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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호 칼럼] Y세대의 반퇴준비

중앙일보 2015.03.24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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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호 경제선임기자

나는 1985년생이다. 올해 만 30세. 한국판 Y세대의 막내다. 맏형은 79년생. Y세대는 79~85년 사이에 태어난 540만 명의 인구집단이다. 전체 인구에선 10.8%를 차지한다. Y세대의 원조는 미국이다. 미국에서 82년부터 2000년 사이에 태어난 Y세대는 앞서 태어난 X세대(65~76년 출생자)와 차별화된다. Y세대는 2000년대에 주역이 될 세대라는 의미에서 밀레니엄세대로도 불렸다. 개인ㆍ개방ㆍ감성주의가 특징인 이들은 소비와 유행의 주역이라는 점에서는 이들의 아버지 세대 눈에는 자유분방하고 고민도 없어 보인다. 이들의 아버지 세대는 1차 베이비부머다. 그래서 한국에서는 Y세대를 1차 베이비부머(55~63년 출생자)의 자녀들이란 의미에서 에코 베이비붐 세대라고도 부른다.

객관적 1인칭 ‘나’를 앞세워 소개한 이들 에코 베이비부머들에게 반퇴시대는 어떤 의미를 가질까. 이들은 고령화가 인류에게 양날의 칼(double-edged sword), 두 얼굴의 축복(mixed blessing)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줄 세대가 될 수 있다. 이들은 대비를 잘 하면 가장 큰 축복을 받게 될 테지만, 그렇지 않다면 이들에게 장수시대는 본격적인 재앙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들의 아버지뻘 세대인 1차 베이비부머는 깊이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반퇴시대를 직면하고 있다. 준비가 됐든 안 됐든 닥치는 대로 몸으로 겪으면서 적응해나갈 수밖에 없다. 반면 에코 베이비부머에게는 축복을 받을 기회가 있다. 오래 살면서 풍요로움을 맛보는 축복이다. 그러자면 이제부터대비에 나서야 한다. 에코베이비부머 앞에 놓인 반퇴시대의 장애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에코베이비부머를 여기선 Y세대라고 부르겠다.

Y세대는 현재 막내가 만 30세, 맏형이 36세다. 지금부터 얼마나 단단히 준비하느냐에 따라 인생은 크게 달라진다. 1차 베이비부머는 물론이고 그 뒤를 이은 X세대보다 준비 시간이 많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 그러나 이들 역시 앞세대처럼 준비할 여유가 많은 건 아니다. 무엇보다 이들 세대는 앞 세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정규직이 많다. 이들이 사회에 나오기 시작한 2008년부터 글로벌 금융위기가 몰아치고 저성장이 시작되면서 고용시장 진입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 결과 현재 고용상태를 보면 다른 세대에 비해 비정규직 비율이 높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은 미증유의 고령화가 이미 현실화됐다는 점이다. 현재 경제활동인구(15~64세)의 최고령자인 64세는 과거 고령자와 비교해 젊다. 그래서 노후 대비를 위해 오래 일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후 베이비부머와 X세대 역시 더욱 건강하고 현업에 오래 남아 있을 가능성이 크다. 나이가 많으면 많은 대로, 적으면 적은대로 고령화사회에는 긴 노후를 대비해 오래 노동시장에 남아 있을 가능성이 커진다.

이 여파로 Y세대는 노동시장 진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간 청년 고용시장과 고령자 고용시장이 “중복된다”“아니다“를 놓고 갑론을박이 많았다. 그러나 어디에서 중복되지 않는다는 결과를 확실히 내놓은 연구결과는 없다. 오히려 최근 통계를 보면 인구구조의 고령화와 고령자의 근로기간이 늘어나면서 청년의 고용율과 취업률은 저하되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이제 두 시장이 본격적으로 오버랩되기 시작했을 뿐인데 이런 현상이 나나타면 앞으로 갈수록 청년과 고령자의 일자리 상쇄현상(tradeoff)이 심화될 가능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인구구조만 봐도 보인다. X세대 위로는 40대와 50대가 30대보다 훨씬 많다. 50대는 1차 베이비부머가 주력이고, 40대는 2차 베이비부머가 주력이다. 이들의 인구는 각각 710만명, 604만명, 540만명이다. 10년 전 ‘88만원 세대’로 불렸던 Y세대는 이제 30대의 주축이 됐다. Y세대는 결혼 적령기에 있다는 점도 변수다. 직장 잡기도 어려우니 생활의 기반이 되는 결혼은 더욱 어렵다. Y세대는 이른바 현재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3포 세대’(연애, 결혼, 출산)의 장본인들이다. 이들은 미국의 Y세대처럼 개인ㆍ개방ㆍ감성주의가 높을 것으로 짐작된다. 앞서 일본에서는 오랜 불황의 여파로 젊은층 사이에 비정규직이 크게 늘어나면서 초식남ㆍ초식녀가 등장한 것과 같은 흐름이다.

Y세대의 반퇴준비는 첫째 무슨 일이라도 평생직업을 구하는 게 첫번째다. 첫술에 배부를 수 없다. 일단은 어떤 분야에서라도 경험을 쌓으면서 사회 경험을 쌓아야 한다. 그렇게 하되 자신에게 어떤 직업이 평생직업이 될지를 파악해야 한다. 1, 2차 베이비부터가 ‘평생직장’을 믿고 있다가 사실은 ‘미생’으로 살아가고 있는 전철을 밟지 말란 얘기다. 둘째는 무슨 일을 하든지 1만 시간을 채워야 한다. 어렵게 대기업에 들어가도 중도 퇴사자가 많은 것은 일과 자신이 맞지 않을 수도 있지만, 인내심 부족일 수도 있다. 처음에는 어느 직장에 들어가도 허드렛일을 많이 할 수밖에 없다. 소림사에 들어가서 첫 3년은 마당만 쓰는 일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물론 도무지 아니라고 생각하면 방향을 바꿔도 된다. 창업과 창직도 Y세대에게는 기회일 수 있다. 지금 잘 나가는 국내외 벤처기업인은 모두 서른 전후에 아이디어 하나로 비즈니스를 시작했다는 점만 보면 그런 가능성을 알 수 있다.

이미 운 좋게, 또 능력을 일찌감치 인정받아서 자리를 잡았다면 연금을 빨리 들어라. 연금은 시간의 마술을 부리기 때문에 빨리 가입할수록 적은 부담으로 많은 것을 누릴 수 있다. 스노우볼링이다.

김동호 경제선임기자 dong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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