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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반퇴시대, 인생 2막은 해외서

중앙일보 2015.03.31 00:01 경제 8면 지면보기
한호현
정보통신산업진흥원 본부장
김영식씨는 최근 직장에서 정년 퇴임한 60대다. 90년대 초부터 정보통신부에서 우편 전산화 운영을 담당했다. 우편사업 전산화 전문가로 통했다. 하지만 지난 2010년 퇴직했다. 그가 현역시절 쌓은 현장 경험과 지식은 감사패에 담아 장식장에 넣어둘 수밖에 없었다. 환갑을 넘긴 그가 자신의 경력을 살려 재취업하기는 사실상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해보겠다는 의지로 늦은 나이에 유아교육을 독학했다. 교육 봉사활동도 해보았지만 60대가 할 수 있는 경제 활동은 극히 제한적이었다.

 이처럼 산업현장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우리나라 경제와 문화성장에 큰 역할을 담당했던 50대와 60대 퇴직이 요즘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있다. 퇴직 규모가 만만치 않다. 매출 기준 상위 300대 상장사에서 지난해 1~9월 사이에 명예퇴직한 사람이 무려 2만7800명이나 됐다. 어떤 기업에선 만 52세 이상 450명 전원이 명예퇴직 대상이 되기도 했다.

 베이비부머(Baby Boomer)들의 퇴직과 재취업은 더 이상 그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 가족, 우리 사회가 함께 풀어야하는 문제가 된 셈이다. 사실 그들의 퇴직은 국가적으로도 부담이다. 그들이 많은 경험과 노하우를 축적하고 있어 그들의 은퇴가 귀중한 자원의 손실이기도 하다. 국가 차원에서 이들의 고급 기술과 노하우가 활용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불행하게도 은퇴한 50대와 60대가 국내에서 재취업하기는 결코 쉽지 않다. 하지만 그들의 경험과 노하우를 절실히 필요로 하는 곳은 반드시 있다. 바로 우리나라가 이룬 경제 기적 경험과 노하우를 원하는 개발도상국이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은 각 분야에서 퇴직한 전문 인력을 개도국에 파견하여 경제개발 경험과 노하우를 전수하는 ‘월드프렌즈 퇴직전문가 해외파견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2010년 이후 현재까지 38개국에 349명의 퇴직 전문가를 파견했다. 우편사업 전산화 전문가로 활약했던 김영식씨도 ‘퇴직전문가 해외파견사업’을 알게 되면서 인생 2막을 열었다. 그는 이 사업에 지원, 파라과이 우정국에서 자신이 그 동안 쌓은 현장경험과 노하우를 공유하며 우편번호 체계개편 등 파라과이의 우편전산화를 위한 자문관으로 활동했다.

 해외 파견은 퇴직한 시니어들에게 제2의 자아실현의 기회다. 개도국엔 한국의 경제·산업 발전 노하우를 전수받을 수 있는 기회다. 경제발전 경험과 노하우를 전수받고자 하는 개도국으로부터의 요청 역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또 이 사업은 한국과 개도국 간 우호 증진에도 기여하고 있다. 퇴직 전문가들은 민간외교관으로서 국위선양을 했다는 것에 대한 자부심도 크고, 파견을 마친 후 현지에 정착해 현지 기업·정부와 함께 추가 프로젝트를 추진하기도 한다.

 은퇴자들은 인생 전반전을 직장과 가정을 위해 헌신했다. 이제 시작되니 인생 후반전에서는 경험과 노하우를 나눔으로써 50대와 60대 가 또 다시 젊어질 수 있다. 이는 또 다른 ‘완생’이지 않을까.


한호현 정보통신산업진흥원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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