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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방일 때 일본 압박 … 일왕 첫 과거사 유감 표명

중앙일보 2015.03.31 01:28 종합 12면 지면보기
전두환 전 대통령(왼쪽)이 1984년 일본 국빈 방문에서 히로히토 일왕과 건배하고 있다. [중앙포토]
1984년 전두환 정부가 중국이 남한을, 일본이 북한을 교차 승인하는 방안을 일본을 통해 추진했던 것으로 30일 밝혀졌다. 교차 승인은 외교적으로 상대방을 국가로 인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외교부는 이런 내용이 포함된 외교문서 26만여 쪽을 공개했다. 정부는 생산한 지 30년이 지난 외교문서를 심의를 통해 공개하고 있다. 공개된 외교문서에 따르면 교차 승인은 ‘한강개발계획’이란 암호명으로 계획됐다. 전두환 당시 대통령이 84년 9월 지시한 사항이었다. ‘일본이 중공(중국)과 대화가 잘되므로 일본이 중공으로 하여금 한국을 승인하게 하고 일본은 북한을 각각 승인하도록 교섭한다’는 내용이었다. 우선 중국과 일본이 각각 남북한과 접촉한 뒤 미국과 소련(러시아)으로도 접촉을 확대하는 구상이었다.


1984년 외교문서 26만여 쪽 공개
국빈 방문 조건으로 반성 요구 관철
한·중-북·일 교차승인도 추진

 외무부는 전 대통령이 지시한 지 두 달 뒤인 11월 계획안을 만들었다. 최소 4~5년 동안 평화 공존 체제를 확보하는 게 목적이었다. 86년 아시안게임을 전후로 교차 접촉을 본격화하고, 88년 서울올림픽을 전후로 교차 승인을 달성한다는 목표도 세웠다. 같은 해 12월 1일 정부는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 일본 총리에게 이 제안을 전달하고 중국 최고위층과 접촉해줄 것을 요청했다. 동시에 미국에도 협조를 구해 중국과 간접 접촉하려는 전략을 병행했다. 그러나 미국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미 측은 한국 정부에 “한·중 직접 교역은 시기상조라는 것이 중국의 반응”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교차 접촉 추진 과정에서 미국은 한국이 일본에 먼저 중재역을 제의한 데 대해 불쾌해하기도 했다.



 공개된 외교문서에는 84년 전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했을 때 히로히토(裕仁)가 일왕으로선 처음으로 과거사를 언급한 배경도 드러나 있다. 당시 정부는 한국 정상의 첫 일본 국빈 방문을 준비하기 위해 ‘무궁화계획’을 세웠다. ‘무궁화계획 대일교섭 지침’이라는 문서에서 일왕의 과거사 반성을 ‘방일의 대전제’라고 명시했다. 또 ‘국민 감정을 감안, 최대한 강한 어조로 반성을 확보해야 방일에 대한 국민의 납득을 구할 수 있다’고 했다.



 일본은 전 대통령의 방일 하루 전인 9월 5일 일왕의 만찬사를 한국에 통보했다. “금세기의 한 시기에 있어 양국 간 불행한 역사가 있었던 것은 진심으로 유감이며 다시는 되풀이돼선 안 된다”였다. 일왕은 6일 만찬사에서 이 내용을 그대로 말했다. 유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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