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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품 택배, 공중 셀카, 음식 서빙 … 배달 유비쿼터스 시대 온다

중앙선데이 2015.03.28 22:45 420호 8면 지면보기
“3년 내 7000여 업체 뛰어들 것”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 가이드라인에 대해 “드론의 대중화 시대를 예고하는 획기적인 이정표”라고 평가했다. 이렇게 가벼운 규제만으로 비행을 합법화함으로써 드론이라는 성장산업이 새롭게 등장하게 됐기 때문이다. 그건 실제로 미국 행정부의 의도이기도 하다. FAA는 “상업용 드론 규정이 실제로 적용되면 3년 안에 7000여 개 업체가 이 분야에 뛰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백악관도 관련 산업 활성화를 위해 정부 부처가 드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내놨다. 드론의 활용 분야로 해안 경비, 국경 경비, 수색, 응급 구조 등을 예시한 것이다. 당장 경찰·소방 당국, 해안경비대, 국경경비대 등이 드론을 업무에 적극 도입할 것으로 보인다.

미 연방항공청, 상업용 드론 비행 규정 마련


 미국과 캐나다·호주 등 광활한 국토를 지닌 국가는 항공기를 활용한 농업이 발달했다. 작황과 병충해 모니터링부터 씨 뿌리기, 약제 살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지금까지 인간이 탄 항공기가 하던 일을 앞으론 무인기가 대신할 수 있게 됐다. 원가 절감에 큰 역할을 하면서 전 세계 농업 판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송전탑·송유관, 원자력발전소 등 항공기나 헬기가 근처까지 접근하기 힘들었던 고위험 분야의 원격 점검에도 무인기 사용이 늘어날 것이다. 고층건물, 교량, 댐, 도로, 공사장 등의 항공 촬영과 외부 관리 분야에서도 드론 열풍이 거셀 전망이다. 보도나 다큐멘터리 제작, 영화 촬영 등에서의 항공촬영은 당장에라도 유인기에서 무인기로 말을 갈아탈 태세다. 당장 CNN이 FAA와 협약을 맺고 드론을 취재에 활용하는 테스트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드론 저널리즘’ ‘드론 영상’ 시대가 열리게 된 것이다.

 미국 방위산업 컨설팅업체 틸그룹은 2010년 52억 달러 수준이던 전 세계 드론 시장 규모는 2022년에는 114억 달러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2013년 전 세계 드론 시장의 90%가 군사용이지만 민간용 중소형 드론의 기술개발과 다양한 아이디어 드론의 개발이 봇물을 이루면서 민간 분야가 확대되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군사 분야에서 전쟁의 양상을 바꾸고 있는 드론은 민간 분야에서도 우리의 삶을 혁신적으로 바꾸고 있다. 사진 위에서 아래로 식당서빙용, 물류배달용, 경찰용 드론.
“세계시장 2022년 114억 달러”
드론은 각종 전자기기가 발달하고 대량생산을 통해 부품 원가가 싸지면서 대규모 시장 확대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드론이 비행체이기는 하지만 사실은 부품의 대부분이 전자기기이기 때문이다. 무게와 출력이 작은 덕분에 엔진이 아닌 전기모터로 구동된다. 전기모터로 구동되는 만큼 리튬이온전지 용량에 따라 체공시간이 결정된다. 현재로서는 비행 기간이 제한 요소지만 전지 성능 개선에 따라 체공시간이 늘어나면 용도가 더욱 확대될 수도 있다.

 대신 기체의 눈·코·귀에 해당하는 각종 센서와 센서로 감지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자율적인 회피비행을 가능하게 하는 소프트웨어, 이에 딸린 각종 프로세스 등으로 이뤄진다. 원격조종을 위한 무선통신 기능은 필수다. 자세 제어를 위한 3D소트프웨어도 필요하다. 고성능 드론이라면 위치 파악을 위한 위성항법장치(GPS) 기능이 필요하다. 자동 비행을 위해 내비게이터가 딸린 경우도 있다. 드론의 상당수가 촬영이 목적이기 때문에 자동초점과 진동 보정, 자동 목표 조준, 드론의 자세와 이동과 관계없이 목표물을 계속 추적하는 기능 등 다양한 영상 기능이 필요하다. 영상물을 전송하는 통신장치도 부착할 수 있다.

 칩과 소프트웨어 발달에 따라 얼마든지 기능과 업무 영역을 확장해 나갈 수 있는 것이 드론이다. 그런 점에서 스마트폰과 성격이 비슷하다. 앞으로 드론의 진화와 시장 개척이 스마트폰 같은 폭발적인 잠재력이 예상되는 이유다.

 드론이 주는 유토피아가 있으면 디스토피아도 있게 마련이다. FAA는 드론이 대형 여객기에 위험할 정도로 가까이 다가간 ‘니어미스’ 사고가 지난 6개월 새 25건이 있었다고 보고했다. 여객기 조종사가 운항 중 공중에서 드론을 목격하고 이를 신고한 경우도 193건에 이르렀다고 한다. 인간이 법과 제도, 기술로 안전 문제를 해결한다면 드론이 모바일 못지않은 산업혁명을 이루는 것도 시간문제일 것이다.

