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앙일보·미국관광청 공동기획│미국 국립공원을 가다 ④ 하와이 할레아칼라












이 중에서 할레아칼라 국립공원을 먼저 소개한다. 수많은 할리우드 공상과학 영화가 외계 행성 장면을 촬영한 현장이다.

하와이는 화산이다
훌라는 신의 말씀을 전하는 언어였다. 우선 알아두어야 할 지식이 있다. 우리가 흔히 부르는 하와이는 모두 137개 섬으로 이루어진 제도를 이른다. 137개 섬 중에서 오아후·마우이·카우아이·라나이·몰로카이·하와이 등 6개 섬을 방문할 수 있다. 지금은 하와이 섬으로 불리는 빅 아일랜드가 하와이 제도에서 가장 큰 섬이고, 마우이가 다음으로 큰 섬이다.
지난해 하와이를 방문한 한국인은 모두 17만여 명이었다. 이 중에서 76%인 약 13만 명이 와이키키 해변이 있는 오아후 섬을 방문했다. 마우이를 방문한 한국인은 2만5000여 명(13.5%)에 그쳤다. 그마저도 허니문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마우이 섬의 서쪽과 남쪽 해안에 최고급 리조트 단지가 형성돼 있다. 빌 게이츠, 브리트니 스피어스, 제시카 알바 등 해외 유명인사가 즐겨 찾는다는 바로 그 해안이다.
휴양지 이전의 마우이는 성지였다. 태평양의 크고 작은 섬에 사는 폴리네시아 원주민에게 마우이는 신의 이름이다. 폴리네시아 원주민에게 불을 사용하는 방법을 가르친 반신반인의 존재가 마우이다. 폴리네시아에 속하는 수천 개 섬 중에서 마우이 신을 이름으로 물려받은 섬은 하와이 제도의 마우이 섬밖에 없다.
하와이의 역사는 약 1000년 전쯤 하와이 남쪽 폴리네시아 타히티에서 건너온 원주민으로부터 시작한다. 하와이(Hawaii)는 폴리네시아어로 ‘신이 있는 장소’라는 뜻이다.

마우이는 자체로 거대한 화산이다. 2800년 전 화산 폭발로 하와이 제도가 생겨났다. 그때 화산 두 개가 가까운 거리에서 폭발했고, 두 화산에서 흘러내린 용암이 엉키고 붙어 지금과 같은 눈사람 모양의 마우이 섬이 형성됐다. 섬 서쪽의 카할라와이 화산 지역에는 이아오 밸리 주립공원이 들어섰고, 섬 동쪽의 할레아칼라 화산 일대는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그러니까 마우이는 화산 두 개로 이루어진 섬이다.
태양의 집
마우이 신의 이름을 딴 섬을 세상에 내놓은 주인공이 할레아칼라 화산이다. 그러니 이름이 각별할 수밖에 없다. 할레아칼라는 하와이어로 ‘태양의 집’이라는 뜻이다. 하와이 전설에 따르면 마우이 신이 할레아칼라 정상에 올라 하늘에 떠 있는 태양을 올가미로 낚아채 붙잡아뒀다고 한다. 그렇게 해를 붙들고 있어 하와이에서는 낮을 길게 누릴 수 있다고 한다.
천 년 묵은 전설이지만, 허무맹랑한 소리만으로 들리지 않는다. 할레아칼라의 웅장한 모습 때문이다. 해발 3055m의 할레아칼라는 높은 산이지만, 넓은 산이기도 하다. 마우이를 형성한 두 개 섬 중에서 동쪽 한 개 섬을 할레아칼라라 불러도 무방하다. 제주도가 한라산의 다른 이름인 것처럼 말이다. 할레아칼라는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면적만 1만3462㏊에 이른다. 할레아칼라는 세계 최대 규모의 휴화산이다. 가장 최근의 화산 활동은 약 200년 전에 일어났다.

불모의 땅으로 보이지만, 할레아칼라는 자연 생태계의 보고다. 할레아칼라에만 식물 850여 종이 서식한다. 850여 종 가운데 400여 종이 하와이 토종이고, 300여 종이 하와이에서만 발견되는 고유종이다.


