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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광 피부 꿈꾼다면 ‘강추’

중앙선데이 2015.03.21 00:52 419호 22면 지면보기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 ‘피스 앤 그린보트’를 탄 것도 할 일 중 하나다. 한국과 일본의 시민들이 평화와 환경을 공동 모색해 보자는 취지의 실천이다. 커다란 배에선 1000여 명이 함께 숙식하며 크루즈 항해를 한다.

윤광준의 新 생활명품 <13> 착한 화장품 세타필

살면서 여러 배를 타 봤다. 한가한 여행객들의 호사취미 정도로 생각하던 크루즈 여행은 처음이다. 세상에 겪어봐야 알게 되는 것이 어디 크루즈 여행뿐이던가. 크루즈 여행은 정말 좋았다. 배 안에서 벌어지는 유익한 프로그램과 사람들을 사귀는 재미 때문이다. 한국과 일본의 시민들은 격의 없이 어울리고 토론했으며 웃으며 즐겼다.

한 배를 타는 순간 사람들은 운명공동체가 된다. 고립된 공간에서 대립과 다툼이 끼어들 틈은 없다. 말하지 않아도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해야 할 필요만이 넘친다. 열흘의 시간을 함께 겪는 동안 정치적 이슈는 떠올리지 않았다. 일본인은 친근하고 살가운 이웃이었다.

오키나와로 향하는 바다엔 큰 파도가 일지 않았다. 강렬한 햇빛은 살을 파고들 듯 따가웠다. 코끼리 피부라도 견디지 못할 것이다. 모자를 쓰는 것은 위안에 불과했다. 햇살의 위력은 대단했다. 히말라야 고산지대의 강한 자외선 빛만큼이나 파고든다. 얼굴이 따갑고 후끈거린다. 물러설 내가 아니다. 미련하게 버티고 서서 눈앞에 펼쳐지는 바다를 마음껏 눈에 담아야 한다. 오늘 아니면 이 바다에 다시 설 기회는 찾아오지 않는다.

선미 데크에 서 있는 중년의 일본인을 보았다. 그 또한 나와 같은 심정일 게다. 바다를 바라보는 내내 얼굴에 연신 무엇인가를 발라댔다. 흔히 보던 자외선 차단제가 아니다. 생소한 브랜드의 튜브 형 크림이다. 유심히 들여다보는 내게 관심을 보였다. 벌겋게 단 얼굴이 안쓰러워 보였을지도 모른다. 대뜸 자신의 크림을 건네며 발라보라 했다. 운명공동체 의식이란 대단한 것이 아니었다. 제 얼굴이 따가우면 상대도 따가운 법이다. 잽싸게 받아들어 얼굴에 발랐다. 순간의 청량감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크림 하나로 진정되는 얼굴의 반응이 놀라웠다. 아리가토! 아리가토! 외마디 일본어라도 이럴 때 써먹는 것이다.

코끼리 같은 피부를 순하고 촉촉하게
배 안에는 각계 전문가들이 타고 있다. 14년 동안 정신병원에서 전담 간호사로 일했다는 여인도 그 중 하나다. 최고의 간호란 환자들이 편하게 잠들게 하고 쉬고 먹게 해 주는 일 뿐이란 그녀의 지론은 멋졌다. 누구보다 현장의 사정을 잘 아는 전문가의 말은 어렵지 않았다. 이후 간호학 교수가 된 이의 해박함과 유쾌한 가벼움은 묘하게도 다투지 않았다. 강요해서 생기는 믿음이란 진의를 의심케 되지 않던가. 이토록 명쾌한 간호의 정의를 내려준 이에게 난 자발적 신뢰를 표했다.

간호학 교수에게 낮에 있었던 일을 얘기했다. 혹시 크림의 이름을 아느냐고 물었다. 흰색 용기에 푸른색 글씨 C 밖에 기억나지 않았다. 대뜸 손뼉을 치며 “아! 세타필”. 그녀의 반응은 즉각 튀어나왔다. 피부가 여려진 환자들에게 마음 놓고 쓸 수 있는 제품이란 설명과 함께 예찬론을 펼치기 시작했다.

여느 화장품 회사의 마케팅 논리를 벗어난 독특한 전략이 세타필의 특징이라 했다. 피부에 해를 끼치지 않는 기초 화장품의 본질만이 관심인 듯 보였다. 세타필은 1947년 피부과 치료제와 화장품을 내놓았다. 일반 화장품이 아닌 피부과 치료제로 출발한 이력을 주목해야 한다. 1964년에야 의사의 처방전 없이 살 수 있는 일반 화장품으로 바뀐다.

