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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선 수술 권했지만 7년째 암과 동거해도 문제 없어”

중앙선데이 2015.04.05 01:06 421호 11면 지면보기
세계 최고의 암병원으로 꼽히는(2014년 US뉴스 병원 평가 암 분야 1위) 미국 뉴욕 맨해튼의 메모리얼 슬론 케터링 암센터엔 ‘웨이트 앤드 시(Wait-and-See)’ 프로그램이 있다. 갑상샘에서 작은 종양을 발견한 환자에게 바로 수술하지 않고 기다리고(Wait), 지켜보는(See) 선택권을 주는 것이다. 암 진단 후 90% 이상 수술하는 한국과 대비된다. 하지만 드물게 한국에서도 이런 선택을 한다. 윤지현(45·사진) 서울대 식품영양학과 교수가 그런 경우다. 2008년 갑상샘암 진단을 받은 윤 교수는 7년째 추적 관찰만 하고 있다. 최근엔 갑상샘암 과다진단 저지를 위한 시민연대를 구성해 홍보활동을 펼치고 있다.

갑상샘암 환자 윤지현 교수의 체험담

-어떻게 암을 발견했나.
 “2008년 1월에 결혼 10주년 기념으로 남편과 건강검진을 받았다. 갑상샘에 10여 개의 결절이 있었고 2개가 ‘암일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세침검사(FNA)를 받은 결과 갑상샘 좌엽(왼쪽)에 0.5㎝짜리 암 진단을 받았다.”

-수술을 할 생각은 안 했나.
 “수술 날짜를 잡으려 했다. 저명한 명의를 찾았더니 의사가 얼굴 한번 쳐다보지 않고 검사 결과 보며 ‘오른쪽에 암이 있네’ 하더라. 내가 ‘왼쪽인데요’라고 했더니 ‘괜찮아. 어차피 다 떼어내면 나을 거야’라고 말하더라. 본능적으로 이건 아니다 싶었다.”

-그것만 갖고 수술을 포기하진 않았을 텐데.
 “관련 논문을 찾아 공부를 시작했다. 이상한 점이 많았다. 대부분 논문에서 갑상샘암 수술 효과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유독 우리나라 논문만 수술해야 한다고 결론을 냈다. 일본 논문엔 ‘수술 없이 추적 관찰해도 생명에 지장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란 내용을 찾았다. 다른 병원을 찾았더니 무조건 ‘수술해야 한다’고 했다. 논문을 보여주며 ‘이런 사례에 내가 해당되지 않을까’ 물었다가 ‘여기가 당신 강의실인 줄 아느냐’고 면박만 당했다. 그때 일본에 가자고 결심을 했다.”

-일본에선 수술을 권유받지 않았나.
 “같은 해 9월 도쿄 암센터에 갔다. FNA 검사를 다시 받지도 않았다. 일본 의사의 정확한 워딩은 ‘무시해도 좋다’였다. 그때부터 팔로업 인생이 시작됐다. 1년에 한 번 팔로업을 한다.”

-지금 암 진행 상태는 어떻게 되나.
 “0.5㎝짜리 암은 8년째 커지지 않고 그대로다. 당연히 무척 건강하고 몸도 아무런 변화가 없다.”

-수술을 안 했다가 나빠질까 두려움은 없었나.
 “전혀 없었다. 일본 병원에선 진료 후 친절히 안내서를 배포한다. ‘일본도 20년 전에 마구잡이로 검사하고 수술했다. 하지만 경과 관찰을 선택한 경우에도 90% 이상이 안전하다는 걸 알게 됐다. 3~6개월에 한 번 추적 관찰로 족하다’는 내용이었다.”

-권고안이 안 나오고 있는데.
 “안타깝다. 지금 나올 권고안도 검사를 옹호하는 분들의 입장이 반영됐다. 개선을 위한 공청회 약속을 복건복지부가 지켜야 한다.”


장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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