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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고전적인 신데렐라라니. 영화 ‘신데렐라’

중앙일보 2015.03.29 09:10
[매거진M] 이토록 고전적인 신데렐라라니. 영화 ‘신데렐라’(원제 Cinderella, 3월 19일 개봉, 케네스 브래너 감독)는 그 점에서 모두의 예상을 뒤엎는다. 냉소적 고전 비틀기와 원작 재해석이 판을 치는 2015년 할리우드에서, 케네스 브래너 감독은 오히려 원작에 충실한 정공법을 택했다.





왼쪽부터 리처드 매든, 릴리 제임스, 케네스 브래너 감독. [AP=뉴시스]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미덕은 살리되, 평면적인 캐릭터에 입체감을 더해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신인 릴리 제임스와 리처드 매든을 신데렐라와 왕자로 내세워 신선함을 더한 것도 과감하고 영리한 선택으로 보인다. 지난 1일 미국 베벌리힐스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신데렐라’의 두 주인공 릴리 제임스(26), 리처드 매든(29)과 케네스 브래너(55) 감독을 만났다.







동화 같지만 현실적인 로맨스-‘신데렐라’ 릴리 제임스 & 리처드 매든



-처음 출연 제의를 받았을 때 기분이 어땠나.

릴리 제임스(이하 제임스): “어려서부터 온갖 공주 이야기에 매료됐던 터라 기뻐서 어쩔 줄을 몰랐다. 브래너 감독이 직접 전화를 걸어 ‘나의 신데렐라가 되어주겠느냐’고 말했을 때는 심장이 터지는 줄 알았다. 하지만 곧 역할에 대한 부담이 몰려왔다. 오빠와 남동생이 ‘넌 신데렐라와 닮은 구석이 하나도 없다’고 놀려 대는 통에 스트레스도 적잖이 받았다(웃음).”



-많은 여성의 환상 속에 존재하는 왕자 역에 어떻게 접근했나.

리처드 매든(이하 매든): “원작 동화나 애니메이션에서는 이름조차 알려지지 않은 캐릭터라 많은 것을 상상하고 창조해내야 했다. 다행히 이 작품 속 왕자는 백마를 타고 나타나 여성을 구원한다는, 그릇된 환상을 심어주는 인물이 아니다. 사랑하는 여자를 있는 그대로 존중해줘야 한다는 현대적이고 올바른 메시지를 주는 인물이다. 이를 충실히 전달하고자 했다.”



-신데렐라 이야기는 전에도 수없이 다뤄졌다. 이 영화만의 특징이라면.

제임스: “원작에 충실하면서도 캐릭터의 설득력을 더했다는 점이다. 영화 속 신데렐라는 내면이 강인하고 용기를 지니고 있으며, 자신의 선택에 책임지는 슬기로운 여성이다. 왕자와의 관계도 훨씬 평등하고 깊이가 있다. 영화 후반 자신을 찾아낸 왕자에게 초라하지만 당당한 모습으로 ‘내 모습 그대로를 받아줄 수 있겠냐’라고 분명히 말한다. 얼마나 멋진가.”



매든: “어린이와 성인 관객을 모두 만족시키도록 시나리오를 균형 있게 각색한 점이다. 별다른 변주 없이 원작 동화를 거의 그대로 옮겼지만, 적절한 유머를 가미해 폭넓은 관객에게 다가갈 수 있는 작품이 됐다.”



-특별히 마음에 드는 장면이 있다면.

매든: “신데렐라와 왕자가 처음 숲 속에서 만나는 장면이다. 서로 존재를 모르지만 운명 같은 이끌림을 느끼는 두 사람의 모습이 마법처럼 펼쳐진다. 왕을 연기한 대배우 데릭 자코비와 대사를 주고받는 장면도 마음에 든다. 왕자 캐릭터에 유머와 인간미를 불어넣은 대목이기 때문이다. 왕자와 신데렐라이기 이전에 누군가의 아들과 딸로 두 사람을 보여줘 둘의 로맨스가 훨씬 현실적으로 느껴진 게 아닐까 싶다.”



-무도회 장면에서 신데렐라가 입은 드레스가 환상적이다.

제임스: “완전히 변신한 느낌이었다. 평범했던 한 소녀가 드레스 한 벌을 통해 환상 속 공주로 탈바꿈하는 순간이었다. 과연 내가 모두의 환상을 만족시킬 만한 공주가 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두렵기까지 했다. 파란색과 보라색 천이 겹겹이 층을 이뤄 마치 한 편의 수채화를 보는 듯한 느낌의 마법 같은 드레스다. 수천 개의 보석이 움직일 때마다 반짝이는 것도 환상적이었다.”



-무도회 장면에서 멋진 춤을 선보였는데.

매든: “워낙 몸치라 두 달 반 동안 주 3~4회씩 왈츠 연습을 했다. 발 움직임에 신경 쓰느라 신데렐라와의 교감을 놓치고 싶진 않았다. 드레스 자락 피하랴, 600명의 보조 출연자가 바라보고 있다는 부담감을 떨치랴 정신 없었지만, 막상 신데렐라와 마주 보는 순간엔 정말 그녀밖에 보이지 않았다. 세상에 둘밖에 없는 듯한 기분으로 촬영했다.”



