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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 에너지, 첨단 솔루션 개발 힘써 세계시장 공략을”

중앙선데이 2015.03.28 22:30 420호 4면 지면보기
중앙일보미디어플러스와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18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저유가 시대와 에너지 신산업’을 주제로 전문가 좌담회를 마련했다. 정부·산업계가 한자리에 모여 급변하는 세계 에너지시장을 진단하고 국내 에너지 신산업의 방향과 공조 방안을 논의했다.
글로벌 에너지 시장 급변
서울대 김희집 교수(이하 김희집):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최대 화두는 온실가스 감축과 저유가 추세의 지속성이다. 특히 온실가스 감축은 산업에 중장기적으로 미치는 영향이 크다. 에너지 시장의 변화를 어떻게 진단하는가?

‘저유가 시대와 에너지 신산업’ 전문가 좌담회


 산업통상자원부 문재도 2차관(이하 문재도): 에너지 산업의 미래는 예측이 어렵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부터 석유 가격이 급락하면서 국내 에너지 산업의 불확실성은 더욱 커졌다. 유가 하락은 국내 산업계의 부담을 줄여주는 반면, 온실가스 배출의 부담을 키운다. 중국과 미국이 온실가스 감축에 전격 합의하면서 국제적으로 공조 움직임이 활발하다. 우리나라도 올 1월부터 배출권거래제가 시행됐다. 이젠 저유가, 온실가스 감축을 모두 고려한 중장기적인 시야를 가져야 한다.

 에너지관리공단 변종립 이사장(이하 변종립): 현재 글로벌 에너지 시장은 불확실성이 고조돼 있다. 이젠 에너지 공급 중심에서 친환경·고효율 등 에너지 수요관리로 패러다임을 전환할 때다. 정부는 ICT 기반의 에너지 수요관리와 에너지 신산업 정책을 통해 시스템적이고 지속가능한 에너지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삼정KPMG 기후변화부문 김성우 아시아지역 대표(이하 김성우): 2년 전 세계 24개 글로벌 싱크탱크 기관들이 미래 에너지 사회의 모습을 집대성해 10개 키워드로 정리했다. 기후변화·연료·자원·물·인구·도시화·부·식량·생태계·산림파괴 등이다. 이 중 6개가 에너지와 직접 관련되고, 3개가 간접적으로 연관돼 있다. 클린 에너지를 주목해야 한다. 미국 벤처캐피탈 투자 동향을 분석하면 클린 에너지 부문이 2000년 1%에서 2010년 23%로 껑충 뛰었다. 결정적인 증거다. 지난해 미국과 중국이 온실가스 감축에 합의한 것이나 월드뱅크가 석탄 발전에 대한 투자를 멈추겠다고 선언한 것도 의미가 크다. 클린 에너지를 위한 전 세계적인 합의가 이뤄지고 있다.

 비긴스 박준석 대표(이하 박준석): 저유가 기조 속에서도 지난해 미국 전기차 대수가 12만 대에 달한 점을 주목해야 한다. 특히 이중 40%는 저유가가 본격화된 작년 하반기 이후에 팔렸다. 구글과 애플도 전기차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들이 전기차 시장에 진출하는 것은 이들이 갖는 플랫폼을 확장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전기차를 사고팔거나 연료 거래를 장악하면서 에너지를 실물화하는 것이다.

신재생에너지 투자 계속
LG CNS 김태극 하이테크사업본부장(이하 김태극): 장기적으로 향후 1~2년간은 저유가가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신재생에너지를 개발하는 입장에서는 악재다. 그러나 결국 가야 할 길이라고 생각한다. LG는 전자 분야 태양광 패널과 에너지저장장치(ESS) 개발, 화학 분야 연료전지 개발 등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발전된 IT기술을 이용해 전력의 발전량과 소비량을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대응하는 스마트 그리드 연구도 한다. 정부가 추진하는 에너지 신산업은 저유가 시대의 기회다.

 한국전력 김병숙 전무(이하 김병숙): 에너지 가격 하락세가 지속되진 않을 것으로 본다. 개발도상국이 산업화하는 시점부터 가격 반등이 예상된다. 미리 대체에너지와 같은 새로운 형태의 산업을 발굴해야 한다. 해외에서 벌이는 산업이 돌파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한전은 제주에서 스마트 그리드 실증사업을 끝내고 지난해 29개 한전 사옥에 시스템을 도입해 가시적인 효과를 보여줬다. 올해 75개 사옥에 대해 에너지를 절감하는 스마트 그리드를 구축하면 200여개 중소업체가 함께 작업에 들어간다.

 문재도: 에너지 시장의 특성상 저유가 기조가 유지되긴 어렵다. 그렇다고 또다시 에너지 다소비 구조로 회귀해서는 안 된다. 미래가 없어진다. 지금이 에너지 신산업의 적기다. 저유가는 저축과도 같다. 이때 에너지 솔루션을 많이 개발해야 한다. 스마트 그리드, 전기차, 수요관리, 신재생에너지 등 다양한 산업을 벌이고 동시에 관련 규제를 정비해 에너지 신산업의 혜택을 조성해 주는 것, 그것을 해내야 하는 시점이다.

