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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병세 "미·중의 러브콜, 딜레마 아닌 축복" 아전인수 논란

중앙일보 2015.03.31 01:27 종합 12면 지면보기
윤병세 외교부 장관(오른쪽)은 30일 서울 세종로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재외공관장회의에 참석해 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와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가입 문제에 대해 “미·중으로부터 러브콜을 받는 상황이 결코 딜레마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왼쪽은 김장수 주중국대사. [뉴시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30일 “우리의 전략적 가치를 통해 미·중 양측으로부터 러브콜을 받는 상황은 결코 골칫거리나 딜레마가 아닌 축복”이라고 말했다.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문제 등에서 미·중 사이에 끼어 결단을 내리지 못한다는 비판 여론을 정면으로 반박한 작심 발언이다.

미·중 사이 사드 등 우유부단 지적에
"고뇌 없는 비판에 신경 쓰지 말라"
재외공관장회의서 작심한 듯 발언
"한국, 고래 길들인 새우" 칼럼 인용
원문에는 "꼭 그렇게 볼 건 아니다"



 윤 장관은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재외공관장회의 개회사에서 “아시아와 아태 지역은 부상하는 중국과 부활하는 미국을 모두 수용할 만큼 넓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또 “국익의 관점에서 우리가 옳다고 최종 판단되면, 분명히 중심을 잡고 균형감각을 가지고, 휘둘리지 말고 밀고 나가야 한다”며 “고난도 외교사안, 고차방정식을 1차원이나 2차원적으로 단순하게 바라보는 태도에 너무 연연해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AIIB 참여 결정을 “고난도 외교력이 발휘된 대표적 사례”로 꼽은 뒤 “최적의 절묘한 시점에 가입 결정을 해 모든 이해관계자에게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했다.



 윤 장관은 “국내 일각에서 19세기적 또는 냉전적 사고방식으로 마치 우리나라가 여전히 고래 싸움의 새우 또는 샌드위치 신세같이 표현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패배주의적, 자기비하적, 심지어 사대주의적 시각에서 우리 역량과 잠재력을 외면하는 데 대해선 의연하고 당당하게 설명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특히 “고뇌가 없는 무책임한 비판에 그리 신경 쓸 필요가 없으며 뚜벅뚜벅 갈 길을 가면 된다”고도 했다.



 윤 장관은 이전에도 “한국의 외교적 위상이 과거와 다르다”는 취지의 발언을 여러 차례 한 적이 있지만, 이날 발언은 표현이 훨씬 강경하다. 일부에선 아전인수식 자화자찬이라는 논란도 일고 있다.



실제로 윤 장관은 이날 개회사에서 마이클 그린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부소장의 칼럼 중 “박근혜 정부는 미국·중국이라는 ‘고래’들을 길들인 의기양양한 ‘새우’로 부상했다(The Park government has emerged a triumphant shrimp taming the two big whales)”는 대목을 인용했는데 그린의 칼럼 뒷문장에는 “꼭 그렇게만 볼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Or has it?)”라는 단서가 붙어 있었다.



 아산정책연구원 봉영식 선임연구위원은 “벌써 박근혜 정부 3년차인데 ‘외교안보 정책은 민감해 다 공개할 수 없지만 정부가 복안이 있다. 잘하고 있으니 믿어달라’는 말로 국민을 설득하기엔 시간이 많이 지났다”며 “정부의 비전을 설득력 있게 설명했는지, 국민이 공감하는 외교안보 전략을 추구했는지 자문해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강대 김영수(정치외교학) 교수는 “ 외교 수장이 한국 외교의 동력을 긍정적으로 이어가자는 취지로 자기 목소리를 냈다는 점은 반갑다”며 “하지만 주장만 할 게 아니라 고차방정식을 풀 해법까지 찾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김장수 주중대사 외교무대 데뷔=이날 재외공관장회의에 처음 참석한 김장수 신임 주중대사는 외교부 출입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사드 배치를 우려하는 중국을 어떻게 설득하겠느냐는 질문에 “지금은 ‘없는 실상’을 갖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한다, 안 한다 어떤 결정이 날 적에는 제 논리대로 이야기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드에 대한 질문이 이어지자 그는 “자꾸 사드, 사드 하는데 제 이름은 ‘김사드’가 아니다. 경제, 문화 등 할 것이 많다”고 해 웃음을 자아냈다.



유지혜·안효성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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