-둘 다 차기작은 케네스 브래너 감독이 연출할 연극 ‘로미오와 줄리엣’이다.

매든: “맞다. ‘신데렐라’를 함께 한 세 사람이 연극을 통해 재회하는 셈이다. 셰익스피어의 권위자로 알려진 브래너 감독이 연출하는 고전에 출연하게 된 것으로도 큰 영광이다. 제임스와는 서로 고민을 털어놓는 좋은 친구가 됐다. 연극을 하며 서로에게 큰 힘이 될 것 같다.”





누구라도 공감할 수 있게-케네스 브래너 감독



-신데렐라 이야기를 새롭게 연출하며 가장 중점을 뒀던 부분은.

“너무 순진무구하지는 않은, 세련된 맛이 살아 있는 신데렐라 이야기를 만들고 싶었다. 스스로 결정하고 행동하는 강한 여성으로 신데렐라를 묘사하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다. 신데렐라가 믿는 가치를 관객도 공감할 수 있게 하는 것이 관건이었다. 이를 위해서는 신데렐라라는 인물이 어떻게 자라왔고, 어디서 영향을 받았는지를 보여주는 게 중요하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영화 초반에 그녀의 어린 시절을 집약적으로 보여주기로 결정했다. 부모님의 큰 사랑과 올바른 가르침을 받으며 자연을 벗 삼아 살아갔던 신데렐라의 어린 시절이, 극 중·후반 그녀의 선택과 행동에 설득력을 더해줄 수 있었다.”



-그렇다고 신데렐라를 마냥 천사로 그린 것은 아니다.

“신데렐라가 모든 사람에게 친절한 성녀라면 오히려 공감을 얻기 쉽지 않았을 거다. 내가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신데렐라가 자기 자신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는 점이었다. 자신의 현실이나 위치를 받아들이지 않는 기만적 인물이거나 모든 것이 잘 되리라는 공상에 사로잡혀 있는 인물은 절대 관객의 공감을 살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신데렐라 역에 릴리 제임스를 캐스팅한 이유는.

“내면과 외양의 아름다움을 고루 갖춘, 위트 있고 명석하면서도 자연스러운 매력의 소유자를 찾는 게 정말 힘들었다. 누구든 자기편으로 만들 만큼 선천적인 호감형의 배우를 찾아야 했다. 릴리 제임스가 꼭 그랬다. 한없이 예쁘지만 다가가기 어렵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 마치 옆집 친구 같은 편안함과 따스함을 가지고 있었다.”



-케이트 블란쳇에게 계모 역을 맡긴 것도 의외다.

“내가 합류하기 전부터 캐스팅돼 있었다. 그녀와 일해보고 싶어 이 영화 연출을 승낙한 면도 없지 않다. 언제나 준비 돼 있는 훌륭한 배우일 뿐 아니라 현장의 모든 사람들을 자연스럽게 이끄는 진정한 리더다. 후배 배우가 좋은 연기를 할 수 있게 받쳐주는 배려도 기가 막히다. 촬영할 때 예상치 못한 자세나 미묘한 동작으로 몇 번이나 나를 놀라게 했다. 왕자의 부하들이 유리 구두를 들고 신데렐라의 집에 찾아 온 순간, 문을 열어 주던 그녀의 뒷모습 실루엣을 보면 내 말을 금방 이해할 것이다. 한 마리 거미같이 지극히 우아하면서도 기괴한 포즈를 취한 그녀의 움직임이 경이로워 ‘지금 뭘 한 거냐. 정말 멋지다’고 흥분했던 기억이 난다.”



-프로덕션 디자인과 의상도 환상적인데.

“미술감독 단테 페레티와 의상감독 샌디 포웰은 나보다 먼저 이 작품에 합류해 일을 시작한 상태였다. 두 사람이 환상적 결과물을 내리라는 확은 있었지만, 내 머릿속에 있는 ‘신데렐라’의 세계와 조화를 이룰 수 있을지는 의문이었다. 시각적으로 풍요롭되 너무 알록달록하지 않도록 균형을 잡는 게 중요했다. 다행히도 우리 세 사람이 의견을 조율해 자연스러우면서도 화사한 비주얼이 완성된 듯하다.”



-극의 핵심인 무도회 장면을 연출하는 게 부담스럽진 않았는지.

“600명의 엑스트라와 화려한 의상, 궁전을 밝히는 2000개의 초와 음악, 춤 등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너무 많았다. 그 장면만 2주 정도 준비해 닷새 가량 찍은 듯하다. 하지만 스케일에 묻혀 그 장면의 진짜 의미를 잃고 싶진 않았다. 무도회 장면은 왕자가 신데렐라의 허리를 잡는 그 순간, 모든 것이 설명돼야 했다. 그 순간을 잘 포착하고 싶었다.”





글_베벌리힐스=LA중앙일보 이경민 기자 lee.rachel@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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