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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일 신밀월 … 한·미는 조심조심

중앙일보 2015.03.28 00:57 종합 1면 지면보기
한국·미국·중국·일본의 외교 채널이 얽히고설키며 돌아간 이틀(26~27일)이었다.


미·일, 내달 29일 아베 미 상·하원 합동연설 확정
한·중은 한국의 AIIB 참여로 술술 풀리는데
한·미는 '사드 논란'에 서로 어려워하는 분위기

26일 한국은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참여하겠다고 발표했다. 반대하는 미국을 집요하게 설득한 결과였다. 27일 미국 의회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상·하원 합동연설(4월 29일)이 결정됐다고 발표했다. 일본 총리의 상·하원 합동연설은 전후 처음이다. 미·일의 밀월관계는 새로운 차원을 맞고 있다.



 해를 넘겨 끌어온 한·중의 외교 이슈, 미·일의 외교 이슈가 해결되는 이 이틀간 미군 최고 지휘관이 서울에 머물고 있었다. 마틴 뎀프시 미 합참의장이다. 하지만 한·미 국방당국 간 이슈인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도입은 미해결 상태다. 뎀프시 의장은 26일부터 2박3일의 방한 기간 중 박근혜 대통령, 한민구 국방부 장관, 최윤희 합참의장을 만났다. 그런데 “사드 얘긴 없었다”(청와대·국방부)고 발표됐다. 청와대에서 26일 박 대통령을 만났지만 30분간의 환담을 소개한 900여 자의 발표문엔 사드가 없었다. 27일 한·미 합참의장 회담도 마찬가지였다.



 뎀프시 의장이 방한하기 전 한국 사회는 사드 논란으로 뜨거웠다. 그런 만큼 뎀프시 의장의 방한은 주목을 끌었다. 미 합참부국장은 “방한 때 사드가 논의될 것”이라고도 예고했다. 하지만 뎀프시 의장의 방한은 너무나 조용했다. 그 조용함을 이끈 건 한국 정부였다. 뎀프시 의장이 도착하기 전 합참본부는 “사드는 공식 의제에 없다”고 미리 입막음을 했다. 뎀프시 의장이 박 대통령을 만나기 직전 안호영 주미대사는 외교부 기자들에게 “사드는 논의가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익명을 요구한 외교 소식통은 “사드 문제를 당분간 공론화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한국 정부의 기류를 뎀프시가 받아들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미국도 뎀프시 의장의 방한이 사드와 관련한 압박으로 비치는 걸 꺼렸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산정책연구원 최강 부원장은 “미국은 여중생 사망 사건과 미국산 쇠고기 사태 때 반미 감정이 불붙으면 한·미 관계가 얼마나 어려워지는지를 잘 알기 때문에 갈등 소지가 있는 사안에 대해선 세밀하게 접근한다”며 “사드는 지금 잘못 얘기하면 엄청난 역풍이 있을 수 있다는 걸 잘 알기에 일부러 이야기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려대 국제대학원 김성한 교수는 “한국뿐 아니라 미국도 사드 문제에 관해선 한 박자 쉬는 걸 택한 결과”라고 했다.



 문제는 한·미 간 과제가 미해결 상태인데 중국이 주도하는 AIIB는 술술 풀리고, 미국과 일본은 더 끈끈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만큼 한국 외교의 ‘레버리지(지렛대)’도 약해지고 있다. 특히 한·미 동맹이 서로를 어려워해야 할 만큼 조심스러워졌다는 건 큰 부담이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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