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빅뱅부터 차근차근 질문 던지며 생각의 틀 넓혀보세요

온라인 중앙일보 2015.03.29 00:01
이유찬군과 이지원양이 데이비드 크리스천 교수와 화상으로 인터뷰하고 있다.



빅 히스토리 전문가 데이비드 크리스천 교수 화상 인터뷰

우주의 탄생부터 인류의 미래까지를 들여다보는 빅 히스토리(Big History·거대사)라는 개념은 호주 맥쿼리 대학의 데이비드 크리스천 교수가 처음 만들었습니다. 크리스천 교수는 24년 전인 1989년부터 생물학과 지질학, 천문학과 인간의 역사를 포함한 융합과목인 빅 히스토리를 가르쳐왔습니다. 2011년 3월 있었던 그의 테드(TED Talk) 강연은 5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시청하는 기록을 세웠죠.



화상 인터뷰를 위해 e메일로 사전 질문지를 보낸 학생들.(위 사진)
지난 23일 이화여대 지구사연구소에서 이지원(충주 북여중 1)·이유찬(서울 개일초 6) 학생기자가 데이비드 크리스천 교수를 화상으로 만나 영어로 인터뷰했습니다.



―빅 히스토리는 어떻게 탄생했나요.



“인류의 역사를 이해하기 위한 방법의 하나로 시작했죠. 제 전공은 19세기 러시아 역사입니다. 러시아사를 연구하려면 특성상 중앙아시아와 유럽, 미국까지 이해해야 해요. 범위가 넓어지다 보니 인류 전체의 역사를 가르치고 싶었어요. 그래서 생물학에서 설명하는 인간의 등장과 진화, 그리고 포유류의 진화까지 연구범위를 넓혔습니다. 이어 지구사로 연구영역을 확대했고, 지구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우주를 제대로 알아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에 논점을 계속 넓혀갔죠. 결국 우주의 기원, 빅뱅까지 거슬러 올라가게 됐어요.”



―빅 히스토리와 전통적인 역사의 차이점이 궁금합니다.



“첫 번째 차이는 관점입니다. 전통적인 역사는 민족이나 국가 단위로 서술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빅 히스토리는 인류 전체를 대상으로 이야기합니다. 두 번째 차이는 내용입니다. 대부분의 역사는 인간의 역사이고, 문자로 쓰인 사료를 주로 이용합니다. 하지만 빅 히스토리는 인간의 등장 이전, 우주의 탄생부터 다루죠.”



―빅 히스토리의 핵심은 무엇인가요.



“우주의 모든 것이 연결돼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겁니다. 초신성 폭발은 여러분 몸에도 있는 원소들을 만들고 우주에 퍼뜨립니다. 여러분은 지구 생명체의 일부이며 생물권의 일부입니다. 한국의 한 부분이지만, 인류의 일부분이고, 인류 역사의 일부분이라는 거죠. 그래서 빅 히스토리는 모든 것들이 서로 연결돼 있음을 보여줍니다. 학교서 배우는 화학과 수학·영어는 각 과목이 분리돼 있습니다. 연결고리가 없지요. 빅 히스토리는 여러분들에게 모든 것들의 연결고리를 보여줍니다. 그리고 여러분이 자신보다 훨씬 큰 것의 일부라는 사실을 느낄 수 있도록 해줍니다.”



―모든 것이 연결돼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게 왜 중요한가요.



“여러분의 현재 위치와 시간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인류 전체에 대해 생각할 수 있도록 사고의 틀이 넓어지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과거 종교가 담당했던 부분입니다. 오늘날 많은 학교에서는 학생들에게 연결고리를 가르치지 않습니다. 프랑스의 사회학자인 에밀 뒤르켐은 ‘사람들이 서로 연결돼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고립감과 고독을 느낀다’고 말했습니다. 사람들이 세상의 의미를 알지 못하기 때문에 자살한다고 생각했죠.”



―교수님의 이론을 어떤 방법으로 검증할 수 있나요.



“쉽습니다. 나는 우주론과 천문학, 생물학과 지질학, 그리고 역사학에서 최고의 학자들이 설명하는 것 또는 생각하는 것을 모아서 설명합니다. 검증은 그들과 여러분의 몫이죠. 내가 모든 지식과 설명을 새롭게 만든 것은 아닙니다. 내가 하는 일은 우리가 알고 있는 과거에 대한 최고의 과학적 지식들을 모아서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만약 내가 빅뱅에 대해 이야기한다면 설명은 현존하는 최고 과학자들의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합니다. 난 생각의 틀을 보여줄 뿐입니다.”



―성장과정의 경험이 빅 히스토리를 연구하는 데 영향을 미쳤나요.



