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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와인 정복기

중앙일보 2015.03.29 19:43
대형마트 와인들이 ‘카트족’의 발길을 붙든다. 이달 초 빅데이터 전문기업 솔트룩스는 트위터ㆍ블로그 게시물 등 4억4000만 건을 분석해 와인 구매자들의 소비행태를 조사했다. 그 결과 지난해 와인 구매장소로 가장 많이 언급된 곳은 대형마트(2만5687건)였다. 편의점(1만175건), 백화점(9928건)을 압도했다. 이미 이마트ㆍ롯데마트ㆍ홈플러스 등 ‘3대 대형마트’에선 와인 매출이 소주를 넘어선지 오래다. 지난해 12월엔 이마트의 칠레산 와인 G7이 ‘밀리언 셀러’(누적 판매량 100만 병)로 첫 등극했다.



마트에서 파는 와인의 시음기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는 동호회도 생겨났다. 지난해 11월 만들어진 페이스북 모임인 ‘마트 와인 정복기’다. 페이지 구독자 수만 현재 8000명에 달한다. 이곳에선 와인 라벨을 찍은 사진과 별점 등 간단한 후기, 와인 실속 팁이 활발히 공유된다.

지난 24일 오후 9시 강남역 인근의 한 와인 레스토랑에서 마트 와인 정복기 회원들을 만났다. 8년 경력의 소믈리에 박경태(42)씨는 와인쇼핑몰 ‘와인365’의 이사를 맡고 있다. 와인 관련 칼럼을 쓰고 팟캐스트 와인 전문 방송에도 출연했다. 누적 방문자 수가 100만 명인 와인 파워블로그를 운영하는 치과의사 황기영(39)씨는 백화점에서 와인 특강도 한다. 화장품 회사를 다니는 김민채(29ㆍ여)씨는 해외 여행을 나가면 와인숍부터 들르는 골수 와인족이다.



이들에게 ‘마트 와인 잘 고르는 법’을 물었다. 처음엔 “대형마트에서 싫어할 거다”라며 손사래를 치더니, 와인이 한두 잔 들어가자 비법(?)들을 하나 둘씩 털어놓기 시작했다.



이들은 1만~3만원대 저가 와인을 고를 땐 ‘적도 너머의 생소한 국가 와인을 고르라’고 입을 모았다. 와인 입문자들은 프랑스ㆍ이탈리아 등 전통적으로 와인을 생산해 온 유럽권 국가의 와인이 대개 좋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칠레·아르헨티나·남아공 등 적도 남쪽 ‘신대륙’ 와인이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비)가 더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는다. 특히 황씨는 ‘칠, 메, 한’ 세 글자를 기억하라고 당부했다. ‘칠레산 메를로(Merlot) 와인을 고른 뒤 한 시간 뒤에 마시라’는 의미다. 포도 품종의 일종인 메를로는 거부감이 없고 맛이 부드러워 실패 확률이 낮다. 황씨는 “코르크 마개를 연 뒤 와인을 50~100㎖ 정도 비우고 한 시간 뒤에 마시라"로 조언했다. 와인을 오픈하면 산소와 접촉하며 풍미가 변하는데, 통상 저가 신대륙 와인의 경우 한 시간 정도 지났을 때 맛이 가장 좋다. 또 포도의 수확 상태가 좋았던 빈티지(생산연도)에 대한 정보가 없을 땐 최근에 생산된 영(Young) 빈티지 상품을 고르는 게 만족도가 높다고 이들은 말했다.



