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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룽(成龍)·진융(金鏞)도 내 그림·서예 작품 소장…제주도 자선전시회 오세요”

중앙일보 2015.03.28 12:51
 


7080년대 풍미한 ‘원 서머 나이트’의 뮤즈 천추샤(陳秋霞·진추하) 인터뷰
한국은 첫 영화 첫 촬영지…좋은 인연(善緣)의 나라
최지우 주연 ‘유혹’ 즐겨…중국 칭화대서 서예 배워
사회자선재단 세워 장학사업·고아원·양로원 지원

팝송 ‘원 서머 나이트’와 영화 ‘사랑의 스잔나(원제 추하·秋霞·1976)’의 주인공 천추샤(陳秋霞·진추하·58)는 한국 7080세대에게 지금도 영원한 뮤즈다. 소설가 성석제(55)는 “진추하는 내 사춘기의 들창이며 코드였다. 사랑하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고 고백한다. 홍콩 출신인 천은 1975년 데뷔해 가수 겸 배우로 활약했으며 81년 말레이시아 화교 기업가와 결혼과 동시에 은퇴했다. 데뷔 40년이 지난 지금 그는 서예가 겸 화가이자 자선사업가로 변신했다. 다음달 제주도에서 여는 자선전시회 준비차 한국을 찾은 그를 지난 25일 서울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만났다. 창간 8주년을 맞은 중앙SUNDAY 독자에게 한글로 안부를 전했다.



- 한국을 자주 방문한다고 들었다.



“일정하지 않다. 최근 2년간 자주 왔다. 1년에 서너 차례다. 지난 크리스마스도 한국서 보냈다. 올해는 이번이 세 번째다. 회사(말레이시아 라이언그룹) 시찰단과 올 때가 많다. 이번에는 서울에서 전시회 틀을 기획하고 제주도로 간다.”



-한국에 대한 애정이 깊다고 들었다.



“나도 매주 신문에 칼럼을 쓴다. 마침 어제(24일) 비행기 안에서 칼럼으로 한국과의 인연과 우정을 썼다. 내가 출연한 첫 영화, 첫 촬영, 첫 대사가 모두 한국에서 이뤄졌다. (데뷔작 ‘사랑의 스잔나’는 한·홍콩 합작 영화였다.) 이 때문에 내게 한국에 대한 감정은 남다르다. 작업도 만족스러웠다. 게다가 한국인 대부분이 ‘원 서머 나이트’와 ‘졸업의 눈물’(Graduation tears)을 매우 좋아한다.”



-라이언 팍슨 파운데이션(金獅百盛基金會)의 주석이 공식 직함이다. 어떤 일을 하고 있나.



“팍슨(Parkson·百盛)은 중국의 백화점 기업이다. 동남아를 포함 100개 이상의 점포를 갖고 있다. 나는 백화점 경영에는 참여하지 않는다. 남편은 25년 넘게 백화점 유통사업을 했다. 마땅히 사회에 환원할 때가 됐다. (기업이) 번 돈은 사회를 위해 사용해야 한다. 라이언 팍슨 파운데이션은 자선업무를 주업으로 하는 재단이다. 가난한 학생에게 장학금을 지원하고, 고아원을 지어 지체장애아동을 돕는다. 지금은 양로원도 짓고 있다.”



- 서예와 수묵화에 빠져 산다고 들었다.



“12~13년 동안 서예를 배웠다. 5년 전부터는 그림을 시작했다. 그림은 어릴 적부터 그리고 싶었다. 하지만 어머니가 권하지 않았다. 화가는 모두 죽은 뒤에야 유명해진다며 말렸다.대신 음악을 권했다. 그래서 피아노를 배웠다. 세 딸이 모두 자란 뒤 여가시간을 보낼 취미를 찾았다. 그 때부터 서예와 그림에 푹 빠졌다.”



-지난해 ‘나의 아내(吾妻)·57’ 자선전시회를 말레이시아에서 열었고, 다음달엔 제주도에서도 개최한다는 글을 보았다. 어떤 전시회인가.



“4월 24일부터 제주도 켄싱턴호텔에서 자선전시회를 연다. 내가 쓴 서예 작품과 수묵화를 판매한다. 수익은 모두 자선사업에 쓰인다. 한국 전시회를 위해 한글 서예 작품도 준비했다. 많은 분들이 찾아왔으면 좋겠다. 첫 해외 전시국은 한국으로 정했다. 한국이 특별해서다. 5월에 중국 베이징과 대만,홍콩에서 계속할 예정이다. 처음 준비한 작품은 모두 57점이다. 이미 30여 점이 판매됐다. 때문에 매일 그림 작업 중이다.”



-한국에 여전히 올드팬이 많다.



