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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나나꽃 곁들인 쇠꼬리 짭조름한 바궁 소스와 잘 어울려

중앙선데이 2015.03.28 15:47 420호 28면 지면보기
필리핀 음식은 다국적 색깔을 지닌다. 수 백 년 동안 외국과 무역하고, 또 식민국으로 살아 온 역사 때문이다. 그래서 동아시아는 물론이고 인도·말레이시아·중국·스페인·미국까지 영향을 받아 발전해 왔다.
외국인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요리로 꼽히는 아도보(adovo)도 그렇다. 아도보는 식초와 간장 양념에 닭고기·돼지고기를 버무려 은근한 불에 장시간 조리는 음식. 원래는 스페인 고유요리였지만 이제는 필리핀의 비공식적 ‘국가 음식’이라고도 부를 정도로 나라를 대표한다.

<3> 주한 필리핀 대사 부인의 ‘쇠꼬리 스튜 카레카레’ 요리


이런 이유로 헤르난데스 주한 필리핀 대사 부인 역시 당연히 아도보를 준비하리라 예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그는 대신 필리핀의 토속음식인 쇠꼬리 스튜 카레카레(kare-kare)를 골랐다. 카레카레는 그의 고향인 필리핀 북부 팜팡가(Pampanga)에서 유래한 요리. 카레카레라는 말 또한 인도 향신료 커리에서 비롯됐다. 다른 점이 있다면 땅콩소스를 곁들여 구수하면서 자극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이에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 연회 주방 오흥민 팀장은 한국 잔칫상의 단골요리인 쇠갈비찜으로 화답했다.

쇠꼬리 대신 닭고기·돼지고기·해물도 좋아
헤르난데스 씨는 필리핀 전통의상 바롱을 입고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 호텔의 아시안 라이브 뷔페에 나타났다. 캐세이퍼시픽항공 승무원과 항공사 광고 모델을 지낸 경력에 어울리는 멋진 모습이었다.

서울에 부임한 남편 라울 헤르난데스 대사와 필리핀에서 학교를 다니는 두 자녀를 돌봐야 하기 때문에 그는 두 나라를 왔다 갔다 하는 바쁜 일상을 보낸다. 그럼에도 손이 많이 가고 시간을 많이 드는 찜요리 카레카레를 골랐다.

“카레카레는 제게 특별한 요리기 때문이지요. 제 고향인 팜팡가주와 그곳에서 보낸 어린 시절 가족과의 행복한 추억을 떠올리게 하거든요. 제 가족이 가장 좋아한 요리였고 마을 피에스타(축제·fiesta)에 빠지지 않은 음식이었죠. 이제는 제 아이들에게 카레카레를 통해 좋은 추억을 만들어 주고 싶어요.”

카레카레는 부드럽게 찐 쇠꼬리와 진한 육수에 땅콩소스, 작은 새우를 절여서 만든 바궁 알라망(bagoong alamang) 소스, 향신료 등을 넣어 끓여낸 뒤 바나나꽃·껍질콩·가지·청경채 등 각종 채소를 삶은 것과 함께 내놓는 요리다. 바궁은 짭조름한 맛이 새우젓과 비슷해 고기·생선·야채를 찍어 먹기 좋다.

“카레카레는 어린이와 어른 모두 좋아해요. 어릴 때는 주로 땅콩소스의 달콤한 맛을 즐기다 어른이 되면 바궁 알라망의 맛을 알아서 찾게 되죠. “

시간을 아끼기 위해 그는 전날 대사관저에서 쇠꼬리를 몇 시간에 걸쳐 미리 쪄왔다. 그리고 그 쇠꼬리 토막을 내놓은 다음 볶은 땅콩을 믹서에 갈아 고소한 냄새를 풍기는 소스를 만들기 시작했다.

“요즘엔 인스턴트로 된 카레카레 소스도 많이 팔기 때문에 쉽게 만들 수 있어요. 살이 도톰히 붙은 쇠꼬리를 구하기 힘들면 쇠갈비나 닭고기, 돼지고기나 해물도 괜찮아요. 다 땅콩소스와 잘 어울리거든요. 마찬가지로 채소 몇 가지도 계절에 따라 시장에서 쉽게 살 수 있는 것으로 골라 써도 됩니다.”

