인 피로에 시달리고 있다. 그는 후회하고 있을까.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면 신중히 생각할 것 같아요. 검사 2주 만에 속전속결로 수술 받았거든요.”

요즘 웬만한 동네의원엔 초음파기기가 다 있다. 2013년 기준으로 전국 병·의원 3만856곳에 2만2616개가 있다. 권고안이 발표되지 않는 동안 한국은 어느 나라보다 열심히 갑상샘암을 찾고 있다.


장주영 기자 jyj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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