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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없는 암살자 … 미군 핵심 전력

중앙선데이 2015.03.28 22:48 420호 8면 지면보기
위 사진은 미국의 군사 드론인 프레데터. 테러와의 전쟁에서 수많은 작전을 수행했다. 아래는 미군의 드론 조종훈련실. CIA는 미 본토의 작전통제실에서 전 세계의 드론을 움직인다.
미군 연합합동군사령부(CJTF)는 지난 18일 이라크 중부 팔루자 근처에서 극단주의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의 드론, 즉 ‘원격조종 무인비행체’를 공중에서 발견해 제거했다고 밝혔다. IS가 드론을 실전에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확인된 순간이다. 주로 서방 국가에서 정찰이나 공격 등 군사적 용도로 사용해 왔던 드론이 극단주의 단체까지 실전에 활용할 정도로 사용이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국내에서도 지난해 3월 말 휴전선과 가까운 파주와 백령도에서 막 추락한 무인기가 발견된 데 이어 휴전선에서 130km 이상 떨어진 강원도 삼척에서도 오래전에 떨어진 것으로 보이는 무인기가 발견된 적이 있다. 바야흐로 무인기가 현대전의 한복판으로 성큼 다가서고 있다.

전쟁 양상 바꾸는 군사용 드론

정보 수집용에서 ‘킬러’로
사실 무인기는 태생부터 군사적 용도로 개발된 것이다. 그 계기는 1973년 10월 6~25일의 제4차 중동전쟁이다. 아랍 국가들은 기습공격을 가해 허를 찔렀다. 개전 첫날 긴급 출동한 이스라엘 전투기들은 아랍이 몰래 들여온 소련제 지대공 미사일에 줄줄이 격추돼 440대의 공군기 중 102~387대가 격추되거나 손상을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6일전쟁의 영웅 모세 다얀 장군이 당시 국방부 장관에서 물러났을 정도다. 이스라엘은 수에즈 운하 역습으로 간신히 전세를 뒤집고 휴전을 할 수 있었다. 전력 핵심인 전투기 조종사를 대거 잃은 이스라엘에는 비상이 걸렸다. 그래서 공중전이나 지상 폭격 같은 전투 임무가 아닌 정찰 등에는 조종사를 투입하지 않기로 하고 무인기 개발에 나섰다.

 이후 무인기는 적을 살피는 눈에서 적을 직접 공격하는 비수로 진화했다. 정보수집용 무인기가 하도 감쪽같이 적진을 유유하게 다니다 보니 실시간 공격까지 시키면 되겠다는 욕심이 자연스럽게 생긴 것이다. 이스라엘은 2007년 5월부터 무인기를 동원해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로켓 발사대를 수색하면서 발견 즉시 무인기에서 미사일을 발사해 파괴하고 있다.

 이전까지는 무인기가 정찰한 뒤 공격용 헬기가 이런 작전을 벌였던 것이 정찰과 공격이 일체화한 형태로 진화한 것이다. 작전의 은밀성과 기동성, 신속성을 높이기 위해 무인기가 작전을 모두 맡게 된 셈이다. 20시간 체공할 수 있는 ‘헤르메스-450’ 무인기에 미사일을 장착해 작전에 투입하고 있다. 시속 176km의 최고속도에 최고 5456m의 고도에서 20시간 연속 작전할 수 있으며 작전반경이 300km에 이른다. 팔레스타인엔 ‘소리 없는 암살자’로 통한다. 이 기종은 이스라엘의 수출 효자상품이기도 하다. 미국에서도 수입해 국경 감시에 투입하고 있다.

아프간전·이라크전 대거 사용
실전에 무인기를 가장 많이 활용하는 나라는 미국이다. 세계 최고·최대의 무인기 전력을 보유하고 있다. 낮은 고도를 날아다니는 저고도기부터 높은 하늘에서 성능 좋은 망원렌즈로 지상을 실시간으로 살펴보는 고고도기까지 다양한 무인기를 활용하고 있다. 물론 미사일을 발사해 목표물을 제거하는 ‘킬러’ 기능까지 갖추고 있다. 미국은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의 전쟁터에서는 물론 예멘을 비롯해 알카에다가 활동하는 지역에서도 무인기를 정찰과 공격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 전쟁과 이라크 전쟁은 무인기가 없었으면 어떻게 치렀을까 싶을 정도로 사용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인공위성을 투입해 전 세계를 정찰하고 감시할 수 있지만 여기에 무인기의 힘을 더하면서 가공할 전력을 확보하고 있다.

 미국은 군대보다 중앙정보국(CIA)에서 무인기를 더욱 활발하게 사용하고 있다. CIA는 2001년 9·11 이후 정보 수집과 함께 무인기를 이용한 공격까지 주도하고 있다. CIA의 대테러센터(CTC)는 2001년 무인기에 헬파이어 미사일을 장착해 표적 암살 작전을 펼칠 권한을 얻었다. CTC는 철저히 베일에 싸인 조직으로 전 세계에서 무인기 공격 작전을 주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 서북변경주 등 탈레반 준동 지역과 예멘 등 알카에다 활동 지역에서 무인기를 이용한 ‘표적 암살’ 작전을 진행해 왔다. 2011년 오사마 빈 라덴 암살 작전에서도 공격은 네이비실이 담당했지만 위치 확인은 무인기가 동원됐다.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에서 활동하는 CIA 무인기는 파키스탄 남부 황무지에 있는 비밀 비행장에서 이륙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종은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 있는 작전통제실에서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위성통신을 통해 수천km가 떨어진 안전한 방에서 전자오락을 하듯 무인기를 조종하는 것이다.

지능 갖춘 로봇 무인기 개발 전망
기존의 항공 기술과 위성항법 기술에 위성통신 기술이 결합한 퓨전형 기술로 이런 전 지구적인 작전이 가능해진 것이다. 조이스틱을 이용해 아프가니스탄 상공을 나는 무인기를 조종해 암살 작전을 마친 뒤 퇴근시간이 되면 라스베이거스의 네온 불빛 사이로 퇴근하는 CIA 요원은 21세기 첨단 기술 시대의 아이로니컬한 모습이다.

 미군 무인기 전력의 핵심은 ‘MQ-1 프레데터’와 ‘MQ-9 리퍼’다. 프레데터는 최고 시속 217km의 속도에 최고 고도 7620m 높이까지 올라가 24시간 연속 비행할 수 있으며 작전 반경이 1100km에 이른다. 리퍼는 시속 482km의 속도로 14시간 체공이 가능하며 작전반경이 1852km에 이른다.

 무인조기경보기인 ‘RQ-4 글로벌호크’는 미군의 핵심 전력이다. 한국도 2018년 글로벌호크를 도입한다.

 현재 미국에서는 최첨단 스텔스기인 ‘F-22 랩터’와 한국 공군도 도입 작업을 진행 중인 ‘F-35’가 마지막 유인기가 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무인기와 유인기의 성능 차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전 지구적인 원격 조종을 할 수 있는데 굳이 위험한 적진에 조종사를 태운 유인기를 보낼 필요가 있느냐는 이야기다. 나아가 무인기가 스스로 알아서 작전을 벌이는 로봇 같은 기능을 하는 시대도 멀지 않다는 주장도 있다.

 지능까지 가진 로봇 무인기가 등장할 수도 있다. 기술을 지혜로운 방향으로 이끌고 통제하는 인간의 의지가 갈수록 중요해진다.


채인택 중앙일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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