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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자금 전액 지원할 테니 "꼭 아이 넷 낳으라"는 이 회사

중앙일보 2015.04.01 01:06 종합 18면 지면보기
곽동원(오른쪽)·안선희씨 부부는 2013년 첫아이에 이어 지난 1월 쌍둥이를 낳아 세 아들의 부모가 됐다. 곽씨는 “내년엔 딸을 낳고 싶다”고 말했다. [강정현 기자]

“나랑 결혼해 아이 네 명 낳아줘.” 안선희(33·여·공무원)씨는 2012년 10월 남편 곽동원(38)씨에게서 난데없이 이런 프러포즈를 받았다. 남편은 고급 레스토랑에서 꽃다발·반지와 함께 이런 말을 건넨 것이다. 결혼 후 세 아들을 둔 안씨는 “그땐 황당했지만 아이만큼 큰 행복을 주는 존재가 없다는 걸 깨닫게 됐다. 내년께 넷째를 계획 중”이라고 말했다.

 곽씨의 독특한 프러포즈에는 사연이 있다. 2007년 1월 건설관리업체 한미글로벌에 입사한 곽씨는 신입사원 교육 첫날 이 회사 김종훈 회장과 면담했다. 김 회장의 첫마디는 “꼭 네 명의 아이를 낳으라”는 것이었다.

 ‘열심히 일하라’도 아니고 ‘열심히 낳으라’고? 곽씨는 정식 입사 서류에 ‘출산 서약서’가 끼어 있는 걸 보고 진지해졌다. 실제로 부서 배치를 받고 보니 대부분 자녀가 두세 명이었다. 곽씨는 “회사에는 넷째, 다섯째까지 둔 직원도 여럿 있다”고 소개했다.

 이 회사의 출산 혜택은 파격적이다. 자녀(입양 포함) 수와 관계없이 유치원부터 대학까지 학자금 전액을 지원한다. 첫째·둘째 자녀는 50만원, 셋째는 200만원, 넷째는 500만원의 출산 장려금도 준다. 남녀 직원 모두 1년간 육아휴직을 쓸 수 있고 이 중 6개월은 의무다.

 저출산 극복은 한국의 국가적 과제다. 정부가 지난 10년간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150조원을 쏟아부었으나 효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정부의 힘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저출산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해결을 위해 힘을 보태는 기업도 있다.

 김 회장은 저출산 문제 해결에 앞장선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간단합니다. 아이를 적게 나으면 앞으로 일할 인재도 줄고 먼 미래엔 한국인이 없어질지도 모르잖아요. 남의 일이 아니라 우리의 문제인 거죠.”

 기업도 시민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기업 역시 사회 문제를 방관할 게 아니라 책임의식을 갖고 해결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모든 기업이 한 가지 문제씩 책임지고 개선 노력을 한다면 사회가 많이 바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학교가 학생들에게 바른 인성을 가르치듯 사원에게 인성교육을 하는 기업도 있다. 국내 전시·컨벤션업체인 시공테크다. 이 회사 박기석 회장은 1990년대 초반부터 직원들의 책상과 업무노트에 다른 사람의 처지를 생각하라는 역지사지(易之思之)와 배려·협력 등 인성 실천 덕목을 붙여 놨다. 매월 전체 사원 조회시간엔 생활 속 실천 사례를 부서별로 발표하고 공유한다. 연말엔 인성이 우수한 사원을 뽑아 포상한다. 박 회장은 “대한민국이 발전한 것은 서로 도와 어려움을 이겨내는 사람이 있었기 때문인데 요즘엔 대학이건 회사건 ‘사람됨’을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이런 문제점을 고려해 지난해엔 채용 시스템도 개편했다. 채용 방식은 입사지원 서류에 수상내역 등 스펙을 못 쓰게 하고 자기소개서에 드러난 인성을 꼼꼼히 살피는 것이다. 면접 때 프레젠테이션과 토론, 인터뷰를 통해 헌신·정직·협동·양보 4개 덕목에 대한 가치관과 문제 해결력을 평가한다. 박 회장은 “기업이 돈을 버는 방식이 바뀌어야 한다. 과거에 깨끗하게 벌고 세금만 잘 내면 되던 건 20세기에 통했다. 이젠 기업 경영 자체가 사회 전체의 공익과 조화를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청년실업 문제 해결에 나선 기업인도 있다. 70년 중학교 졸업 후 무일푼으로 상경해 1000억원대 자산가로 성공한 이동석 석전자 회장은 청년 창업가들에게 투자금을 지원하는 ‘에인절 투자’ 활동을 하고 있다. 그는 “위기 때마다 재기할 수 있도록 도와준 사람들이 있었다. 이젠 청년들이 꿈을 펼칠 수 있도록 돕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지난해 말 청년 창업가들을 가르치고 이들에게 투자금을 대주는 ‘스타트업’ 벤처캐피털을 시작했다. 이 회장은 지인들과 함께 청년 벤처 30여 곳의 창업을 돕고 있다. 2008년엔 일본 지하철에서 승객을 구하고 숨진 고(故) 이수현씨의 전기 영화가 일본에서 제작됐으나 수익성이 없다는 이유로 국내 개봉이 안 되자 10억원을 내놓아 상영을 가능케 했다. 이 회장은 “10년 내에 어려운 학생들이 맘껏 공부하고 사회 진출을 도울 수 있는 ‘에인절 학교’를 세우고 싶다”고 말했다.

글=윤석만 기자 sam@joongang.co.kr
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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