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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사드 배치 땐, 미국의 서울 방어 의지 강해질 것"

중앙일보 2015.03.31 01:16 종합 15면 지면보기
존 치프먼 국제전략연구소(IISS) 소장은 박진 전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장과의 대담에서 “미국이 자국을 방어하려고 한국에 사드를 판매하려 한다는 주장은 잘못”이라고 설명했다. [런던=프리랜서 이은주]


“한국의 안보 이해에 따라 결정해야 한다. 중국과 좋은 관계를 유지할 필요가 있지만 미국과의 동맹뿐 아니라 (미국의) 한국 방어 공약도 지속할 수 있어야 한다.”

중국과 우호 관계 유지도 좋지만
미국 안전 보장돼야 한국도 안전
북한, 핵무기 소형화 기술 있을 것
네 번째 핵실험 땐 큰 파장 예상
중국·러시아 관계는 ‘정략 결혼’
진정한 동맹으로 발전은 어려워



 존 치프먼 국제전략연구소(IISS) 소장은 지난달 24일 영국 런던에서 가진 박진 전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장(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석좌교수)과의 대담에서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를 배치할지 결정해야 하는 한국의 입장을 ‘딜레마’라고 표현했다. 그는 “사드 배치로 미국이 더 안전하다고 느끼고 북한의 미사일을 더 잘 방어할 수 있다면 (미국의) 서울 방어 의지도 강해질 것”이라며 “미국이 자국을 방어하려고 한국에 사드를 판매하려 한다는 식의 논쟁이 있는 걸로 아는데 미국 정책 입안자들은 그런 전략적 상상을 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사드 배치가 미국이 아닌 한국을 위해서라는 설명이다. 하버드대·런던정경대·옥스퍼드대를 졸업한 치프먼 소장은 30년 가까이 IISS에서 일한 세계적 안보 전문가다.



치프먼 소장과 대담하는 박진 전 외통위원장(왼쪽).
 - 북한이 네 번째 핵실험을 할 것으로 보나.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한다면 매우 걱정스러운 일들이 벌어질 거다. 주시하고 있다.”(IISS는 지난해 11월 『전략 논평』에서 “많은 전문가가 북한이 노동미사일에 핵무기를 탑재할 기술을 확보했다고 믿고 있으며 일부 전문가는 핵무기 소형화 기술도 있을 수 있다고 본다. 오바마 정부의 전략적 인내가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을 저지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 중국 군사력이 커지며 역내 긴장도 높아지고 있다.



 “미국 내에서 중국의 거부 전략(적국 항공모함이 연안으로 접근하는 것을 막고 해안으로부터 일정 범위 내에 들어오는 해상 전력은 철저히 무력화한다는 전략)에 대한 대응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그중 하나가 ‘공해 전투’(스텔스기·잠수함 등 공·해군 전력을 동원해 중국 레이더·미사일 체계를 타격)다. 지난해 이 지역에서 민족주의적 긴장(영토분쟁 지칭)이 높아졌을 때 미군과 중국군 간 조우가 있었지만 충돌로 이어지진 않았다.”



 - 중국의 전략적 의도는 무엇인가.



 “다극 체제를 선호하지만 자신들은 아시아에서 다른 나라들이 도전할 수 없거나 도전하기 어려운 지배적 강국이 되는 것이라고 본다. 중국이 국력에 어울리는 군사력과 방어력을 가지는 것은 당연하다. 다만 우려할 만한 건 전략이 명료하지 않다는 점이다. 남중국해와 동중국해에서 영토 주권을 강화하려는 움직임도 상황을 복잡하게 하고 있다.”



 - 중국과 러시아가 에너지 협력 등 전략적 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사랑보다는 편의에 의한 결혼이라고 본다. 진정한 전략적 동맹으로 전환되는 데는 도전들이 있을 것이다.”



 - 일본의 평화헌법 개정과 집단적 자위권 추진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원론적으로 일본이 집단적 자위권을 도입하려는 데 대해 걱정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 일본이 인도주의적 작전이나 유엔평화유지군에 기여하기 쉬워질 것이다. 동시에 일본엔 과거사에 대해, 또 평화헌법의 해석이나 군사 태세 변경에 대해 역내에서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데 대한 설명의 의무도 있다. 일본은 미국의 우방이고 미국도 아태 지역의 불필요한 분쟁에 끌려 들어갈 생각이 없다는 점에서 안도할 만하다.”



 -‘IISS 글로벌 분쟁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국제 분쟁이 3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위기 관리가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해 초 많은 전문가가 아시아 분쟁을 걱정했지만 현실을 보면 유럽에서 분쟁이 벌어지고 있다. 아시아 국가들이 경제성장과 번영을 민족주의나 영토적 이해보다 우선하는 것 같다.”



 -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안보 전략인 전략적 인내와 아시아 재균형(rebalance)이 제대로 작동할까.



 “전략적 인내는 중요한 심리적 태도이긴 하나 전략이라 볼 순 없다. 위기 해결을 희망하는 걸 넘어 위기에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미국은 과거 한국·일본·호주 등 전통 우방에 크게 의존했다. 그러나 이제 인도·뉴질랜드·베트남·미얀마 등 보다 광범위한 협력 관계를 맺는 데 관심을 보이고 있다.”



 - 우크라이나 위기가 지속되고 있다.



 “우크라이나·러시아·분리주의자들 3자 간 긴장 때문에 정전이 어렵다. 장차 정치적 협상이 시작될 때에 대비해 자신들에게 유리한 상황을 만들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우크라이나가 서구 진영으로 곧장 이동하는 걸 원치 않는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허약해지길 원한다. 동시에 곤궁하고 불안정한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을 위한 비용을 치르고 싶어하지 않는다. 대규모 전쟁은 러시아 내에서 인기가 없을 것이다.”



대담=박진 전 국회 외통위원장

정리=고정애 런던특파원 ockham@joongang.co.kr



◆IISS=1958년 런던에 설립된 정치·군사분쟁 분야의 세계적 연구기관. 미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62년 설립)의 모델이기도 하다. 저작물 중 『군사 균형(Military Balance)』은 각국 군사력을 평가하는 기준이 되고 있다. ‘국방의 다보스포럼’이란 별칭의 ‘샹그릴라 대화’(2002년 창설), 중동 문제를 다루는 ‘마나마 대화’(2005년), 태평양 양안 문제를 다루는 ‘카르타헤나 대화’(2015년)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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