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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천지에 똑같은 건 없다" 말한 이유는

중앙일보 2015.03.29 17:55
나흘간의 일정을 마치고 29일 막을 내린 보아오포럼에서 중국이 꿈꾸는 미래상이 구체적인 모습으로 그려졌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기조연설(28일)을 통해서였다.



시 주석은 '아시아는 운명공동체'라고 규정한 뒤 경제 통합을 주도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구체적인 방법으로 제시된 '일대일로(一帶一路) 경제권' 의 범위는 아시아를 뛰어넘어 유럽과 아프리카에까지 이른다. 일대일로는 육상 실크로드(일대)를 따라 중앙아시아는 물론 유럽 대륙까지 아우르고, 해상 실크로드(일로)를 따라 동남아~인도양~중동~아프리카까지 연결되는 거대 경제권이다.



시 주석은 “일대일로 구상은 공허한 구호가 아니라 이미 60여개 국가와 국제기구가 참가하거나 참가에 긍정적인 의사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중국의 구상이 성사되면 유라시아 대륙은 고속철도망을 통해 사통팔달로 연결되고 태평양과 인도양 곳곳에는 대규모 물류 허브가 새로 건설된다. 송유관·가스관·전력망 등 에너지 기반시설이 연결되고 참여 국가들간의 투ㆍ융자 보증, 통화스와프 확대 등 금융 일체화도 가속된다. 이처럼 방대한 네트워크의 중심에 서겠다는 게 중국의 꿈이다. 중국은 이를 위해 먼저 400억 달러(약44조원)의 뭉칫돈을 내놓고 실크로드기금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또 미국의 견제를 뚫고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창설을 주도해 역내외 국가들의 참여를 이끌어냈다.



그러다 보니 미국 등 서방은 일대일로 전략이 실크로드의 개념을 빌린 21세기판 중국의 패권 전략이란 의구심을 갖고 있다. 이를 의식한 듯 시 주석은 연설 곳곳에서 중국 패권론을 불식시키기 위한 발언을 반복했다. “무릇 천지에 똑같은 것이 없는 것은 자연의 이치(夫物之不齊 物之情也)”라는 맹자의 구절을 인용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예전에도 공개 연설에서 두 차례 인용했던 시 주석의 상용구였다. “문명 간에는 우열이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특징이 있을 뿐”이라며 일대일로 경제권이 문명 교류를 촉진하고 공동의 번영을 일궈내는 윈-윈 전략임을 강조하기 위한 인용이었다.



“혼자 가면 빨리 갈 뿐이지만, 함께 가야 멀리 간다”는 아프리카 속담과 “한 그루의 나무론 바람을 막을 수 없다”는 유럽 속담을 인용한 것도 마찬가지 의미였다. 시 주석은 이어 “중국은 평화로운 발전을 추구한다는 결심에 변함이 없다”며 “중국은 근대 이후 100여년 동안 분쟁과 전화에 휩싸였는데 그 비참한 경험을 절대로 다른 나라, 다른 민족에게 강요하지 않겠다”는 말도 했다.



이번 보아오 포럼에선 이른바 ‘뉴노멀’(신창타이ㆍ新常態)이란 용어로 표현되는 중국 경제의 전망과 과제도 집중적으로 거론됐다. 10%대의 성장률을 넘나들던 중국 경제가 6~7%대의 중속 성장기로 접어든다는 뜻을 담은 이 용어는 중국 경제의 구조 개혁과 체질 강화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대규모 투자로 양적 성장을 이뤄낸 중국 경제가 질적 변화를 중시하는 방향으로 패러다임이 바뀐다는 뜻이다. 쩡페이옌(曾培炎) 전 중국 부총리는 “부동산이 성장을 이끌던 시대는 막을 내리고 있다”고 말했다. 여태까지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에선 부동산 개발과 인프라 투자가 약 20%를 차지해 왔다.



보아오포럼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중국 경제의 새로운 동력으로 인터넷 관련 산업을 꼽았다. 주룽지(朱鎔基) 전 총리의 아들인 주윈라이(朱雲來) 전 국제금융공사(CICC) 총재는 “이른바 ‘인터넷 플러스’, 즉 인터넷과 전통산업의 융합을 통해 중국 경제가 성장 동력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경제의 주축이 국유 기업에서 민영 기업으로 확고히 옮아갈 것이란 진단도 나왔다. “고수(高手)는 민간에 있다”고 강조한 리커창(李克强) 총리의 발언과 일맥상통하는 전망이었다. 다랴오샤오치(廖曉淇) 전 상무부 부부장은 “민간 투자액이 전체 투자액의 70%를 차지할 만큼 영향력이 커졌다”고 말했다. 쩡 전 부총리는 “중국 정부가 추진중인 ‘대중창업 만중창신(大衆創業, 萬衆創新)’이라는 창업 프로젝트를 통해 성장 동력을 창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예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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