쇠꼬리에 곁들이는 채소 중 한국인이 생소할 것이 있다. 커다란 바나나꽃(banana blossom)이다. 바나나 나무에서 자라는 이 꽃은 보랏빛 껍질을 옥수수처럼 벗기면 속에 옅은 노란색 원뿔모양 야채가 있다. 날로 먹어도 되고 국에 넣거나 볶아서 먹어도 된다. 바나나 향이 그다지 강하지 않고, 맛은 아티초크와 비슷하다. 한국에서 찾기 힘들 수 있든 식재료일듯 싶었는데 그가 바로 귀띔을 해줬다. “일요일마다 서울 혜화동에서 열리는 필리핀 시장에서 구할 수 있어요.”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25년간 경력을 쌓고 특히 아시아 요리를 15년 넘게 담당한 오 셰프는 카레카레의 요리 과정을 지켜 보고는 이렇게 평했다. “섬유질이 풍부한 채소를 많이 사용해서 보양식으로 제격입니다. 또 오랜 시간 정성을 들여 조리하는 면에서 우리나라의 쇠갈비찜과 비슷하네요.”

찔수록 부드러워지는 한식 쇠갈비찜
이번엔 오 셰프가 헤르난데스 씨에게 쇠갈비찜을 소개할 차례다. 핏물을 뺀 쇠갈비에 칼집을 낸 뒤 삶아서 육수를 내는 동안, 요리하는 사람은 정말 바쁘게 움직여야 한다. 표고버섯은 1시간 정도 따뜻한 물에 불리고, 밤 속껍질을 벗기고, 대추 씨를 빼고, 은행을 기름에 살짝 볶고, 양념장을 만드는 등등 말이다.

오 셰프는 “당근과 무를 3cm 길이로 잘라 럭비 공 모양으로 만드세요”라고 헤르난데스 씨한테 설명했다. 갈비를 찌는 과정을 보며 헤르난데스 씨가 “초보자는 실수로 고기를 너무 오래 찔 수도 있겠다”고 걱정하자 오 셰프는 “갈비는 찔수록 부드러워진다”며 안심시켰다.

“갈비찜은 송편과 함께 주로 명절 때 나오는 음식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지금은 먹고 싶을 때 먹지만, 예전에는 명절 때만 맛을 볼 수 있었던 별미의 음식이었죠. 외국인들이 갈비찜을 좋아하는 이유는 한국의 어느 음식보다 덜 맵고 덜 짜기 때문이라고 생각되요.”

오 셰프는 카레카레와 갈비찜의 공통점도 꼽았다. “둘다 쇠고기가 주 재료인 데다가 경사스런 날에 빠지지 않는 요리죠. 2~3시간 노력을 투자해야 하니 귀한 손님에게 대접하는 요리라는 것도 비슷하고요.” 하지만 그러면서도 조리의 팁을 잊지 않았다. 시간과 정성을 들인 만큼 맛을 낼 수 있지만 여건이 되지 않을 땐 압력솥을 이용하라는 것. “깊은 맛은 조금 떨어지겠지만 이 경우 40분에서 1시간 사이에 조리가 가능해요.”

“배를 넣으면 고기가 연해지냐”는 헤르난데스 대사의 질문에는 “쇠고기에는 배, 돼지고기에는 파인애플이나 키위가 어울린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간장 양념장은 만들기가 간단해서 필리핀식 쇠꼬리찜이나 돼지고기찜에도 잘 어울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 카레카레 (6인분)

주재료: 쇠꼬리 1 ½ kg (5cm 길이로 토막 낸다), 양파 2개, 소금 15g(1ts), 블랙 페퍼콘 (말린 후추의 열매) 3 g (1ts), 바궁 알라망 100g (¼컵), 마늘 20g (4개), 아나토(annatto) 기름 60 ml (¼컵) (칠리 오일 등 다른 기름으로 교체 가능), 마락킷(malagkit) 60g (¼컵) 또는 곱게 갈은 찹쌀, 볶은 땅콩 200g (1컵) 곁들일 채소: 작은 가지 3개, 껍질 콩 한 묶음, 바나나 꽃 1개

만드는 방법
요리 전날
1. 쇠꼬리를 찬물에 씻는다. 냄비에 쇠꼬리를 넣고 물을 채워 10분동안 끓인다. 핏물 뺀 물을 버리고 다시 냄비를 물로 채운다.
2. 양파를 까서 토막 내고 쇠꼬리가 담긴 냄비에 넣고 소금과 블랙 페퍼콘을 추가한다.
3. 이것을 한번 펄펄 끓인 후, 82°C 온도를 유지하면서 2~3시간 정도 끓인다.
4. 우러나온 육수에 쇠꼬리가 담긴 채로 식혀서 냉장보관 한다.

