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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원유수출 금지 풀어야…국제유가, 내년엔 오른다

중앙일보 2015.03.28 15:44



대니얼 예긴이 진단한 세계 에너지산업
원유수출, 미 정치권 핫이슈 될 것
유가하락에도 셰일가스 성장 전망
20~30년 후에도 에너지 수요 증가
한국, 중동 정세에 관심 가져야

국제유가가 또 흔들리고 있다. 지난 26일 사우디아라비아 등 수니파 연합군이 예멘의 후티 반군에 대한 공습을 시작하면서 지난해부터 떨어지던 유가가 급반등한 것이다. 유가는 단순히 경제적인 요인에 따라 움직이지 않는다. 지정학적 갈등에 석유거래의 역사까지, 유가 분석은 가히 정치ㆍ경제ㆍ문화를 넘나드는 종합 예술이라고 할 만하다.



중앙SUNDAY는 유가의 향방과 석유전쟁의 미래를 알아보기 위해 세계 최고의 에너지산업 전문가인 대니얼 예긴(68ㆍDaniel Yergin) IHS 캠브리지 에너지 리서치 어소시에이츠 회장을 인터뷰했다. 예긴은 “내년엔 유가가 다시 오를 것”이라며 “사우디 등 산유국의 바램과 달리 미국의 셰일가스 업계는 수급을 조절하면서 계속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특히 “미국의 원유수출 금지 정책은 시효가 지났다”며 “미국이 한국에 원유를 수출하면 정치ㆍ경제적으로 좋은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국제유가는 어떻게 움직일 것으로 보나. 계속 떨어질까.

“기본적으로 엄청난 공급 과잉은 유가를 계속 떨어뜨리는 요소가 된다. 미국의 원유 생산량은 2008년 이후 80%나 늘었다. 이렇게 급격하게 생산량이 늘어난 건 1930년대 이후 세 번밖에 없었다. 축적된 재고도 엄청나다. 지난 한 달만 해도 하루에 120만 배럴씩 저유조에 쌓였다. 또 겨울이 지나가면 에너지 수요가 줄기 마련이다. 반면 세계경제 침체로 원유 공급이 줄어들 것이란 예상과 불안한 중동 정세 등은 유가를 올리는 효과가 있다.



유가는 올해 배럴당 50달러에서 왔다갔다 하겠지만 내년엔 최소 10~30% 오를 것이라고 본다. IHS는 다음달 휴스턴에서 전세계 에너지업계 고위 임원들과 정관계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이 문제를 논의하는 콘퍼런스를 연다.”





-일각에선 미국이 크림반도를 침공한 러시아를 징벌하려고, 또 대테러 대책에 소극적인 사우디아라비아를 경고하려고 유가를 떨어뜨렸다고 주장한다.

“역사적으로 유가가 크게 요동치면 음모론이 나오곤 한다. 그러나 미국 정부가 국제유가에 행사할 수 있는 영향력은 극히 제한적이다. 유가가 떨어진 건 앞서 말했듯 세계경제 침체 상황에서 미국의 원유 생산량이 급격히 늘어났기 때문이다. 사우디아라비아와 걸프 국가들은 자신들의 시장 점유율이 떨어질 것 같자 ‘왜 저가 원유를 생산하는 우리가 (미국의) 고가 원유 생산자들을 위해 생산량을 줄여야 하지?’하고 반문하게 된 것이다. 세계 원유 시장은 새로운 수요ㆍ공급 현실에 따라 재편되고 있다.”





-미국 셰일가스 산업의 미래는 어떻게 보나. 사우디 등 석유수출국기구(OPEC) 국가들이 바라듯 도산하게 될까.

“절대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셰일가스와 셰일원유의 개발은 그야말로 와해성 기술(disruptive technologyㆍ시장을 완전히 재편할 혁신적 신기술)이다. 셰일가스 생산량은 올 상반기 꾸준히 늘어난 뒤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 데이터베이스에 있는 3만9000개 셰일유전을 조사한 결과 업체마다 성과에 큰 차이가 있었다. 셰일가스 업체들은 저마다 제일 효율적인 자산에 집중하고 가격은 낮게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OPEC 국가들은 셰일산업의 급속한 성장에 충격을 받았다. 그들은 지금의 낮은 유가가 셰일산업의 성장을 저해하고 원유 수요를 높여주기를 바라지만 그건 그들의 희망사항일 뿐이다.”





