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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 수시로 특보들과 자유롭게 현안 토론

중앙선데이 2015.04.05 01:10 421호 12면 지면보기
김춘식 기자
임종인(59·사진) 청와대 안보특별보좌관은 한국의 1세대 사이버보안 전문가다. 2일 인터뷰를 위해 정부종합청사 창성동 별관에 마련된 사무실 내부로 들어서자 한쪽 벽면에 설치된 칠판이 눈에 들어왔다. 칠판에는 ‘지능형 CCTV 통한 테러 예방’ ‘핀 테크 보안 대책’ 등과 같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제안할 다양한 정책 아이디어가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

임종인 안보특보가 본 요즘 청와대

임 특보는 “나는 대통령과 인연도 없고 정치적 색깔도 없는 사람”이라며 “처음에는 특보직을 수락하고도 대통령 자문위원 정도로만 생각했지만 수시로 특보들과 자유롭게 현안에 대해 토론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특보)를 중히 쓰려는 대통령의 의지가 느껴졌다”고 말했다.

-그동안 군 장성 출신이나 대통령 측근이 맡아 오던 안보특보에 임명됐다. 의외의 인사라는 평가가 많았는데.
“나는 이전까지 박 대통령과 인연이 전혀 없었다. 발표 전날 당시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대통령께서 직접 지명하셨으니 국가안보를 위해 꼭 봉사해 달라고 했다. 안보특보 직을 갑자기 제안해서 놀라긴 했지만 그게 사이버보안 분야를 위해서는 큰 기회라는 생각이 들어 수락했다.”

-특보단에 대해 ‘국면 전환용’ ‘구색 갖추기’라는 지적도 있다.
“지난 정부에서 특보들은 거의 측근들의 명함 직이었던 게 사실이다. 나 역시 처음에는 특보라고 해서 대통령 자문위원 정도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일해 보니까 생각했던 것보다 대통령이 특보를 중히 쓰겠다는 의지가 곳곳에서 느껴졌다.”

-예를 든다면.
“지난 1월 26일 수석비서관회의에 처음 참석했다. 평소 좌석배치와 다르게 박 대통령이 바로 옆에 이명재 민정특보와 나를 앉혔다. 자리 배치가 묘하다고 생각했다. 그러고는 회의 말미에 대통령께서 다음부터 특보들은 수석회의에 매번 참석하라고 해서 참석자 전부가 놀랐다. 책임감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통령이 어떤 분인지 알아야겠다는 생각에 바로 집 근처 서점에 가서 박 대통령의 자서전을 사서 읽어보기도 했다.”

-실제로 특보들의 의견에 힘이 많이 실리나.
“어떤 정책을 제안했을 때 공무원들은 대통령이 중히 여긴다고 생각해야 협조가 잘 이뤄진다. 실제로도 그랬다. 지난 2월 24일 박 대통령의 주민등록번호가 구글에서 검색된다는 보도가 나간 다음날 대통령께서 나를 불러 개인정보 유출 문제를 해결해 보라고 지시했다. 그래서 행정자치부 담당 국장에게 회의를 소집해야겠다고 하니 다음날 6개 관련 부처의 국장들이 모두 모여 TF(태스크포스)를 가동했다. 결국 대통령이 힘을 실어 주니까 부처 국장들이 모이는 거지 그냥 모이겠나.”

-대통령 집무실에서 특보단 회의를 연 것도 이례적이었는데.
“당시 정무특보들의 국회의원 겸직이 논란이 되자 박 대통령이 직접 특보들을 집무실로 불러서 회의를 했다. 나중에 들어보니까 집무실에서 회의를 한 건 박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이라고 하더라. 한번은 특보들에게 ‘우리는 한 팀이다. 끝까지 가자. 나중에 회상했을 때 잘했다고 생각할 정도로 열심히 하자’고 격려하기도 했다.”

자연스러운 소통 유도하는 이병기 실장
-이병기 비서실장 취임 이후 청와대 분위기가 달라졌다는데.
“김기춘 비서실장 당시 수석회의에 참석해 보니까 회의 분위기가 굉장히 엄격했다. 김 전 실장은 완벽주의자이고 실제로도 모든 현안을 속속들이 다 기억하더라. 이병기 실장은 유능하면서도 편안하게 분위기를 만들어서 참모들로 하여금 더 많은 얘기를 하도록 유도한다. 자연스럽게 서로 소통하도록 하는 게 그의 큰 장점 같다. 회의 내용에 대해선 외부에 알리지 않는 분위기여서 자세한 이야기는 전하기 어렵다.”