 변종립: 에너지 분야에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은 끊임없이 만들어지고 있다. 저유가는 비용과 원가 절감의 기회다. 산업별로 희비가 갈리긴 하지만 이럴 때 준비를 잘해야 한다. 지금 기업이 에너지 경영시스템에 투자하는 것이 리스크에 대비하는 가장 현명한 자세다.

 문재도: 1980년대 중반에 북해에서 원전이 발견되면서 석유 가격이 급락했다. 당시 우리나라는 원자력발전소를 짓고, LNG 등 에너지 공급망을 확대했다. 이를 통해 안정적이고 저렴한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게 됐다. 오늘날 저유가 기조도 이와 유사하다. 다만 지금은 산업 구조가 달라졌다. 에너지 수요는 더 이상 늘어나지 않는다. 에너지 효율화, 수요관리의 여력이 생겼다. 세계적인 IT, 배터리 기술을 보유한 우리나라는 에너지 제조 역량이 있다. 지난해 발표한 6개 에너지 신산업 모델을 통해 다양한 성과를 거뒀다. 수요관리 시장 규모는 150만㎾로 화력발전소 3개에 해당한다. 전기차에서 쓰고 남은 전력을 시장에서 거래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했다. 공공기관에서 구입하는 차의 4분의 1은 전기차여야 한다.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스마트 그리드 확산을 위한 예비타당성 조사가 4월 종료된다. 이후 본격적으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민간과 공공자금을 끌어들여 에너지 신산업 확산에 총력을 기울이겠다.

스마트 그리드 구축 확대
변종립: 에너지관리공단은 에너지 신산업 6개 중 4개 부문에서 역할을 수행한다. 이 중 태양광 랜털사업은 2000가구가 넘게 참여했다. 올해는 단독주택에서 공동주택까지 대상을 확대할 계획이다. 전기차 배터리 사업은 전기버스와 전기택시 렌털 쪽으로 사업자 공고를 냈다. 각각 두 곳씩 사업자를 선정한다. ESS를 신재생 설비로 인정하면서 풍력과 ESS를 같이 설치하면 피크시간에 최대 5.5까지 가중치를 인정하기로 했다. 화력발전소에서 버려지던 온배수열도 신재생에너지원으로 제도화된다. 내부에는 에너지신산업팀을 별도로 신설했다. 경제성 확보와 조기 시장 창출을 위해 노력하겠다.

 김병숙: 한전은 전력 거래로 수익을 낸다. 국내 전력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다. 운송·판매만으로는 비전이 없다. 마이크로 그리드(에너지 자립섬) 사업 운용으로 얻은 성과를 수출하고 있다. 동남아·아프리카·남미를 대상으로 사업화할 계획이다. 지난해 캐나다 파워스트림사와 함께 마이크로 그리드 시스템 수출에 합의했다. 올해는 규모를 늘려 울릉도 에너지 자립섬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주파수 조종용 ESS사업을 200㎿까지 늘리고 일부 섬 지역을 대상으로 직류·교류(DC·AC) 전력 효율성을 비교 검증할 계획도 있다.

 아이디알서비스 강혜정 대표(이하 강혜정): 수요관리 사업자에게는 기회의 시기다. 발전된 ICT를 국내 시장에서 수요관리 시장 경험을 동남아 시장 개척에 활용하려 한다. 수요관리를 도입하는 나라와 지역으로 시장을 넓혀가려 한다.

 김태극: 정부가 추진하는 울릉도 에너지 자립섬은 해외에서도 관심이 크다. 전력 발전부터 수요까지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는 마이크로 그리드는 미국에서도 특별한 사례다. 이처럼 정부나 공기업의 뒷받침이 있으면서 민간 기업의 기술력을 끌어올린 뒤 해외로 진출하는 것이 바람직한 모델이라고 본다. 에너지 신산업 관련 원천기술도 정부의 지원이 있다면 민간 기업이 어느 분야보다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

 박준석: 전기차 서비스는 6대 에너지 신산업의 성장을 가늠하는 바로미터다. 모든 분야에 융복합이 가능하고, 이를 통한 새로운 서비스 모델도 창출할 수 있다. 전기차 서비스와 네가와트 등 지자체 특색과 소비자의 니즈에 맞는 융합 서비스 모델을 산업부가 적극 지원해 주길 바란다. 우리나라는 세계 굴지의 완성차 제조사가 있지만 전기차에 대한 다양한 시각 때문에 발전이 더디다. 해외 투자로 우리나라 기술이 유출되는 현상이 빚어질지도 모르겠다. 중요한 건 생태계 조성이다. 그동안 전기차 시장은 국가주도형이었다. 민간을 중심으로 한 생태계 조성 방안을 강구해야 할 시기다.