2009년 이화여대 지구사연구소 개소식에 참석한 데이비드 크리스천 교수.
“어린 시절부터 수많은 나라의 사람들을 만나고 교류하며 지냈습니다. 어머니는 중국에서 태어난 미국인이고, 아버지는 영국인입니다. 캐나다에서 만난 아내는 세르비아인입니다. 난 뉴욕에서 태어나 어릴 땐 서아프리카에서 살았고 7세부터 영국에서 학교를 다녔습니다. 영국에서는 14살이 되면 과학과 인문학 중 희망전공분야를 선택해야 합니다. 인문학을 선택했지만 과학에도 흥미가 많아서 과학책 읽기를 좋아했죠. 러시아 역사를 전공했고, 호주의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살았습니다. 수 년 간 한국에서 지내기도 했죠. 이러한 경험들을 통해 지구상의 사람들은 겉으로 보이는 차이만 있을 뿐 본질은 똑같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서울에서의 빅 히스토리가 호주에서의 빅 히스토리와 동일한 이유이기도 하죠.”



―어린아이들도 빅 히스토리를 이해할 수 있을까요.



“가능하다고 봅니다. 현재 전 세계에서 빅 히스토리를 수강하는 연령대는 평균적으로 고1(약 17세) 정도입니다. 나는 7세부터 9세, 그리고 초등학교 학생들에게 가르칠 빅 히스토리 교과과정에 대해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빅 히스토리를 설명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어떻게 모든 것이 시작됐는지 이야기할 것입니다. 어떻게 우주가 형성되었는지, 별이 어떻게 만들어졌고, 행성과 지구가 어떻게 등장했는지, 생명체는 또 언제 어떻게 등장했고 진화했는지, 인간이 지구상의 다른 동물보다 똑똑해질 수 있었던 건 무엇 때문인지에 대해 좀 더 단순한 언어로 설명할 수 있을 것입니다.”



―빅 히스토리를 가르치는 데 도움을 준 사람들은 누구인가요.



“나를 비롯한 역사학자들에게 큰 영향을 준 사람은 페르낭 브로델(1902~1985)입니다. 브로델은 과거를 연구하기 위해서는 더 큰 규모에서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비록 137억 년이 아니라 300~400년의 시간 규모 속에서만 연구했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습니다. 세계사학자인 미국 시카고대 윌리엄 맥닐 교수도 있습니다. 『코스모스』의 저자인 과학자 칼 세이건의 영향도 매우 컸습니다.”



김서형 이화여대 지구사연구소 연구교수가 소중 독자에게 띄우는 편지



자연과학과 인문학 융합해 세상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소년중앙이 앞으로 10회에 걸쳐 우주 모든 것의 역사, 빅 히스토리 칼럼을 연재합니다. 김서형 이화여대 지구사연구소 연구교수가 자칫 딱딱하게 느껴질 수 있는 빅 히스토리를 아름다운 이미지와 쉬운 설명으로 재미있게 풀어갈 예정입니다. 편집자 주



소중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빅 히스토리의 세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우리나라는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지 않는 전 세계 국가들 가운데 최초로 빅 히스토리 교육을 시행하고 있는 나라입니다. 이화여대에서는 2009년부터 ‘빅뱅 이후 모든 것의 이야기’라는 교양 과목을 통해 빅 히스토리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2011년 9월에 시행된 ‘거대사를 중심으로 한 융합영재 교육 프로그램’을 비롯해 2012년에는 서울시내 2개 중학교와 2개 고등학교, 그리고 이화여대 거점센터에서 10회에 걸친 ‘빅 히스토리 방과 후 프로그램’을 시행됐습니다.



올해부터는 하나고등학교에서 고2를 대상으로 빅 히스토리가 정규 교과목으로 개설돼 1년 동안 시행될 예정입니다. 자연과학과 인문학의 소통과 공존, 그리고 융합을 통해 인류 전체와 지구, 그리고 우주의 상호작용을 살펴보고자 하는 빅 히스토리 교육을 위해 이화여대 지구사연구소에서는 2011년부터 교사 연수 프로그램을 하고 있죠.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강연과 와이스쿨에서 출판하는 빅 히스토리 시리즈 등을 통해 빅 히스토리 교육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추세입니다.



분석 대상의 범위를 확대시키면서 모든 것의 이야기를 살펴보고자 하는 빅 히스토리의 필요성은 2011년부터 빅 히스토리 프로젝트(The Big History Project)로 더욱 구체화됐습니다. 빅 히스토리의 선구자인 데이비드 크리스천 교수와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전 회장 빌 게이츠가 공동으로 운영하는 이 프로그램은 지구화 시대에 필요한 교양과 덕성을 함양시키기 위한 토대로서 빅 히스토리 교육을 전 세계로 확대시키기 위한 것입니다.



세상 모든 것의 기원을 이야기하는 빅 히스토리 칼럼을 통해 저는 여러분들이 인류와 생명, 우주라는 큰 틀을 이해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그 틀 속에서 수많은 지식과 정보들을 서로 연결시켜 전 지구적 문제들을 함께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하기를 바랍니다. 빅 히스토리가 꿈꾸는 세상이 바로 우리의 현재이자 미래입니다.



정리=이지은 기자 ichthys@joongang.co.kr, 사진=우상조 기자 woo.sangjo@joongang.co.kr



취재협조·통번역=김서형 이화여대 지구사연구소 연구교수



▶소년중앙 페이스북

▶소년중앙 지면 보기

▶소년중앙 구독 신청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