만드는 회사의 배경이 어마어마하다. 커피로 유명한 스위스 네슬레와 프랑스의 화장품 회사 로레알이 합작해 세운 피부전문 제약기업 ‘갈더마’다. 스위스에 본사를 두고 전 세계에 34개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는 다국적 기업이기도 하다. 국제적 규모와 영향력은 말할 것도 없다.

내게 세타필은 생소한 이름일 수밖에 없다. 여자에게 잘 보일 일이 없어진 지금 화장품까지 신경 쓰지 못한 탓이다. 사실 제 얼굴에 자신 있는 사람들은 별로 보지 못했다. 나름 감추고 싶은 부분은 얼마나 많던가. 나의 고민도 별로 다르지 않다. 거친 피부와 여드름 자국이 깊게 패인 내 얼굴이다. 기르고 있는 콧수염도 사실 패인 흔적을 감추기 위한 장치다. 속 모르고 멋있게 보인다는 여인들의 말을 들을 때마다 냉소를 보내게 된다.

간호학 교수는 나의 거친 얼굴을 측은하게 바라보았다. 그녀는 마치 세타필 전도사 같았다. 세타필을 쓰면 코끼리 같은 피부가 순해지고 촉촉하게 바뀐다 했다. 귀가 솔깃해 졌다. 자신이 쓰던 세타필 로션을 우선 써 보라고 건네주었다. 살다 보니 여자의 화장품도 넙죽 챙기는 뻔뻔함이 내게 있는 줄 몰랐다. 밑져야 본전이다. 거저 준 로션이니 푹푹 찍어 얼굴에 발랐다. 둔감한 나도 바로 알겠다. 끈적임도 향도 없는 로션이 번진 얼굴은 이전과 달랐다. 피부가 건조해져 당기는 느낌이 없다. 화장품 광고에 나오는 촉촉한 느낌이 바로 이런 것이었다. 여자들이 화장품 선택에 민감해 지는 이유를 알겠다. 제 얼굴에 반응하는 쓸 만한 화장품이란 얼마나 중요한가. 더 매력적으로 보여야 세상 살기 편하다는 건 진실이다.

내 얼굴 미용의 강력 무기 … 쓸수록 효능에 감탄
피스 앤 그린보트 탑승의 최대 효과는 표면의 거창한 이유보다 세타필을 알게 된 일이다(초청해준 대의를 찌질한 사적 감흥으로 바꾼 결례를 용서하시길). 이후 나는 세타필의 자발적 사용자가 됐다.

세타필은 대형 마트부터 인터넷 쇼핑까지 여러 경로로 구입할 수 있다. 큰 용기에 가득 담긴 로션의 값은 황당하게 싸다. 유명 뻑적지근한 메이커가 만들었다는 선입견을 지울 수 없다. 처음엔 가격표가 잘못 붙은 줄 알았다. 다른 건 몰라도 좋은 화장품이 반드시 비싸지 않다는 사실을 알았다.

남자가 쓸 화장품이 뭐 대단한 것이 있을까. 아니다. 함께 여행했던 김정운의 세면도구 백에서는 온갖 화장품이 쏟아져 나왔다. 개그맨인 아들 녀석도 용도를 알 수 없는 많은 화장품이 있다. 놀랐다. 외모가 경쟁력이 된 세태를 거스르지 못하는 선택일 것이다. 아직까지 내겐 로션과 촉촉한 피부를 유지시켜주는 크림 이상의 화장품은 필요 없다. 피부를 해치지 않는 안전성과 당김 없는 상태를 만들어주는 용도면 충분하다.

커다란 세타필 로션과 크림 한 통이 내 얼굴 미용의 강력한 무기다. 쓰면 쓸수록 효능에 감탄하게 된다. 지금까지 마누라가 사주는 로션과 스킨만 사용했다. 독특한 향과 청량감만이 기억난다. 바탕의 얼굴을 더 나은 상태로 만들어주지 못하는 불만을 감추고 살았다.

세타필 로션은 다르다. 사람을 현혹시키는 향이 없다. 피부에 도움이 되는 성분만을 남기기 위함이다. 색도 없다. 대신 여유 있게 찍어 쓰라는 용량의 넉넉함이 다가온다. 여느 화장품에 비해 없는 것이 더 많은 담담한 젤은 피부만을 위해 종사한다. 내 얼굴이 이전보다 나아 보인다면 그 비밀은 단 하나, 세타필을 쓰고 있다는 것뿐이다.


윤광준 글 쓰는 사진가. 일상의 소소함에서 재미와 가치를 찾고, 좋은 것을 볼 줄 아는 안목이 즐거운 삶의 바탕이란 지론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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