-박 대통령의 소통 부족이 늘 지적됐었다. 같이 일해본 소감은.
“대통령이 소통에 문제가 있다고들 말하는데 내가 느낀 건 그렇지 않았다. 실제로 이병기 실장으로 바뀌니까 소통이 안 된다는 얘기가 싹 사라지질 않았나. 결국 수석회의 분위기를 누가 만드느냐의 문제인데 전체적 진행과 시나리오를 짜는 건 비서실장이다. 수석회의에서 내가 여러 아이디어를 냈는데 대통령이 이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지시하는 걸 보고 ‘소통을 안 한다고 하는데 그게 아니네’라고 생각했다.”

-요즘 회의 분위기는 어떤가.
“대통령이 직접 회의를 주재할 경우 편안하게 여러 가지 현안에 대해 자유토론식으로 논의를 한다. 다만 대통령이 이과 출신(전자공학과)이다 보니 정치적 수사 없이 전달할 말을 정확하게 하려고 한다. 우리도 보고서를 낼 때 근거를 확실히 달고 내용도 정확해야 한다. 그러다 보니 예전엔 1∼2페이지로 요약해서 대통령에게 올리는 보고서가 10여 장 이상으로 늘어나기도 한다. 그래도 박 대통령이 꼼꼼하게 끝까지 다 읽어 본다고 하더라.”

-국가안보실 산하에 사이버안보비서관실을 신설했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청와대 내에 정식 직제로 사이버안보비서관실을 만든 건 전 세계적으로도 흔치 않은 경우다. 박 대통령이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해킹 사건 등을 겪으면서 사이버안보에 신경을 써야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그런 차원에서 사이버공격에 대응하는 실무적 컨트롤 타워가 만들어진 거다.”

-그동안 북한의 사이버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는 비판이 많았는데.
“지금까지 정부는 항상 사이버공격을 당한 다음에 뒷북을 쳐서 욕을 많이 먹었다. 앞으로는 좀 더 선제적이고 예방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 이를 위해 미국·중국과도 사이버 부문에서 외교적 협력이 필요하다고 대통령에게 건의했고 대통령도 적극 동의했다.”

-모든 사물이 통신으로 연결되는 사물인터넷(IoT)이 일상화되면서 개인정보 노출에 대한 위험도 커지고 있는데.
“나도 스마트폰을 쓰는데 백신앱을 9개나 깔았다. (웃으면서) 명색이 안보특보인데 해킹을 당하면 안 되지 않나. 실제로 사물인터넷이 확산되면 모든 곳에 눈에 보이지 않는 지능형 CCTV가 깔리는 거나 마찬가지다. 개인정보가 수집·가공돼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게 되는데 이를 오·남용하면 사이버 인권침해가 발생할 수 있다. 더군다나 이를 악용하는 범죄 집단이나 북한에 의한 해킹의 우려도 있다.”

사이버공격은 북한의 가장 강력한 무기
-북한의 사이버공격 능력은 어느 정도인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는 사이버 공격을 핵·미사일과 함께 나의 3대 보검이라고 언급했다. 그런데 핵과 미사일은 사실상 쏠 수 없다. 사이버공격이 가장 강력한 무기인 거다. 북한의 사이버테러 인력은 6000여 명으로 추산된다. 실제로 많은 전문가가 미래에 전쟁이 벌어진다면 사이버로부터 시작된다고 보고 있다. 최근 이스라엘이 시리아와 충돌했을 때도 가장 먼저 사이버 공격을 했다.”

-앞으로 주력하고자 하는 일은.
“박 대통령이 최근 중동에 다녀온 뒤 중동 국가 정상들로부터 한국이 사이버보안 분야에서 협조해 줬으면 좋겠다는 러브콜을 많이 받았다고 했다. 사우디아라비아·카타르 같은 국가들은 이스라엘로부터 끊임없이 해킹 공격에 시달리고 있다. 우리나라는 중국·북한과 많이 부딪치면서 사이버 역량을 키웠고 중동에선 한국에 대한 신뢰가 크기 때문에 전문인력의 해외진출을 통해 사이버보안 분야를 키우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애로사항은 없나.
“월급은 없는데 약간의 업무 추진비가 나와서 남에게 밥 살 정도는 된다. 무보수 명예직이지만 대기업에서 매달 1억원씩 준다고 해도 이 일보다는 신나지 않을 것 같다.”



임종인 고려대 수학과 석·박사(암호학) 졸업. 고려대 수학과 교수, 정보보호대학원장 역임. 대검 디지털수사자문위원장·한국정보보호학회장 등을 지낸 사이버 보안 전문가.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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