요리 당일
5. 쇠꼬리를 육수에서 건져내고, 육수에서는 지방을 걷어낸다. 육수를 따로 보관한다.
6. 마락킷 혹은 찹쌀을 팬에 금색으로 빛날 때까지 볶아서 식힌다. 믹서에 쌀을 곱게 간다. 볶은 땅콩도 부드럽게 믹서에 간다.
7. 가지는 길게 자르고 껍질 콩은 5cm 길이로 다듬는다. 껍질 깐 바나나꽃 중간 부위를 4 토막 내고 소금 1ts 정도를 풀은 소금물에 담가 둔다. 마늘을 다진다.
8. 팬에다가 아나토 기름을 중간 불에 데우고, 새우 소스와 마늘을 추가해서 볶는다. 그러다가 쇠꼬리 토막을 팬에 넣고 몇 분 더 볶은 후 쇠고기 육수 4컵을 부어 끓인다. 불을 약하게 해서 육수가 반으로 줄 때까지 끓인다.
9. 여기에 볶은 찹쌀가루를 넣어서 걸쭉해질 때까지 저어준다. 그런 다음 땅콩소스를 추가하고 계속 저어준다. 불을 끄고 뚜껑을 덮는다.
10. 다른 냄비에 물과 남은 소금을 넣고 껍질 콩, 바나나꽃, 가지를 삶는다. 채소가 탱탱하게 익었을 때 건져서 쇠꼬리 옆에 곁들인다.

●●● 쇠갈비찜 (4~6인분)

주재료: 소갈비 600g, 무 300g(¼개), 당근 100g(½개), 건 표고버섯 25g(5장), 밤 75g(5개), 대추 20g(5개), 은행 16g(8알), 잣 10g(1ts), 달걀 60g(1개), 갈비 육수 500g(2½컵)
양념재료: 진간장 90g(5ts), 설탕 30g(2½ts), 물엿 29g(1½ts), 다진 파 28g(2ts), 다진 마늘 8g(½ts), 깨소금 6g(1ts), 후춧가루 1.3g(½ts), 참기름 13g(1ts), 배즙 70g(6ts)

만드는 방법
1. 1. 5cm 길이로 잘라 낸 소갈비는 기름을 떼어내고 찬물에 담가 핏물을 뺀다.
2. 갈비에 물 800g(4cup)을 부어 삶아 건져내고 갈비 삶은 육수는 기름을 걷어낸다.
3. 무와 당근은 가로 3cm, 세로 3cm, 두께 2cm 정도로 썰어 가장자리를 다듬고, 표고버섯은 1시간 정도 따듯한 물에 불려서 기둥을 떼고 반으로 가른다.
4. 밤은 속껍질까지 벗기고 대추는 씻어 씨를 빼고 은행은 살짝 볶아 속껍질을 벗긴다.
5. 달걀은 황백지단을 부쳐 길이 2cm 정도로 마름모꼴로 썬다.
6. 양념 재료를 섞어 양념장을 만든다.
7. 냄비에 갈비, 무, 당근, 표고버섯, 밤과 양념장 ½을 넣고 30분 정도 재웠다가 육수 500g(2½cup) 정도를 붓고 중불에서 끓인다.
8. 국물이 반으로 줄어들면 대추와 은행을 넣고 나머지 양념장을 넣어 위아래로 섞어 골고루 간이 들도록 하고 국물을 끼얹어 윤기를 낸다.
9. 국물이 자작해지면 그릇에 찜을 담고 위에 지단 썬 것과 잣을 뿌려낸다. 기호에 따라, 남은 양념장 소스에 녹말을 풀거나 걸쭉하게 졸여 갈비찜에 뿌려 나가도 좋다.


글 김사라 코리아중앙데일리 기자 kim.sarah@joongang.co.kr, 사진 박상문 코리아중앙데일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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