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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New York Times] 내가 난관절제수술을 받은 이유

중앙일보 2015.03.31 00:16 종합 29면 지면보기
앤젤리나 졸리
영화배우
“혈액검사를 해보니 단백질 수치는 정상입니다. 그런데….”

 2주일 전 주치의로부터 이런 전화를 받았다.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혈액에 포함된 단백질 수치는 난소암 발병 여부를 측정하는 대표적 지수다. 나는 난소암 가족력이 있어 매년 검사를 받고 있다.

 하지만 주치의가 전화를 걸어 온 이유는 따로 있었다. 그는 “그런데…”라며 말을 잇더니 “염증성 인자가 많이 늘었다. 초기 난소암 징조일 수 있다”고 잘라 말했다. “외과 전문의에게 정밀검사를 받아라”는 권유와 함께 말이다. 숨이 멎는 것 같았다. 난소암을 앓는 여성 수천 명이 진단 결과를 들은 직후 느꼈던 감정을 나 또한 겪은 것이다. “침착하자, 강해져야 한다. 자식들이 자라나는 모습과 손주들의 재롱을 보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몇 번이나 되뇌었다.

 즉시 프랑스에 머물고 있던 남편(영화배우 브래드 피트)에게 전화를 걸었다. 남편은 당일 비행기를 타고 내게 달려와 줬다. 사형선고 비슷한 순간을 맞았지만 좋은 점도 있었다. 모든 게 분명해진다는 사실이었다. 내가 뭘 위해 살아야 할지, 내 삶에서 누가 가장 중요한지를 분명히 알게 된다. 모든 사안이 명확하게 극단으로 갈리지만, 마음은 오히려 평화로워진다.

 나는 역시 난소암으로 세상을 떠났던 어머니를 치료해 줬던 어머니 연배의 여의사를 찾아갔다. 어머니께서 숨진 날 이후로 한 번도 보지 못했던 그였다. 그는 날 보자마자 눈물을 쏟으며 “넌 엄마와 꼭 닮았구나”라고 했다. 마음이 무너지는 것 같았지만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와 나는 “기왕 닥친 암이니 빨리 해결하자”고 의기투합했다.

 바로 초음파 검사를 받았다. 다행히도 특별히 걱정할 만한 징후는 없었다. “만약 암이라면 초기일 가능성이 아주 높다”는 진단이 나왔다. 검사받지 않은 부위에 암세포가 숨어 있는지 여부는 닷새 뒤에야 알 수 있었다. 멍한 심정으로 120시간을 보냈다. 아이들 축구 경기를 응원하며 암 생각을 잊기 위해 노력했다.

 마침내 최종 검사 결과가 나왔다. 깨끗했고, 종양 결과도 음성이었다. 방사능이 남아 있는 몸이라 기뻐하는 아이들을 안아줄 순 없었지만 너무나 행복했다. 하지만 초기 난소암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그래도 악성 종양과 비교하면 심각한 문제는 아니었다. 다행히 난소난관절제술을 받을 수 있는 상태였다. 나는 난소암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이 방법을 선택했다.

 2년 전 혈액검사 결과 ‘BRCA1’이란 내 몸속의 유전자가 변이를 일으켜 유방암에 걸릴 확률이 87%, 난소암에 걸릴 확률이 50%에 달한다는 걸 알고 있던 탓도 있었다. 어머니와 할머니, 이모가 모두 암으로 세상을 뜬 것도 절제술을 선택한 이유가 됐다.

 하지만 여성들은 귀담아 듣기 바란다. 단순히 BRCA1 유전자가 변이를 일으켰다고 수술실로 직행해야 하는 건 아니다. 양의사는 물론 한의사까지 여러 명을 만나 얘기를 들어보니 난소암 치료법은 다양했다. 피임약을 먹거나 대체약품을 사용하며 자주 검사를 받는 방법이 한 가지 예다.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택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내 경우는 상담해 준 의사들 모두가 “BRCA1 유전자를 보유한 데다 가족 중 3명이 암으로 숨졌다면 나팔관과 난소를 제거하는 게 최선”이라고 입을 모았기에 수술을 선택한 것뿐이다. 어머니는 49세에 암 진단을 받았다. 지금 나는 39세다.

 마침내 지난주 난소난관절제술을 받았다. 그 결과 난소 한쪽에 작은 양성 종양이 발견됐다. 하지만 정밀검사 결과 암은 아닌 것으로 판명됐다. 난소를 떼어낸 내 몸엔 ‘생체 적합 에스트로겐’을 함유한 투명 패치가 삽입됐다. 이는 내 몸의 호르몬이 균형을 유지하도록 도와준다.

 사람의 몸에서 모든 위험인자를 제거할 수는 없다. 나는 여전히 암에 취약하다. 그래서 앞으로 면역력을 키워주는 자연치유법을 찾을 계획이다. 나는 수술을 받은 뒤 더 여성스러워진 기분을 느낀다. 나 자신과 가족을 위해 내린 선택에 확신을 갖는다. 우리 아이들 입에서 “엄마는 난소암으로 돌아가셨어”란 말이 나올 이유가 없어졌다고 믿기 때문이다.

 몸에 호르몬 대체제를 삽입했지만 수술로 인한 폐경은 피할 수 없었다. 나는 이제 더 이상 아이를 낳을 수 없다. 신체적인 변화도 생길 것이다. 그러나 무슨 일이 닥치든 편하게 생각하겠다고 다짐한다. 내 정신력이 강해서라기보다는 이 또한 삶의 일부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두려워할 일이 아니다.

 나보다 훨씬 젊은 나이에 나 같은 병을 얻어 출산 능력을 잃은 여성들의 아픔을 강하게 느낀다. 그들의 상황은 나보다 훨씬 나쁘다. 하지만 희망도 있다. 나팔관을 절제하더라도 난소를 그대로 둔다면 생식 능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모든 여성이 이 사실을 알았으면 한다. 물론 신체의 일부를 떼어낸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건강 문제만큼은 남성이건 여성이건 스스로 결정을 내리고 정면 돌파해야 한다. 주변의 전문가들에게 조언을 구하며 치료법을 찾는다면 자신에게 맞는 선택을 할 수 있다. 아는 것이 힘 아닌가.

앤젤리나 졸리 영화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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