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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관·김환기·이응노·이우환 … 한국 현대미술 산실 45년

중앙일보 2015.03.26 00:13 종합 24면 지면보기



갤러리현대 '추상 회화' 기념전
거쳐간 거장 18명 작품 60점 선 봬
'그림도 파느냐'갸우뚱하던 때 시작
단색화 운동 등 국내 화단과 동행













서울 반도호텔 아케이드의 반도화랑 직원 박명자(당시 27세)는 1970년 4월 인사동길 2층짜리 치과 건물을 임대해 화랑을 차렸다. 그림도 파느냐며 이상히 여기던 때였다. 현대화랑은 5년 뒤 경복궁 옆으로 이전했다. 95년엔 인근 앙드레김 의상실을 매입해 화랑 신관으로 확장했다.



 72년 남관(1911∼90) 개인전을 시작으로 74년 이성자(1918∼2009)·서세옥(86), 75년 유영국(1916∼2002)·이응노(1904∼89), 79년 ‘한국현대미술: 4인의 방법(김창열·박서보·윤형근·이우환)’ 등 추상 회화전을 꾸준히 열었다. 추상 미술 전시에 “벽지 걸어놓았냐” “이 정도는 나도 그리겠다”는 냉랭한 반응이 나오던 시절의 이야기다. 국내 화랑의 효시 갤러리현대가 걸어온 45년이 곧 한국 현대미술의 역사가 됐다.



 서울 삼청로 갤러리현대(대표 조정열)가 25일 ‘한국의 추상 회화-갤러리현대 45주년 기념전’를 열었다. 한국 근현대 추상미술을 이끈 18명의 그림 60여 점을 걸었다.



 도쿄에 유학해 서양화를 배우고 전쟁을 겪은 우리 추상미술 1세대 김환기(1913∼74)·류경채(1920~95), 문자 추상의 남관·이응노, 단색화의 선구자로 꼽히는 재일교포 곽인식(1919∼88) 등이 본관에 자리 잡았다. 신관은 권영우(1926∼2013)·박서보(84)·정상화(83)·하종현(80)·이우환(79)·정창섭(1927∼2011) 등 단색화가들의 작품으로 꾸몄다. 모두 지난 45년간 이 화랑을 거쳐간 작품들이다. 참여 작가 18명 중 10명은 이미 세상을 떴다. 70년대 단색화가 재조명을 받는 지금, 어떻게 해서 한국 현대미술에 단색화라는 움직임이 나타났는지 그 이전의 역사부터 훑는 전시다. 미술사가 송미숙씨는 “서구 사조를 뒤따라가기 바빴던 우리 미술계는 70년대 경제 성장과 더불어 우리 것에 대한 자신감 속에 단색화 운동을 벌이게 됐다”며 “바로 이 시기 개관해 45년간 한국 현대미술과 동행해 온 갤러리현대이기 때문에 가능한 전시”라고 말했다.



 갤러리현대는 73년 “작가와 대중의 중개자 역할”을 표방하며 계간미술지 ‘화랑’을 창간, 후에 ‘현대미술’로 이름을 바꾸며 93년까지 총 76권을 발행했다. 87년 한국 화랑 중 처음으로 시카고 아트페어에 참가한 것을 시작으로 95년 파리 피악(FIAC), 96년부터 아트 바젤에 윤형근·서세옥 등을 소개하며 해외 아트페어 시대를 열었다. 2012년 독일 카셀 도쿠멘타엔 이 화랑 소속 문경원·전준호가 한국 작가로는 20년 만에 참가했다. 이들은 올 5월 열리는 제56회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작가로 선정됐다. 홍익대 정연심 교수는 “최근 국내외에서 재조명되는 한국의 추상예술과 단색화는 갤러리현대 전시의 역사와 함께한다”고 했다. 전시는 다음달 22일까지 이어진다. 02-2287-3500.



권근영 기자 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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