-미국은 왜 원유 수출을 금지하는 건가.

“미국은 절대량을 놓고 볼 때 이미 세계 1위의 원유 생산국이다. 미국이 원유 수출을 금지하는 것은 매우 이상한 일이다. 1970년대의 유산이다. 응축액(condensates) 수출에 대한 유연한 조치로 금지 방침이 일부 완화되긴 했다. 올해 미국 정치권에선 원유 수출 허용에 대한 엄청난 논쟁이 벌어질 것이다. 원유 수출금지 정책은 미국의 석유산업에 악영향을 끼친다.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미국이 한국에 원유를 수출하게 되면 좋은 일이 될 것이다.”





-낮은 유가는 한국과 같은 원유 수입국에는 희소식이다. 그래도 혹시 조심해야 할 점이 있다면?

“IHS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올해 2조 달러가 원유 수출국에서 원유 수입국으로 이동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유가 하락은 세계경제 성장률을 0.5%포인트 높일 것이다. 이것은 모두 한국에 좋은 일이다. 하지만 한국은 항상 원유와 가스 수출국의 지정학적 불안정을 주시해야 한다. 중동과 러시아발 뉴스에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또 낮은 유가가 에너지 관련 투자에 장기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 지에 대해서도 자세한 분석이 필요하다.”





-한국에선 최근 원자력발전소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은 어떤 에너지 정책을 도입해야 할까.

“원자력 발전은 계속해서 많은 국가들에 중요한 에너지원이 될 것이다. 후쿠시마 제일원전 사고에도 시간이 지나면 일본의 원전들도 재가동을 시작할 것이다. 한국과 같은 나라에선 에너지원을 다각화하는 것이 옳다. 태양광 발전에 들어가는 비용이 최근 많이 줄었다. 하지만 재활용 에너지를 어떻게 전기망에 통합할 지에 대한 과제가 남아 있다. 배터리 기술 발전은 향후 십 년간 굉장히 중요한 일이 될 텐데 이 방면에서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중국은 최근 해군력에 집중 투자하면서 에너지 공급 루트 확보에 나섰다.

“중국은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의 에너지 수입국으로 부상했다. 아마 동중국·남중국해에서 벌어지는 영토 갈등은 에너지 공급 루트 확보 차원의 의미가 크지만 다른 요소도 작용할 것이다. 당사국들 사이의 오해로 인한 실수와 사고가 우려된다. 중국의 제일 큰 환경 문제는 기후 변화보다 대기 오염이다. 중국 정부는 이를 위해 에너지원을 석탄에서 천연가스로 바꾸는 과정에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20~30년 후의 세계 에너지 산업은 어떤 모습일까.



“지금 세계경제 침체와 중국의 성장둔화에 대한 우려가 있지만 20~30년 후를 내다보면 세계 각국은 지금보다 30~40%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할 것이다. 재활용 에너지 수요가 늘어날 것이지만 기존의 에너지원에 대한 수요도 끊이지 않을 것이다. 에너지 수요의 70% 이상은 계속해서 석유, 천연가스, 석탄이 될 것이다. 그 후에 가서야 또 다른 혁신이 일어날 것으로 본다. 한국은 이 과정에서 많은 역할이 기대된다. 한국은 스마트한 소비자이고, 글로벌 에너지 투자자이며, 강한 기술력과 연구개발ㆍ혁신으로 무장한 에너지 효율 분야의 리더격이다.”





◇셰일오일= 작은 진흙이 뭉쳐서 만들어진 퇴적암인 셰일 암석층에 셰일가스와 함께 함유된 석유다. 지층에 고여 있어 수직시추로 채굴할 수 있는 전통석유와 구분해 비전통석유로 부른다. 2000년대 미국에서 수평시추법(수직으로 구멍을 뚫은 뒤 지하에서 수평으로 채굴)과 수압파쇄법 등 고난도 굴착기술을 개발하며 생산 혁명이 일어났다. 탄소함량은 높고 황 함략은 적은 경질유로 분류돼 타이트 오일(tight oil)로도 불린다.



박성우 기자 bla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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