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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석의 대동강 생생 토크] 희토류로 몸값 올린 북한, 중·일 사이서 '외교 줄타기'

중앙일보 2015.03.31 01:13 종합 18면 지면보기
북한의 지하자원에 세계가 눈독을 들이고 있다. 중국뿐 아니라 러시아·영국·미국까지 관심이 많지만 특히 일본이 적극적이다. 일본의 타겟은 희토류다. ‘희귀한 흙’이라는 뜻의 희토류는 탁월한 화학적·전기적·발광적 특성을 갖고 있어 휴대전화·컴퓨터·자동차·발전기 등의 필수 원료다. ‘첨단산업의 비타민’이라고도 한다.


센카쿠 분쟁에 희토류도 한몫
일본, 대북 관계 개선 마음 급해
중국, 북한산 희토류 계속 수입
존재감 부각시키고 일본 경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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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이 북한 희토류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중·일 관계가 틀어지면서다. 일본은 중국 희토류 수출량의 56%를 차지한다. 중·일 관계가 경색되면 희토류의 수입에 차질이 빚게 되고 일본 산업은 직격탄을 맞게 된다. 실제로 이런 우려가 현실로 드러났다. 일본은 2010년 9월에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둘러싼 영유권 분쟁 당시 호된 경험을 했다.



 일본이 센카쿠 열도 부근에서 조업중인 중국 선원들을 구금하자 중국은 석방을 요구했다. 일본은 구금 6일 만에 선원 14명을 풀어주는 대신 선장을 계속 구금했다.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가 선장의 즉각 석방을 촉구했지만 일본은 꿈쩍하지 않았다. 이때 중국이 꺼낸 카드가 희토류 수출 금지였다. 일본은 희토류 카드를 꺼내자 사흘 만에 선장을 풀어줬다. 중국의 승리였다. 덩샤오핑(鄧小平)이 1992년에 말한 “중동에 석유가 있다면, 중국에는 희토류가 있다”는 것을 입증한 셈이다.



 일본은 희토류 수입의 다변화를 꾀하지 않을 수 없었다. 희토류의 안정적 공급을 위해 베트남·카자흐스탄·에스토니아 등의 자원을 고려하다 북한에 다량의 희토류가 매장돼 있다는 것을 알았다. 북한은 그때까지만 해도 희토류에 관심이 많지 않았다. 1980년대부터 희토류의 가치를 알곤 있었지만 대규모 장치를 설치해야 생산이 가능해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러다가 중·일 분쟁으로 희토류에 제대로 눈을 떴다. 북한 국가자원개발성 조사국은 지난 23일 호주 등의 지질학자등과 함께 진행한 조사 결과 북한에 희토류가 2억1600만t 매장돼 있다고 발표했다. 조사국은 “2010년 세계 희토류 소비량이 14만t 정도였는데 이 정도면 대단한 매장량”이라고 자랑했다.



 이번 북한의 발표는 직접 탐사가 아닌 추정치라 그대로 믿을 순 없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의 희토류는 여러 광물 속에 미량으로 함유돼 있는 상태”라며 “경제성이 있는 것은 4800만t 정도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정도라도 중국의 희토류 매장량(8900만t)에 이어 세계 2위에 해당된다.



 중국은 지난 1월 세계무역기구(WTO) 결정에 따라 희토류 수출 쿼터제를 폐지하고 엄격한 환경 기준을 적용해 생산을 통제하고 있다. 희토류는 채굴할 때 불소와 먼지 외에 토륨 등 방사성 물질이 발생한다. 가공 처리과정에서 화학 연료를 대량 사용하기 때문에 폐가스·황산화물·황산 등의 오염물질도 나온다. 따라서 폐수처리 장치도 필요하다.



 일본이 북한과의 관계가 하루빨리 개선되기를 희망하는 이유다. 북한은 환경 규제가 중국보다 덜 까다롭기 때문이다. 러시아가 지난해 10월 북한과 합작으로 북한 내륙철도의 개보수 사업에 착수하면서 희토류 개발에 뛰어들어 자금을 충당하기로 한 것도 이 때문이다.



 북한은 희토류를 고리로 중국·일본·한국 등과 조심스런 줄타기를 하고 있다.



 북한도 북·일 교섭이 잘 풀리길 바란다. 지금은 납치 문제로 꼬여 있지만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일본에 대해 좋은 인상을 갖고 있어서다. 김 제1위원장은 재일동포 출신인 어머니 고영희(1953~2004)의 영향으로 어릴 때부터 일본에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하지만 고민도 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생전 “지하자원을 한국과 공동 개발하라”고 지시했다. 원석을 그대로 팔면 부가가치가 없기 때문에 한국과 공동 개발해 부가가치를 높여 팔아라는 주문이었다.



 현재의 남북관계를 보면 희토류의 공동 개발은 요원하지만 한국도 전혀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정부는 2011년 북한과 강원도 평강군의 희토류 광산 개발사업을 추진했다. 다만 지금처럼 일본에서 가공한 희토류를 수입하는 것과 일본에서 설비를 구입해 남북한 공동 개발을 하는 것 중 어느 것이 이익인지 따져봐야한다는 입장이다.



 중국도 북한의 희토류를 주시하고 있다. 희토류로 일본을 압박할 수 있는데 북한이 새로운 공급처가 되는 건 달갑지 않을 수 있다. 그래서 적은 양이지만 북한에서 희토류를 수입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북한이 중국에 수출한 희토류는 60t 정도다. 임을출 경남대 교수는 “비록 미미한 수준이지만 중국은 북한이 계속 의존하게 하면서 자신의 존재를 유지하고 부담을 주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임 교수는 “갈수록 자원전쟁이 심해질 텐데 희토류는 전략적 가치가 높은 자원인 만큼 남북 공동의 번영에 이용되기를 기대해 본다”고 말했다.







고수석 통일문화연구소 연구위원 ko.soos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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