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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NewYork Times] 날로 지능화되는 중국의 '공개 망신 주기' 처벌

중앙일보 2015.03.24 00:03 종합 29면 지면보기
무룽쉐춘(慕容雪村)
작가
학창 시절 수업을 빼먹고 학교를 빠져나가려다 걸린 적이 있다. 담임 선생님은 건장한 체격의 30세 남성이었고 나는 왜소한 몸집의 14세 소년이었다. 선생님은 내 옷깃을 움켜쥐고 기숙사에서 교실까지 질질 끌고 갔다. 반 친구들이 보는 앞에서 내 머리를 연신 쥐어박고, 큰 소리로 욕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이틀 뒤 전교생이 모인 조회 시간에 나는 앞으로 불려나가 반성문을 읽어야 했다. “나는 게으르고 규칙을 지키지 않았으며 선생님과 부모님을 실망시킨 학생”이라는 내용의 600단어짜리 반성문이었다. 친구들은 나를 흥미로운 시선으로 쳐다봤고 선생님은 만족한 듯 보였다. 만인 앞에서 발가벗겨진 기분이었다.

 중국에서는 드물지 않게 일어나는 일이다. 초등학생이건 대학생이건 사소한 잘못을 저지를 때마다 이렇게 대중 앞에서 처벌받는 모습을 수없이 목격했고 나 자신도 당했다. 처벌받는 학생은 친구들 앞에서 자신의 인격적 부족함을 자책하며 잘못을 과장해 말해야 한다. 이런 경험이 얼마나 수치스럽게 느껴지는지는 겪어본 사람만 알 수 있다.

 마음에 들지 않는 행동을 한 사람에게 공개적 망신을 주는 중국식 처벌의 전통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집권한 2년 전부터 더욱 강화되고 있다. 시 주석이 이끄는 중국 공산당은 ‘공개적 망신 주기’ 처벌을 비단이나 도자기처럼 중국이 자랑하는 예술작품의 하나로 승화시켰다. 중국을 대표하는 방송 CCTV는 공개적 망신 주기 처벌을 실행하는 대표적 수단이다.

 중국 정부에 저항하다 수감된 언론인이나 기업인들이 죄수복 차림으로 연일 CCTV에 나와 잘못을 참회하고 있다. 출연자들의 짧게 깎은 머리나 심각한 표정, 눈물을 흘리는 얼굴 등에서 죄인 신분임이 명확히 느껴진다. 저잣거리에서 중인환시리(衆人環視裡)에 망신주던 과거의 처벌 방식과 비교하면 CCTV로 방송되는 수감자들의 참회는 한결 부드럽게 느껴진다. 때로는 진정성을 넘어 시청자들에게 영감을 주는 것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하지만 하루가 멀다 하고 방송되는 CCTV의 ‘참회 중계’를 보면 ‘인민의 정부’라는 중국 정부가 인민 개인의 존엄과 인권에 대해 아무런 관심이 없다는 걸 금방 알 수 있다. 중국의 국영방송 지위를 독점하며 13억 명의 시청자를 거느린 CCTV는 다른 어떤 나라 방송사보다 막강한 힘을 자랑한다. CCTV기자는 경비가 삼엄한 구치소에 손쉽게 들어가 수감자들의 입을 열 능력을 가진다. 팔순 노인 수감자에게 성매매에 탐닉했던 과거를 캐물을 수 있고 성매매 혐의로 기소된 소녀에게 ‘고객들과 무슨 짓을 했느냐’는 질문도 던질 수 있다. 이들의 혐의가 확정된 것도 아닌데 CCTV는 ‘범죄자’라 단정하며 방송을 내보낸다. CCTV로 전파되는 수감자들의 참회 육성은 중국 정부가 벌이는 ‘범죄와의 전쟁’ 캠페인의 방앗간에 바쳐진 곡식과도 같다.

 중국 정부가 ‘온라인 청소’에 나섰던 2013년 9월 CCTV는 정보기술(IT) 업계의 큰손이었던 찰스 쉐(薛必群)가 성매매 혐의로 체포됐다고 보도했다. 쉐는 블로그에서 1200만 명 넘는 팔로어를 거느렸던 온라인 스타였다. 8개월 가까이 옥살이를 한 끝에 석방된 쉐는 가족과 팔로어 수백만 명에게 자신의 잘못을 공개 사과하며 “다시는 잘못된 소문을 퍼뜨리지 않겠다”고 맹세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중국의 긍정적인 에너지를 전 세계에 확산시키는 데만 앞장서겠다”고 다짐했다.

 천융저우(陳永洲)와 가오유(高瑜) 등 중국 국민의 존경을 받던 기자들도 ‘언론 길들이기’ 캠페인에 나선 중국 정부의 손아귀를 벗어나지 못했다. 칠순의 나이에 국가 기밀을 외국 언론에 유출한 혐의로 체포된 가오유는 죄수복 차림으로 CCTV에 나와 “내가 한 일이 국익을 해쳤다는 사실을 안다. 정말 잘못된 행동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가오유의 변호사는 “중국 정부가 가오유에게 ‘혐의를 부인하면 아들에게 안 좋은 일이 생길 것’이라 위협했기 때문에 그가 마음에도 없는 발언을 했다”고 폭로했다. 쉐도 가오유와 비슷한 협박을 당했을 것으로 짐작되지만 뚜렷한 증거는 없다. 하지만 쉐가 감옥에서 겪었을 고통을 생각하면 그가 중국 정부의 참회 요구를 거부할 수 없었을 게 분명하다.

 사회주의 국가는 개인의 권리에 앞서 국가의 이익을 강조한다. 중국 공산당이 집권해온 지난 66년간 이는 변함없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이런 경향이 2년 전부터 더욱 심화되고 있는 점이 문제다. 중국인들은 ‘차이나 드림’이란 슬로건 속에서 살고 있다. 나라의 힘을 키우기 위해 노력하라고 국민에게 요구하는 캠페인이다. 하지만 중국 국민의 개인적 권리는 세계 2위 경제대국의 위상에 걸맞게 신장되지 않았으며 오히려 후퇴하고 있다. 중국 정부에 개인의 권리 존중이란 아무런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나라의 힘이 아무리 커져도 국민의 자유 확대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그 나라의 ‘드림’은 결코 아름다운 꿈이 될 수 없을 것이다.

무룽쉐춘(慕容雪村)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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