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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과의 대화법 찾는 과정이 디자인”

중앙선데이 2015.03.21 00:23 419호 13면 지면보기
자신이 디자인한 AXOR의 워터드림 샤워램프와 이를 디자인한 넨도의 오키 사토
현재 유럽 디자인계의 트랜드는 뭔가.
“불황 때문인지는 몰라도 예전보다 훨씬 더 다양한 방면에서 디자인이 이루어지는 것 같다. 전에는 트렌드를 결정짓는 확실한 스타일들이 있었는데 최근엔 브랜드마다 자신의 성격을 드러내는 제품이 많다. 요즘 회사들은 디자이너에게 창작에 대한 자유를 많이 부여하는 편이다.”

중앙SUNDAY가 만난 넨도 설립자 사토 오오키


디자이너로서 흥미를 느끼는 부분은.
“나는 아주 지루하고 작은 것들에 흥미를 느낀다. 이를테면 일상 생활, 반복되는 일, 종이나 벽의 낙서들, 매일 입는 옷들, 매일 가는 커피숍 등 같아 보이지만 매 순간 다른 것들. 난 구태여 특별한 것을 찾지 않는다. 주변의 사소한 것들, 매일 일어나는 소소한 것에서 의미를 찾으려 한다.”

디자인이 인간 생활에 어떤 역할을 해야 하나.
“일상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넨도는 사람들에게 기쁨이나 놀라움 같은 감동을 전할 수 있는 디자인을 하기 위해 노력한다. 극적인 프로젝트보다 매일의 삶에서 감동을 줄 수 있는 작은 것들이 삶을 더 풍요롭고 나아지게 한다고 생각하고 또 희망한다.”

테크놀로지는 우리에게 큰 이로움을 주는 것 같은가.
“우리가 인간인 이상 기술을 개발, 적용시키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어떤 방향으로 기술을 개발해야 하는가다. 우리같은 디자이너들은 새로운 기술을 습득하기 위해 엔지니어 등 전문가들과 많은 대화와 협력을 해야 한다. 사람들(회사)은 지금같은 불경기는 디자인에 투자하기 적절한 시기가 아니라고들 말한다. 하지만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지금이 디자인에 적합한 시기다. 디자인은 사람들과 대화하는 방법이다. 디자인은 새로운 아이디어와 기술, 재료를 사람들과 연결하는 매개체라는 것을 인식하고 지금같은 때 오히려 더 많은 디자이너들과 협력해 소비자들과 대화할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굉장한 아이디어가 생각났는데 기술적·재료적으로 문제가 있어서 실행할 수 없었던 적도 있었나.
“각각의 프로젝트에는 항상 문제가 있다. 원하는 프로젝트에 제조상 문제가 생긴다면 디자이너는 그것을 해결해낼 수 있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디자이너는 경험이 많아야 한다. 장인·기술자·고객(회사)과 서로의 경험을 주고받으며 아이디어를 짜내면 꿈의 프로젝트라도 실현해낼 수 있다.”

모두 특이하고 멋지지만 그 중 특히 마음에 드는 것은.
“2008년 ‘21_21 디자인 사이트’ 개관 1주년 기념으로 열린 ‘21세기 사람전’에 출품한 캐비지 체어(Cabbage Chair)가 아닐까 싶다. 전시 기획자였던 패션 디자이너 이세이 미야케 선생님은 플리츠 천(이세이 미야케의 상징인 주름잡힌 천)의 주름을 잡는 공정에 사용된 후 대량 폐기되는 플리츠 종이를 사용해 가구를 만들 수 있는지를 우리에게 물었다. 우리는 플리츠 종이다발을 둘둘 말은 후 마치 양배추 껍질을 벗기듯 하나씩 열어 완성하는 의자를 만들었다(빅토리아앤알버트 박물관은 이 의자 3점을 영구 소장품으로 선정했다). 당시 스케치를 하며 아이디어를 발전시키는 과정에서 미야케 선생님은 ‘좋다고 생각할 때 멈춰라. 네가 충분하다고 생각할 때 끝내고 그것이 더 발전하도록 놔두지 마라’고 말씀하셨다. 그 말씀은 굉장히 충격적이었다. 그 분은 또 아트와 디자인의 다른 점에 대해 ‘예술은 네가 원하는 대로 작업할 수 있지만 디자인은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하셨다. 그 말씀 이후 나의 디자인 전개방식은 많이 바뀌었다. 디자인할 때마다 내가 하고싶은 만큼 미니멀한 스타일을 유지하기보단 좀 더 따뜻하고 친밀하게 하려고 노력한다.”

스타 디자이너가 됐는데 예전과 달라진 점은.
“(다시 수줍게 웃으며)나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할 뿐이다. 학생이었을 때는 여기저기 스케치나 하고 있으면 선생님으로부터 꾸중을 듣곤 했지만 지금은 내가 스케치를 하면 모두 행복해 한다. 난 스스로 행운아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내 디자인을 보고 이건 멋져, 저건 나빠 해도 난 상관 안한다. 누구나 자기 취향을 말할 자유가 있고 그 방법 중 하나가 디자인 아닌가. 넨도에서 근무하는 30명의 디자이너와 함께 130개의 프로젝트를 한꺼번에 다루며 일을 즐기고 집중할 뿐 인기에는 신경쓰지 않는다. 유명해진다는 것이 나 혹은 내 삶의 방식을 바꾼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돈은 버는 대로 시제품을 만들기 위해 다 써버리지만 내가 만들고 싶은 모든 샘플들을 만들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한 수입이 있어 다행이라 생각한다.”

아시아 고객과 유럽 고객간의 차이가 있나.
“약간의 차이가 있긴 하다. 우리가 매우 흥미로운 프로젝트를 제안했을 때 아시아 고객들은 ‘좋다, 우리가 만들겠다’ 라고 하는 반면 유럽 회사들은 ‘매우 좋은 디자인이고 만일 제작한다면 많은 돈을 벌겠지만 이건 우리 브랜드 스타일이 아니다’라고 한다. 유럽 회사들은 단기적 비즈니스보다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자신들의 스타일, 캐릭터를 유지하기 위한 디자인을 선택하는 것 같다. 그래서 유럽에는 많은 럭셔리 브랜드가 존재하는 것 아닐까.”

언젠가 실현시키고 싶은 드림 프로젝트가 있나.
“그런 건 없다. 하고 싶은데 실현시키지 못해 욕구불만이 된 프로젝트도 없다. 우린 그저 매일매일 프로젝트의 삐걱거리는 부분을 치료하는 디자인 닥터일 뿐이다. 매일 최선을 다하고 정성들인 프로젝트가 성공하는 것을 보는 것이 기쁘다.”

넨도의 철학이라면.
“넨도는 사토 오오키고 사토 오오키는 넨도다. 컬러나 형태, 마감보다는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는 오브제, 탄생 배경이 있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 내겐 더 중요하다. 좋은 디자인은 어린아이가 말하는 동화나 할머니의 옛날 얘기처럼 스토리와 좋은 아이디어를 담고있는 것이다. 디자인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는 사람이 봐도 좋은 것, 스스로 얘기해서 아무런 설명이 필요없는 디자인, 넨도는 그런 디자인을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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