지구 안으로 들어가다
할레아칼라를 여행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이른 새벽부터 부지런을 떨어 할레아칼라 정상에서 일출을 감상하는 방법과, 할레아칼라 정상에서 분화구를 따라 걸어서 내려오는 방법이다. 두 방법 모두 평생 잊기 힘든 추억을 선사한다.
할레아칼라 일출 투어는 늦어도 오전 6시까지 정상에 올라가야 한다. 산 아래에서 정상까지 자동차로 2시간 정도 걸린다. 하여 마우이 해변의 리조트·호텔은 새벽 3시부터 소동이 일어난다. 정상까지 올라가는 길도 험하지만, 정상에 설치된 주차장에 자동차 30대밖에 못 들어간다. 주차장이 차면 국립공원 입구에서 문을 닫는다.
동트는 새벽 정상에 올라섰다. 운해가 이미 사방을 에워싼 뒤였다. 멀리서 붉은 기운이 꿈틀대는가 싶더니 운해가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붉은 운해가 파도처럼 일렁였다. 이윽고 태양이 오롯이 드러났다. 시꺼멓던 분화구가 햇빛을 받아 시뻘겋게 번뜩였다. 운해 아래 세상에서는 상상도 못하는 장면이었다. 할레아칼라에 바친 신화는 허풍이 아니었다. 바로 여기가 태양의 집이었다.
거대한 의식이 끝나자 관광객 대부분이 트레킹 준비를 했다. 동행한 하와이 관광청 직원이 “일출이 끝나면 한국인은 곧장 차를 타고 내려온다”고 귀띔했다. 신혼부부가 대부분이니 그럴 수 있겠다 싶었다. 트레킹을 준비하는 동양인은 우리 일행밖에 없었다.

트레일은 거친 화산석 지대에 희미한 윤곽처럼 나 있었다. 아무리 주변을 둘러봐도 그늘을 기대할 만한 나무는 없었다. 무릎 아래 높이로 자란 식물만 띄엄띄엄 보일 뿐이었다. 자갈로 덮힌 사막 안에 들어선 것 같았다.
트레일 곳곳에 트레일을 벗어나지 말라는 경고 문구가 걸려 있었다. 자칫 세계적인 희귀식물을 해칠 수 있다는 생각에 순순히 트레일만 따라 걸었다. 전 세계에서 수많은 트레일을 걸었지만 이런 느낌은 처음이었다. 지구의 안으로 걸어 들어가는 기분이었다.
●이용정보=하와이는 1년 내내 따뜻하다. 연중 평균 23∼28도를 유지한다. 다만, 할레아칼라 일출 투어를 나갈 때는 두꺼운 외투를 꼭 챙겨야 한다. 일출 무렵 할레아칼라 정상 부근은 영상 5도 정도에 그친다. 바람도 강해 체감 기온은 영하로 떨어진다. 시차는 하와이가 한국보다 19시간이 느리다. 항공은 하와이안 항공(hawaiianairlines.co.kr)을 추천한다. 주 5회(월·목·금·토·일) 인천∼호놀룰루 노선을 운행한다. 비행시간은 인천공항에서 오아후 호놀룰루 공항까지 7시간30분, 하와이에서 한국까지 9시간 정도 걸린다. 한국에서 할레아칼라 국립공원이 있는 마우이 카훌루이 공항까지 바로 가는 항공편은 없다. 오아후에서 마우이로 가는 국내선 비행기를 타야 한다. 이때도 하와이안 항공이 편리하다. 하와이안 항공이 하와이 제도의 6개 섬을 오고 가는 국내선을 매일 160편 운행한다. 한국에서 출발해 오아후에 머무르지 않고 바로 마우이행 비행기를 갈아탈 경우, 오아후∼마우이 국내선 항공 요금이 거의 들지 않는다. │ 미국 관광청 discoveramerica.co.kr, 하와이 관광청 gohawaii.com/kr.
글·사진=손민호 기자 ploves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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