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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아이] 한·일 관계 복원의 마지막 끈을 살려라

중앙일보 2015.03.28 00:01 종합 26면 지면보기
김현기
도쿄 총국장
이번 주 초 도쿄에선 ‘한·일 원로회의’가 열렸다. 양국의 원로급 지도자들이 모여 좀처럼 풀리지 않는 한·일 관계 해법을 모색하기 위함이었다. 뾰족한 해법이야 있겠느냐만 오죽하면 원로들까지 나섰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한국도 사정은 비슷하겠지만 일본의 경우 아베 신조 총리의 눈치를 보는 정치인이나 관료들이 ‘한국’이란 말을 꺼낼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라고 한다.



 주목해야 할 점은 아베 정권의 태도가 점차 한국에 대해 ‘할 테면 해 보자’는 쪽으로 흐르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을 못 믿겠다”에서 올 들어 “한국을 안 믿겠다”는 쪽으로 확연히 변했다. 글자 하나 차이지만 엄청난 차이다.



 하지만 이 국면을 단지 한·일 양국 관계의 앵글로만 바라볼 게 아닌 듯하다. 미국이 다음달 방미하는 아베의 미 의회연설을 허용한 이유는 뭔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독일의 역사 사죄 못지않게 주변국(프랑스)의 관용적 태도를 강조한(한국 언론은 거의 무시했지만) 이유가 뭔지 흥분하지 말고, 우리 입맛에 맞게 취사선택하지 말고 냉정하게 생각할 때다. 한국이 ‘보려는’ 일본과 미국 등 국제사회가 ‘보는’ 일본은 다르다. 철저히 자국의 국익을 추구하는 미국 등 국제사회가 언제까지 ‘피해국’을 강조하는 한국을 지지할 것으로 본다면 순진하거나 혹은 어리석은 일이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디테일에 집착하며 이웃 나라와 티격태격하는 일본을 ‘리더’로 볼 국가는 없다. 한·일 모두 ‘별종(別種)’ 신세다.



 이런 상황에서 요즘 한·일 워처들 사이에 부상하는 해결 카드가 바로 ‘전권 특사’다. 특정인의 이름도 거론된다. 한국 측은 이병기 대통령 비서실장, 일본 측은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이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대일 강경파라 말이 안 통하고(물론 일본의 주장이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상은 총리 관저에 ‘말발’이 안 먹힌다고 본다.



 이 실장은 박근혜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표 때부터 보고서류에 반드시 ‘독후(讀後) 파기’란 글을 붙였을 정도로 신중한 성격이다. 위·변조를 우려해 보고서도 꼭 자필로 썼을 정도다. 스가 장관도 ‘부처님’이란 별명을 얻을 정도로 입이 무겁다. 공통점은 또 있다. 옛 서울대 공대 인근 중계동의 쪽방에 살면서 권리금을 구하기 위해 몇 달 동안 문학전집을 팔러 다녔던(한 질에 10%의 수고비가 떨어졌다고 한다) 이 실장이나 아키타현 시골에서 무작정 상경해 카레라이스 가게, 골판지 공장에서 일과 학업을 병행했던 스가 장관이나 심정적으로 통하는 고리가 있다. 그래서 2012년 이 실장이 주일대사로 부임했을 때 양국이 으르렁거리는 상황에서도 일종의 ‘라이프라인(생명선)’은 살아 있었다.



 이는 사실상 현 정권 내 한·일 관계 복원의 마지막 끈이 아닌가 싶다. 물론 이 기회를 살릴지 놔둘지는 박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결정할 몫이다. 하지만 부러지는 것보다 휘는 것이 낫다고 했다. 원로들의 뜻도 그런 것 아니었을까.



김현기 도쿄 총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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