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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콴유·박정희 만찬 통역했던 박 대통령 "한국민의 친구"

중앙일보 2015.03.24 00:51 종합 3면 지면보기
1979년 10월 한국을 찾은 리콴유 싱가포르 총리(가운데)가 청와대에서 박정희 대통령(오른쪽)과 기념 촬영하고 있다. 당시 영애이던 박근혜 대통령은 만찬에서 통역을 맡았다. [사진 한국정책방송원]


리콴유(李光耀) 전 싱가포르 총리는 총리 재임 시절 세 차례, 퇴임 후 세 차례 등 모두 여섯 차례 방한해 양국 교류 확대에 기여했다. 특히 박정희·박근혜 대통령 부녀와 돈독한 관계를 이어온 것으로 유명하다.

여섯 차례 찾은 한국과 인연
"아버지 맞수 같은 지도자" 회고
DJ와는 '아시아적 가치' 논쟁
MB는 '비즈니스 프렌들리' 배워



 그는 박 전 대통령 서거 엿새 전인 1979년 10월 19일 청와대에서 박 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다. 당시 두 정상 간의 만찬에서 영애였던 박 대통령이 통역을 맡았다. 리 전 총리는 이에 대해 “영어 통역을 한 20대의 딸(박근혜)이 대화가 매끄럽게 이어지도록 해줬다”며 박 대통령의 영어 실력을 칭찬했다. 방한 엿새 뒤인 10월 26일 리 전 총리는 박 전 대통령의 암살 소식을 접했다. 리 전 총리는 회고록 『일류국가로의 길』에서 박 전 대통령의 리더십을 높이 샀다. “한국의 성공을 위한 그의 강한 의지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며 “그가 없었다면 한국은 결코 산업화를 이루지 못했을지도 모른다”고 평가했다.



 박 대통령은 23일 애도 성명을 통해 “리 전 총리는 한·싱가포르 양국 관계 발전을 위해 귀중한 지혜를 주신 우리 국민의 친구였다”며 “싱가포르를 세계 속의 일류국가로 변모시키기 위해 헌신해 오신 고인의 업적은 우리나라를 포함한 세계 여러 국가들로부터 존경을 받아왔다”며 애도를 표했다. 박 대통령은 2007년 펴낸 자서전에서도 “리 전 총리와 내 아버지는 60~70년대 아시아를 이끈 지도자로서 맞수 같은 사이였다”며 “리 전 총리 부부는 나에게 부모님 같은 정을 주시는 분들”이라고 회고했다.



 리 전 총리는 김대중(DJ) 전 대통령과는 ‘아시아적 가치’를 두고 정반대의 견해로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리 전 총리는 94년 격월간 외교정책 전문지인 포린어페어스와의 인터뷰에서 “문화는 천명(天命)과 같아 바뀌지 않는다. 서구의 민주주의·인권은 문화가 다른 동아시아에 그대로 적용될 수 없다”고 주장하며 ‘아시아적 가치’를 강조했다. 그러자 DJ는 7개월 뒤 같은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리콴유 전 총리의 주장은 민주주의를 거부하는 명분을 찾기 위한 거짓 주장이다. 맹자의 주권재민(主權在民·나라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과 동학의 인내천(人乃天·사람이 곧 하늘) 사상에도 민주주의 이념을 담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전 대통령은 5년 뒤인 99년 10월 방한한 리 전 총리를 만났다. 리 전 총리는 회고록에서 김 전 대통령에 대해 “여러 차례의 위기를 겪으며 강해진 사람이고 더 높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감정을 자제하는 방법을 알고 있는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리 전 총리는 81년 싱가포르 창이국제공항 건설에 참여했던 이명박 당시 현대건설 사장을 불러 만나기도 했다. 그는 이 전 대통령을 자신의 집무실에 불러 5분짜리 비디오를 보여주면서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강조했고 이 전 대통령은 이에 깊은 인상을 받아 향후 국정 철학에 반영했다. 이 전 대통령도 리 전 총리를 잊지 못할 국가지도자로 꼽은 바 있다.



 리 전 총리는 『일류국가로의 길』에서 전두환·노태우·김영삼 전 대통령을 회고하면서 “이들은 3대 열강인 중국·러시아·일본에 둘러싸인 한국이 지닌 지정학적인 취약성에 대해 깊이 염려하고 있었다”고 회고했다.



이지상·하선영 기자 dynami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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