“이곳에 올 때마다 팬들과 만난다. 오늘도 몇몇 지인들과 저녁 약속이 있다. 내가 가수로 활동하던 시절 나이가 열 여덟 살이었다. 팬들은 중학생이었다. 지금은 우리 모두 자랐다. 내 팬은 모두 40~50대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분들이 많다. 내 자부심이다.”



-76년 영화 ‘사랑의 스잔나’가 자전적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고 들었다.



“자전은 아니다. 노래 부르기와 작곡을 무척 좋아하는 소녀의 이야기일 뿐이다. 게다가 주인공이 죽지 않나. 그러니 내 이야기는 아니다. 일반적인 러브스토리다. 노래와 배경이 어울려 깊은 인상을 남긴 것이다. 최근 십여 년간 한국의 영화와 드라마는 크게 발전했다. 내 영화는 최근 한국 드라마에 비하면 유치한 수준이다.”



-인상 깊게 본 한국 드라마가 있나.



“지난해 여름에 SBS에서 방영한 최지우·권상우 주연의 ‘유혹’을 재미있게 봤다. 드라마에 ‘원 서머 나이트’가 흘러 나온다. 듣는 순간 소감이 남달랐다.”



-말레이시아 ‘남양상보(南洋商報)’에 연재하는 칼럼 ‘선연(善緣)’은 무슨 뜻인가.



“난 1957년 생이다. 지난해 57번째 생일을 맞아 말레이시아에서 전시회를 가졌다. 올해는 작품을 모아 화첩을 출판할 예정이다. 화첩의 잠정 제목이 『선연』이다. 좋은 인연이란 뜻이다. 내 그림과 인연을 맺은 지인들의 이야기를 담은 칼럼이다. 청룽(成龍)과의 이야기도 썼다. 모두 57편이 목표다. 전시회 이름도 여기서 나왔다. 청룽은 내 서예 작품의 첫 구매자다. 글쓰기는 매우 힘든 작업이다. 무협소설로 유명한 진융(金鏞)선생도 내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지난 18일자에는 72번째 생일을 맞은 남편과의 인연을 썼다.”



-해외 활동이 활발한 걸로 알고 있다. 주로 어떤 나라를 방문하나?



“베이징에 자주 간다. 서예를 배우기 위해서다. 칭화대에 ‘중국서법과 문화연수센터’를 세웠다. 고문을 맡고 있다. 다음달에도 베이징에 가야 한다. 2년마다 열리는 칭화대학 학보사 주최 전국 우수논문상 시상식에 참석할 예정이다.”

천추샤 부부는 2012년 칭화대 중국서법 문화연수센터 건립을 위해 400만 위안(약 7억1000만원)을 기부했다. 대학 학보사에도 300만 위안(5억3000만원)을 쾌척했다.



-남편 중팅썬(鍾廷森·72) 라이언그룹 회장과 러브스토리를 들려달라.



“러브스토리는 누구나 있다. 남편은 원래 내 팬이었다. 콘서트 장에서 처음 만났다. 팬과 음악가 사이의 러브스토리다.”



천추샤와 중 회장은 79년 쿠알라룸푸르 콘서트에서 처음 만났다. 말레이시아 영자신문 스타지와의 인터뷰에서 그녀는 “공연 뒤 저녁식사에 나를 초대했다. 흰셔츠와 흰바지를 입은 모습을 지금도 생생히 기억한다. 다행히 흰구두는 신지 않았다. 처음에는 열대 나라에서 유행하는 복장이라고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둘 사이의 사랑은 첫만남 보다는 홍콩에서 데이트를 하며 싹텄다고 한다.



-‘사랑의 스잔나’의 또 다른 주제곡 ‘우연(偶然)’은 중국의 유명 시인 쉬즈모(徐志摩·1896~1931)의 시를 작곡해 노래했다. 쉬즈모의 팬인가?



“당연히 쉬즈모를 좋아한다. ‘우연’만이 아니다. 내가 작곡·노래한 ‘Song(歌)’ ‘연애는 도대체 무슨 일인가(戀愛到底是什?一回事)’도 그가 지은 시다. 2006년 ‘Song’에 곡을 붙여 노래했다. 쉬즈모와의 인연이 매우 깊다. 그는 감성적인 시인이다. 러브스토리도 풍부하다.



후스(胡適·호적)와 함께 문학지 『신월(新月)』을 창간해 ‘신월파’로 불리는 쉬즈모는 장유이(張幼儀·장유의), 린후이인(林徽因·임휘인), 루샤오만(陸小曼·육소만) 등 당대의 재녀들과 로맨스를 가졌다. 나는 이런 논픽션을 좋아한다. 창작 영감을 일깨우기 때문이다.



나 자신이 무척 극단적이다. 감성적이면서도 이지적이다. 일을 할 때는 이지적이다. 작곡이나 서예 그림을 그릴 때는 감성적으로 돌아온다. 나 역시 기이한 인물이다.”



신경진 기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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