 강혜정: 수요관리 시장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탄소 배출과 연계해 혜택을 받을 수 있게끔 지원해 주길 바란다. 국내 수요관리 업체는 대부분 규모가 작다. 사업자들이 협력해 뛸 수 있도록 정부가 시장을 적극 도와줘야 한다. 새로운 사업 모델을 추진할 때 중소업체의 참여 폭을 확대해 주었으면 한다.

에너지산업 표준화 필요
김태극: 민간 주도의 에너지산업도 공공성을 갖추고 있다. 해외사업에 진출할 때면 정부와 한전의 지원이 있으면 더 수월하다. 정부·공기업·민간기업이 협력해 해외시장을 개척하는 쪽으로 나갔으면 좋겠다. 정부와 한전의 역할을 기대한다.

 김성우: 금융기법을 신산업에 집어넣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지금은 정말 에너지 시장을 선점할 기회인 것 같다. 투자를 전향적으로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쌀 때 집을 사야 되지 않나 다시 한번 생각한다.

 변종립: 에너지산업은 경제성과 수익성을 고려해야 한다. 에너지산업의 표준화는 시장 활성화를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숙제다. 에너지산업의 활성화를 위해 세액공제·보조금 지원부터 관계부처 간 협업을 통해 새로운 인센티브를 발굴하는 등 적극 지원할 필요성이 있다. 이를 위해 금융기관에서 사용하는 기법을 활용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수익성은 높이고 초기 시장을 형성하는 방법을 함께 고민하겠다.

 문재도: 미래 에너지사회는 과연 어떨까. 미래학자 제러미 리프킨 교수가 미래 에너지 사회의 모습을 세 가지 키워드로 제시했다. 한계비용 제로, 공유경제, 프로슈머가 그것이다. 대규모 네트워크 산업의 특징을 가지는 에너지산업도 분산형 전원과 ICT기술이 결합해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변화할 가능성이 크다. 시장으로 세계로 미래로다. 작년 9월 에너지 신산업 대토론회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하신 말씀이다. 앞으로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명확하다. 구체적으로 실현 가능한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산업에 접목시키고 세계시장을 선점하는 일이다. 정부를 비롯한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이 파트너십을 갖고 함께 뛰길 바란다.



용어 설명
● 미·중 온실가스 감축 합의
지난해 11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베이징에서 열린 정상회의에서 미국은 2025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5년 수준이 되도록 26~28% 줄이고, 중국은 2030년을 전후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더 늘리지 않기로 합의했다. 중국이 온실가스 감축 계획을 구체적으로 밝힌 것은 처음이다.

● 배출권 거래제
온실가스의 의무 감축량을 초과 달성한 나라가 그 초과분을 의무 감축량을 채우지 못한 나라에 팔 수 있도록 한 제도.

● 에너지 저장장치
(ESS·Energy Storage System)
과잉 생산된 전력을 저장해 뒀다가 일시적으로 전력이 부족할 때 송전해 주는 저장장치. 신재생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한 필수 장치다.

● 스마트 그리드
지능형 차세대 전력망. 기존 전력망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해 전력공급자와 소비자가 실시간으로 전기 사용 관련 정보를 주고받음으로써 에너지 사용을 최적화할 수 있다.

● 1980년대 저유가
유가가 1980년대 초절정에 달한 이후 급락하기 시작해 86년 최저치를 기록했다. ‘역 오일 쇼크로 불린다. 당시 유가는 50% 급락.

● (우대)가중치
대규모 발전사는 매년 발전하는 전력의 일정 비율 이상을 신재생에너지로 발전해야 한다. 가중치는 정부가 신재생에너지 전력의 가치를 그만큼 더 인정한다는 의미다. 풍력과 ESS를 연계해 피크시간에 에너지를 생산하면 올해는 5.5(배), 내년에는 5.0(배)의 가중치를 부여한다.

● 마이크로 그리드(에너지 자립섬)
소규모 지역에서 에너지를 자급자족할 수 있는 스마트 그리드 시스템. 소규모 독립형 전력망으로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원과 에너지 저장장치(ESS)가 융·복합된 차세대 전력 체계. 송·배전의 한계로 디젤 발전에 의존해 원가가 높았던 전기 생산 방식을 수익형 모델로 전환할 수 있다.

● 네가와트
그동안 에너지 공급에 치중한 메가와트 시대였다면 앞으로는 에너지 수요를 줄이고 관리하는 네가와트 시대다. 소비자가 아낀 전력을 되팔 수 있는 전력거래시장을 말하기도 한다.

● 한계비용 제로
추가로 생산하는 데 드는 비용이 제로에 가까워진다는 것을 의미. 제러미 리프킨 교수는 태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와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하는 사물인터넷이 결합하면 충분히 구현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 프로슈머
생산에 참여하는 소비자를 말한다. 미래 에너지사회는 소비자가 아낀 에너지를 자유거래 시장에 팔 수 있는 프로슈머 시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글=류장훈·박정렬 기자 ryu.janghoon@joongang.co.kr 사진=서보형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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