물류 혁신 견인차 역할 기대
민간 분야에서 드론이 가장 활약할 분야는 단연 물류다. 혁신적인 변화가 기대되는 분야도 물류다. 이미 상당한 진전이 있다. 지난해 드론을 통한 택배로 혁신을 이루겠다고 선언한 아마존은 드론택배 서비스인 ‘프라임에어’를 담당할 드론 조종사를 모집하고 있다. 올 상반기 중 본격적인 드론 배달 서비스 시대를 열 가능성이 커 보인다. 아마존 창업주 제프 베저스의 추진력으로 미뤄 드론 서비스가 일상화할 시대가 멀지 않았다. 경쟁사인 DHL은 지난해 9월 드론에 소포를 실어 육지에서 섬으로 배송했다. 중국의 알리바바는 지난달 베이징·상하이 등 중국 대도시에서 사흘간 드론을 이용한 시범 택배를 성공적으로 완수했다. 드론 배달 유비쿼터스 시대를 예고한 것이다.

미디어 취재 영역 크게 넓혀
미디어 분야에선 이미 드론이 변화와 혁신을 이끌고 있다. 접근성을 무기로 취재 영역과 방식에 혁명을 이끌고 있다. 영국 BBC 방송은 지난해 9월 이스라엘 무인공격기의 미사일 발사로 벽돌더미만 남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참상을 드론을 통해 보도했다. “파괴 현장을 새로운 시야에서 보여드린다”는 설명을 붙였다. 실제로 드론을 통해 새의 눈으로 내려다본 가지지구의 참상은 거리에서 본 것보다 훨씬 참혹했다. BBC는 이미 2011년 드론을 이용해 200만 마리의 플라밍고 떼의 생태를 관찰한 ‘어스플라이트(Earthflight)’라는 다큐멘터리를 선보였다.

 미국 CBS의 인기 시사프로그램 ‘60분’은 지난해 11월 체르노빌 주변의 유령도시 프리피야티의 모습을 드론으로 생생하게 촬영해 공개했다. 원래 과학자들이 주로 거주하던 인구 4만9000명의 도시였으나 28년 전인 1986년의 체르노빌 원전 사고 이후 접근금지 구역이 되면서 을씨년스러운 폐허로 변해가고 있다. 드론이 촬영한 모습은 원전 사고가 주는 피해를 생생하게 전했다. 드론을 활용해 제작한 영상은 과거 헬기로 찍은 화면에 비해 자유로운 앵글로 찍을 수 있어 더욱 생생하다는 평을 듣는다. 지난해 태국과 홍콩 시위 현장 취재에도 드론이 대거 등장했다. 이제 보도에는 물론 다큐멘터리 제작과 영화 촬영에도 드론은 필수품으로 등장하고 있다.

일상생활 구석구석 변화 주도
드론은 우리 생활 구석구석에 변화를 이끌고 있다. 중국의 대표적인 여배우 장쯔이(章子怡·36)가 지난달 7일 열린 생일파티(생일은 9일)에서 드론 앞에 서서 눈물을 흘렸다. 연인인 가수 왕펑(汪峰·44)이 청혼한 것이다. 왕펑은 드론이 실어온 다이아몬드 반지를 주며 무릎을 꿇고 청혼했고 장쯔이는 이를 받아들였다. 앞으로 드론은 프러포즈, 애인 생일날 이벤트, 밸런타인데이의 필수품으로 등장할지도 모른다.

 인텔이 웨어러블 기기 개발을 촉진하기 위해 지난해 5월부터 6개월간 진행했던 IT 멘토링 프로그램 ‘웨어러블기기 경연대회(Make It Wearable Challenge)’에서 우승한 것도 신개념의 드론이었다. 스탠퍼드대 물리학 박사인 크로스토프 코스탈 팀이 선보인 셀카용 드론 닉시(Nixie)가 바로 주인공이다. 평소에는 손목에 차고 다니다가 필요하면 셀카용 드론으로 변신시킬 수 있는 웨어러블 드론이다. 인텔이 주최한 웨어러블 기기 경연대회에서 우승해 50만 달러(약 5억4000만원)의 창업자금을 받았다.

 시연 영상을 보면 암벽을 등반하던 여성이 한쪽 손목에 찬 팔찌를 풀고 버튼을 누르자 팔찌에 달린 작은 프로펠러가 돌아가며 날아오른다. 이 팔찌는 주인을 따라다니며 등반 장면을 자유로운 각도에서 공중 촬영한다. 드론은 인력도 대체할 태세다. 싱가포르의 식당체인 팀브레 그룹은 인력난 해결을 위해 홀 서빙용 드론 40대를 운용하기로 했다고 영국 BBC방송이 지난달 12일 보도했다. 인피니엄 로보틱스가 제작한 이 드론은 적외선 센서 등을 이용해 장애물을 인식하고 미리 입력한 프로그램에 따라 이동한다. 한 번에 최고 20㎏의 식음료를 실어나를 수 있다.


채인택 중앙일보 논설위원 chae.intae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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