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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urday] 일본의 스타 캐릭터 '후낫시'

중앙일보 2015.03.28 00:04 종합 17면 지면보기
시계와 사진첩 등으로 상품화된 후낫시. 일본을 대표하는 힐링 캐릭터에 등극하면서 이달 말에는 애니메이션으로도 제작돼 방송된다.


반갑다낫시. 지금 이게 오타라고 생각한다면 내 존재를 모르는 게 분명해. 나는야 일본 제일의 스타 캐릭터, 후낫시(ふなっし)라고. 도쿄 동북부 지바(千葉)현 후나바시(船橋)의 특산품인 배를 홍보하는 게 내 임무야. 일본어로 배가 ‘나시(ナシ)’라서 말끝마다 ‘~낫시’를 붙이는 게 내 말버릇이지. 바빠서 아직 한국 진출까지는 못했는데 일본 열도에서 내 인기는 대단하지. 못 믿겠다고? 나를 테마로 한 캐릭터 용품만 판매하는 ‘후낫시 랜드’도 있고 내 주제가 CD·DVD로 발생한 수익이 2억 엔(약 18억1600만원)이라나 뭐라나. 내 트위터 팔로어는 17일 현재 124만 명이나 되지. 아사히(朝日)신문의 시사주간지 아에라(AERA)도 최근호에서 내 열풍을 다루며 부록으로 ‘후낫시 모양 종이접기’까지 첨부했던 걸.

일팔다리 짧아 웃기게 생겨 … 트위터 팔로어 124만 명, 주제가 CD 수익 18억원



  CNN에선 일찌감치 내 인기를 알아봤다고. 지난해 6월 나를 소개하며 “일본인의 마음과 함께 지갑을 열고 있는 후낫시, 언젠가 세계도 사로잡을 것”이라고 하더군. 다 진실이라고 할 수 있지. CNN의 간판 스타 앵커 크리스티 루 스타우트는 나를 보고 웃음보가 터져서 글쎄 5초간 말을 못했어. 방송 직후 트위터에 “12년 방송 경력에서 이런 사고는 처음. 이게 모두 후낫시 때문”이라고 적었더라고. 그러고는 바로 나를 팔로하더군.



  그렇다고 내가 뭐 아주 잘생긴 건 아니야. 난 몸 전체가 샛노랗고 특기는 점프하는 건데 팔다리가 너무 짧아 웃긴 모양이 되고 말아. 내 매력 포인트라고 생각하기로 했어. 괴성을 지르는 것도 특기인데, 사람들이 왠지 열광하더라고. 헤드뱅잉도 자주 하는데. 내 취미인 헤비메탈 음악에 대한 오마주이지. 내 롤모델이자 우상은 핑크플로이드 같은 헤비메탈 그룹이라는 걸 알아주기 바라.



 굳이 예쁘지 않아도 괜찮은 게 캐릭터계의 신경향인가 봐. 나 같은 캐릭터를 칭하는 ‘유루캬라(ゆるキャラ)’라는 말까지 있어. 직역하면 ‘느슨한 캐릭터’인데, 촌스럽지만 친근하게 홍보하는 캐릭터라나 뭐라나. 어쨌든 난 유루캬라의 갑 중 갑인 셈이지. 이렇게까지 인기가 있으니 겸손은 힘들어.



  나를 세상에 나오게 해준 이는 평범한 후나바시 시민이었어. 잡화점을 운영하다 재미로 나를 대충 그렸는데, 시 정부나 기관에선 내가 못생겼다고 안 받아줬대. 그래도 꿋꿋이 캐릭터 대회에 출전했지. 나는 인정하지 않지만 사람들이 내 라이벌이라고들 하는 그 곰 녀석 있잖아. 구마모토(熊本)현의 구마몬(くまモン). 구마몬은 지역 정부의 탄탄한 지원으로 스타덤에 올랐지만 난 모든 걸 내 힘으로 일군 셈이라고. 그러니 비교는 정중히 사양하겠어. 난 매니저도 없이 전국을 누비며 방송에 출연하고 이벤트에 다녀. 정신이 없긴 하지만 뭐, 사람들에게 웃음을 줄 수 있다면 된 거 아니겠어? 사람들이 날 보며 사인을 청하고(팔이 짧아서 해줄 수는 없어) 사진을 찍으며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 이 한 몸 바칠 수 있다는 생각도 들어. 대지진에다 뭐에다 사람들이 많이 힘들었잖아. 날 보며 즐거워하면 나도 힘이 나.



  마지막으로 내 주제가 일부를 들려줄게. 율동은 유튜브에 내 이름 넣으면 수천 개 정도 영어부터 일본어까지 다 뜨더라고. 여러분도 어렵지 않게 마스터할 수 있을 거야.



  “누가 날 차더라도, 누가 날 던져도, 다시 일어나면 되는 거낫시/남들에게 미움 받으면 어때. 난 나의 길을 가는 거낫시!”  



※후낫시 관점으로 구성한 기사입니다.





전수진 기자 sujin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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