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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New York Times] 흙도 틈틈이 쉬어야 더 건강해진다 미국서 주목받는 ‘토양보호농작법’

중앙선데이 2015.03.28 22:57 420호 10면 지면보기
미국 텍사스주 북부 일렉트라에 위치한 테리 맥알리스터의 농장에서 소 두 마리가 풀을 뜯고 있다. 맥알리스터는 농작물의 수확량을 늘리기 위해 기존 농작법에서 토양보호농작법으로 농법을 바꿨다. [사진 브랜든 티보도]
1 맥알리스터는 흙을 비옥하게 만들고 침식을 줄이기 위해 농경지 전체에 순무 같은 지피작물을 기른다. 2 맥알리스터가 땅에 뿌릴 씨앗을 살펴보고 있다.[사진 브랜든 티보도]
미국 노스다코타주에 사는 평범한 농업인 게이브 브라운은 요즘 가장 잘나가는 강연자가 됐다. 강연장에는 그의 조언을 듣기 위해 사람들이 줄을 선다. 의 강연은 첨단기술 기반의 스타트업이나 정치, 혹은 자기계발에 대한 것이 아니다. 주제는 바로 농사, 특히 토양보호농작법이다.

생산량 늘리려고 밭 갈기를 멈춘 농부들

질소비료·살충제 안 쓰고 농사
이 농작법은 일정 기간 밭을 경작하지 않은 채 내버려둬 흙의 질을 향상시키는 방법이다. 미국에서는 일종의 운동처럼 퍼져나가고 있다. 지지자들은 이 농작법을 통해 이미 영양소가 고갈된 척박한 땅에 다시 생명력을 불어넣고 침식을 줄이며, 수확률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고 말한다. 브라운은 최근 사우던토양건전성학회의 첫 모임에 모인 250여 명의 농장주와 목장주에게 강연을 했다. 자신의 농작법으로 노스다코타주 비스마르크시 외곽에 5000에이커 넓이의 들판에서 홍수와 가뭄 동안에도 작물을 키운 경험을 들려줬다. 그는 더 이상 질소비료나 살충제를 쓰지 않고 적은 노동력과 비용으로 전국 평균 수확률보다 더 많은 농작물을 거뒀다고 말했다. 브라운은 “자연은 자가치유가 가능하게 돼 있다. 우리가 그럴 기회만 준다면 말이다”라고 말했다.

 미 정부 설문조사에 따르면 이 토양보호농작법은 지난 10년간 빠른 속도로 확산됐다. 지금은 미국 농경지 전체 면적의 35%가 이 농작법을 이용한다. 특히 몇몇 농작물에서는 이 농작법의 채택률이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예컨대 1996년 미국 전체 대두농사에서 이 농작법은 1650만 에이커에 사용됐지만 2012년에는 3000만 에이커로 늘었다.

 농민들은 씨를 뿌리기 위해 땅을 갈고 잡초를 뽑는다. 비료와 거름이 잘 섞이고, 뭉쳐 있는 토양 표면층을 느슨하게 만들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 토양의 질이 점점 떨어진다. 이로운 곰팡이, 지렁이가 죽는 등 자연 그대로의 토양 생리를 파괴한다. 영양이 고갈된 토양에서 수확량을 높이려고 합성비료를 대량 사용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이처럼 토양생태계가 무너지면 흙은 폭우에 쉽게 쓸려 내려가고, 흙 속에 함유된 질소와 여타 오염물질이 강이나 하천으로 유입된다.

“씨앗 심는 자동기계 필요” 비판도
토양 건전성 지지자들은 땅을 한동안 갈지 않고 지피작물로 덮어두면 질소와 다른 영양소가 풍부해진다고 지적한다. 흙 속의 유기물질을 풍부하게 해야 물의 흡수와 유지능력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천연자원보호협의회 소속 변호사이자 농업전문가인 클레어 오코너는 “흙 속의 유기물질 함유량이 1% 늘어날 때마다 1에이커당 2만 갤런의 물을 추가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흡수력이 좋은 흙은 단단해서 잘 흘러내리지 않는다. 그래서 가뭄이나 홍수에 강하다. 지피작물을 키우면 잡초의 증식을 막는 데 도움이 된다.

