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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 해외건설 붐 기대 … AIIB 지분율 5%+α협상에 달렸다

중앙일보 2015.03.28 00:53 종합 4면 지면보기
건설업계와 증권가에서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이 정식으로 출범하면 장기적으로 ‘제2의 해외건설 붐’이 일어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아시아 인프라 시장의 수요는 연간 7300억 달러(약 806조원)인데 반해 기존 세계은행(IBRD)과 아시아개발은행(ADB)이 공급할 수 있는 자금은 연간 200억 달러 수준에 그치기 때문이다. 이기봉 국토교통부 해외건설정책과장은 “AIIB의 자본금 규모가 크기 때문에 국내 기업이 적극적으로 뛰어들 만한 대형 프로젝트를 많이 내놓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은택 SK증권 연구원은 “ADB가 환경·빈곤 분야에 지출이 많았다면 AIIB는 인프라 투자에 집중하기 때문에 경제적 의미가 훨씬 크다. 국내 건설사의 해외 수주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단기간에 뚜렷한 성과가 나기는 어렵다는 경계론도 있다. 안기태 NH투자증권 연구원은 “AIIB가 출범하는 시기는 빨라야 올해 연말이다. 이 프로젝트가 국내 산업이나 기업의 실적으로 이어지려면 상당 기간이 걸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분율 높을수록 공사 입찰 유리
GDP 기준으론 현재 지분율 4위
"중국의 독주 견제할 수 있게
가능한 많은 지분 얻어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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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만 한국이 AIIB의 의사 결정 과정에 적극 참여한다면 각종 입찰을 할 때 한국 기업들이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커지는 것은 사실이다. 정창구 해외건설협회 금융지원처장은 “다자간 개발은행은 입찰 조건에 주요 회원국의 의사를 많이 반영한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고속도로 공사라면 ‘장거리 고속도로 건설 경험’을 자격으로 내세우는 식이다. 국내 건설업체의 한 관계자는 “일본이 그간 동남아 인프라 사업을 주도한 배경엔 자신들이 주도하는 ADB가 큰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관건은 주요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할 만큼 충분한 지분율을 확보할 수 있느냐다. AIIB의 지분 배분 구조와 관련해선 ▶중국이 전체 자본금의 절반을 부담해 지분의 50%를 차지하고 ▶아시아 국가와 역외 국가의 비중을 75%대 25%로 하며 ▶국내총생산(GDP)을 기준으로 한다는 정도만 알려졌다. 하지만 영국·독일·프랑스 등 유럽 주요국이 참여를 선언하면서 이 기준도 바뀔 가능성이 크다.



 본지가 AIIB 참여국의 지난해 GDP 자료를 분석한 결과 중국의 지분율은 39~42%, 한국의 지분율은 4.9~5.3%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아시아 국가에 전체 지분의 75%를 배정한다는 가정에서다. 한국보다 GDP 규모가 큰 호주의 참여 여부도 변수다. 외교부의 한 당국자는 “GDP가 주요 기준이 된다고 볼 때 중국의 지분율은 30%대 중반이 될 것으로 본다. 한국은 호주가 참여한다면 역내에서 네 번째로 많은 5% 안팎의 지분을 가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지분율이 꼭 GDP 규모로만 결정되는 건 아니다. 설립 자본금을 낼 수 있는 여력도 중요하다. 대부분의 아시아 개도국은 AIIB 내에서의 지분율보다는 자금 지원을 받는 것에 관심이 있다. 이런 나라들은 GDP 규모에 맞는 지분을 확보할 필요가 없다. 협상하기 따라서는 더 많은 지분을 확보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최희남 기획재정부 국제경제관리관은 27일 브리핑에서 “창립회원국으로 가입하면 지분을 더 확보할 수 있는 프리미엄이 있다. 협상 과정에서 우리의 국익이 최대한 반영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은미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한국은 중국의 독주를 불편해하는 다른 국가와 중국 간의 관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런 완충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해 가능한 한 많은 지분을 얻어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국 측 인력 참여도 확대해야 한다. 지만수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존 국제기구처럼 AIIB에 공무원을 몇 명 파견하는 수준에 그쳐서는 안 된다. 경제발전 노하우를 잘 아는 전문가들이 AIIB의 주요 부서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이태경·박유미 기자, 염지현 기자 uni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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