5월과 설ㆍ추석에 마트에서 와인을 구입하게 되면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어버이날ㆍ스승의날 등 기념일이 몰려있는 5월과 선물용 와인 구입이 잦은 명절 시기는 대형마트 입장에선 ‘와인 대목’이다. 그만큼 평소 잘 팔리지 않는 와인을 파격가에 내놓는 경우가 많다. 이때 마트 와인코너 직원들의 추천에만 의존하는 건 곤란하다. 와인수입사 등 협력업체에서 파견나온 직원들이 은근슬쩍 자사의 와인을 권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와인을 사기 전에 와인 병을 잘 살펴보는 것도 중요하다. 대형마트는 와인을 일반 상품과 똑같이 취급하기 때문에 보관상태가 좋지 않을 수 있다. 마트 진열대의 강한 조명이 내리 쬐는 곳에 있는 제품은 2~3시간 만에 병 속의 와인이 끓어오르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간혹 누주(漏酒·와인이 코르크 위로 새어 나오는 현상)됐거나 병 표면에 술이 흘러내린 자국이 남아 있는 와인이 있다. 이러한 와인을 샀을 땐 개봉하지 않고 영수증을 챙겨 가면 교환·환불 받을 수 있다.



와인의 맛과 잘 어울리는 음식을 뜻하는 마리아주(Mariage)를 따져보는 것도 선택에 도움이 된다. 수학의 ‘근의 공식’처럼 마리아주를 대입하면 어떤 와인을 마셔야할지 쉽게 답이 나온다는 얘기다. 소고기는 거친 맛을 내는 포도 품종인 말벡(Malbec)과 호주산 시라(Syrah) 와인과 어울린다. 떡볶이나 갈비찜같은 한식은 프랑스 론 지방에서 생산되는 와인과 곁들이는 게 좋다. 김씨는 “매콤하면서도 맛깔스런 맛이 론 와인과 한식의 공통점”이라 했다. 피자ㆍ파스타는 이탈리아산 끼안티와 궁합이 맞는다. 박씨는 "마리아주를 참고하는 건 좋지만 같은 포도 품종이라도 생산지와 제조 방식에 따라 다양한 맛을 내기 때문에 지나치게 이런 공식에만 연연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이도저도 어렵다면 스마트폰의 도움을 받는 건 어떨까. 네이버앱을 실행한 뒤 검색창 옆에 있는 마이크 아이콘을 터치하면 와인 라벨 검색 버튼이 나온다. 와인 라벨 정면을 카메라로 비추면 네이버에 등록된 와인 정보가 자동으로 검색된다. 와인 생산지ㆍ당도ㆍ제조사 등을 알 수 있어 유용한 기능이다.





▶마트 와인 들고갈 수 있는 콜키지 프리(Corkage free) 레스토랑

괜찮은 마트 와인을 골랐다면 콜키지 프리를 허용하는 레스토랑에 가는 건 어떨까. 추가 비용 없이 음식과 와인을 함께 즐길 수 있다.



#홍대 빠넬로

국물없이 소스와 면만 볶아내는 정통 파스타 집이다. 양유(羊乳) 치즈인 이탈리아산 페코리노 치즈와 계란만으로 만든 까르보나라 파스타(2만2000원)가 인기다. 샌드위치 모양의 모르따넬로 피자(2만4000원)는 오직 이집에서만 맛볼 수 있는 메뉴다. 서울 마포구 서교동 400-22 1층.



#압구정 가로수길 마리오스 키친

대형 꼬치에 막 구워진 바비큐를 테이블에 그대로 내놓는다. 대표적인 건 통오리ㆍ포크립ㆍ삼겹살ㆍ소시지가 한번에 제공되는 바비큐 세트(4만5900원ㆍ3인 기준)이다. 부드럽고 달콤한 맛의 단호박 크림 스프(1만1900원)도 별미다. 서울시 강남구 신사동 532-2번지 2층.



#강남 라바트

1~3만원대 합리적인 가격에 파스타ㆍ피자는 물론 낯선 모로코풍 요리까지 골라 먹을 수 있다. 모든 공간이 좌식 룸으로 꾸며졌고 20명 이상 수용 가능한 단체방도 있다. 주말엔 콜키지 요금이 없지만 평일엔 와인 한 병당 1만원을 받는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 821-1 이즈타워 지하 2층.





장혁진 기자 analo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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