 이 협의회 같은 환경단체들은 이 토양보호농작법의 오랜 지지자였다. 물뿐 아니라 이산화탄소도 공기 중에 내뿜지 않고 땅속에 유지시키므로 기후변화를 늦추는 데도 도움이 된다. 최근 환경단체 환경보호기금(EDF·Environmental Defense Fund)의 연구에 따르면 지피작물과 토양보호농작법을 실행하면 미시시피강 상류와 오하이오강의 질소오염을 30% 줄일 수 있다. 멕시코만에선 산소가 고갈된 구간이 줄어들 수 있다고 그들은 말한다. 오코너 변호사는 정부를 상대로 이 친환경 농작법을 도입하는 농민을 대상으로 연방작물보험 보험료를 할인해 주는 제도를 도입해 달라고 제안했다.

 하지만 이 농작법에 대한 비판적인 시선도 있다. 이 농법으로 옮겨가려면 땅을 갈지 않고도 씨앗을 심는 자동화된 기계를 구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퍼듀대 농업경제학과 토니빈 교수는 농민이 농경지의 지형, 기르는 작물의 종류, 그리고 흙 상태에 따라 쉬지 않고 경작하기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무경작법으로는 잡초 관리가 어려운 것도 문제다. 물의 증발을 줄이고, 작물을 심기 시작할 시기를 정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 게다가 옥수수를 주로 키우는 들판에서 무경작법을 하면 수확 후 잔여물 처리가 어렵다.

 열정적으로 토양보호경작법을 채택한 농민은 이런 한계와 현실적 비용 문제가 있지만 환경보호 차원에서 실행하는 것은 아니라고 반박한다. 높은 비용에도 현실적으로 농사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텍사스주 북부의 6000에이커 토지에서 농사를 짓는 테리 매칼리스터는 “내 목표는 흙의 질을 높임으로써 수확량과 수익을 늘리는 것”이라며 “그 과정에서 환경보호에 일조할 수 있다면 좋은 것이지 그게 내 목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매칼리스터는 수년 동안 땅을 갈고 끊임없이 땅을 경작하는 것이 토양의 질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그는 “나는 땅을 한 번도 놀리지 않고 계속 갈기만 했는데 어느 날 비가 오니 흙이 너무 쉽게 쓸려 내려갔다”며 “그래서 더 나은 방법을 찾기 시작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토양보호농작법을 2005년 처음 시도했다. 당시 이 농작법이 쉬지 않고 경작하는 것보다 에이커당 15달러의 이익을 더 남긴다는 농업경제학자의 연구결과를 보고 결정한 것이다.

워런 버핏의 아들, 도입 지지
이제 그는 완전히 이 농작법만을 쓴다. 그는 “한동안 경작을 쉬는 법을 배우기 위해선 우리가 지금까지 진리처럼 믿었던 경작법을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매칼리스터는 밀뿐 아니라 건초, 수수, 유채 등 여러 농작물을 위성항법장치(GPS)가 탑재된 씨 뿌리는 기계를 사용해 심는다.

 그는 2012년 극한의 가뭄이 텍사스를 덮쳤을 때 밀을 재배할 수 있었던 것이 이 경작법 덕분이라고 믿는다. 또 땅의 토양이 건강할 때 아주 작은 양의 비로도 수확할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브라운만큼 완전하게 이 경작법을 사용하는 농민은 아직 소수다. 매칼리스터도 아직은 질소비료와 제초제를 사용하고, 가뭄과 제초제를 견뎌내는 유전자조작(GMO) 씨앗을 쓴다.

 토양보호농작법의 또 다른 지지자인 자선가 하워드 버핏은 최근 몇 년간 미국 전역으로 퍼져간 가뭄과 홍수 때문에 수많은 농민이 이 농법을 도입했다고 말한다. 투자의 귀재이자 백만장자인 워런 버핏의 아들인 하워드는 “가뭄이 들어야 모든 사람이 주의를 기울인다”며 “농민은 꼭 해야만 할 상황이 닥치지 않으면 기존 방식을 잘 바꾸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2010년 미 연방환경보호청이 토양물질에 의한 수질오염에 대해 규제한 것을 언급하면서, 농민이 비료 유출에 대해 신경을 쓰지 않으면 정부가 강제로 법적인 규제를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동시에 버핏은 농민이 토양보호농작법으로 실질적인 이익을 얻으려면 이미 영양분 고갈로 죽어버린 땅이 되살아나기까지 몇 년의 인내심이 필요할 거라고 충고했다.


번역=김지윤 코리아중앙데일리 기자 kim.jiy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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