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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아침] 지금은 비가

중앙일보 2015.03.31 00:20 종합 28면 지면보기
지금은 비가
-조은(1960~ )


벼랑에서 만나자. 부디 그곳에서 웃어주고 악수도 벼랑에서 목숨처럼 해다오. 그러면

나는 노루피를 짜서 네 입에 부어줄까 한다.

아. 기적같이

부르고 다니는 발길 속으로

지금은 비가……

진정성 없는 관계들 탓에 마음이 권태라는 진흙탕 속에 뒹군다. “나는 노루피를 짜서 네 입에 부어줄까 한다” 이런 극진함이 없다면 그 관계는 가짜다. ‘밀당’을 하고, ‘썸’ 타는 것, 인맥을 ‘관리’하는 따위가 다 그렇다. 관계를 전략으로 보고 꺼내든 야트막한 수작들이다. 겉치레와 허장성세로 짜인 관계들 위에 세워졌다면 그 삶도 진짜가 아니다. 사랑이건 우정이건 제 것을 아낌없이 주며 환대하고, 받을 때도 벼랑에서 목숨 받듯 한다. 전율이 전류처럼 찌릿하게 흐른다. 그게 진짜다. <장석주·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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