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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줄어들면 서울의 미래 모습 어떻게 달라질까

중앙선데이 2015.03.21 00:56 419호 24면 지면보기
1 대상작 ‘도킹 시티’. 좁고 가파른 골목이 많은 동네에서 차를 대신할 수 있는 이동 수단 ‘아이고(사진 가운데)’를 선보였다. 2 고가도로가 철거된 아현동에 공유경제 시스템을 제시한 ‘공공공장’. 공장 내에서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는 모듈형 이동수단을 만들었다.
편한 것이 절대 선(善)이 아니다. 전문가 대신 직접 집을 손질하고, 비싼 재료비를 들여 뜨개질을 한다. 근사한 외식보다 손수 지어먹는 집밥이 트렌드로 떠오른다. 삶이 풍요로워진다면 불편함은 감수하겠다는 대중적 공감대다.

재단법인 아름지기의 도시 디자인 실험

차(車)도 예외가 아니다. 선진국은 물론 서울에서도 ‘차 없는 거리’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환경 보호라는 일차원적 접근을 넘어 걷기로 달라지는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 보행자 중심으로 달라지는 도시 경관에 대한 기대다.

재단법인 아름지기(이사장 신연균)의 설계 아이디어 공모전 ‘헤리티지 투모로우 프로젝트 5’도 여기에 초점을 맞췄다. ‘적은 차, 나은 도시(Less car, Better City)’라는 주제 아래, 도시의 이상적 모델을 찾고자 했다. 공모에 참여한 건축가들은 ‘서울에 자동차가 줄어든다면 어떤 모습일까’라는 고민에서 출발, 미래형 이동 수단은 물론 달라진 서울을 제시했다.

김봉렬(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 운영위원장과 건축가 조민석, 박경 교수(UC샌디에이고)가 공동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가운데 모두 다섯 팀(대상 한 팀, 2·3등은 각각 두 팀씩)이 수상자로 뽑혔다. 다음달 5일까지 서울 통의동 아름지기 사옥에서는 이 ‘지혜로운 도시 사용법’을 무료로 전시한다.

자동차 대신 1인용 이동수단 개발
대상작 ‘도킹 시티(전진홍·최윤희 작)’는 이태원 우사단로를 대상으로 삼았다. 비좁은 골목과 언덕길이 많아 자동차보다 야쿠르트 카트·이동식 포장마차처럼 개인 이동수단이 발달한 동네다. “차를 줄이고 난 다음이 아닌 이미 차가 적은 지역에서 미래의 단서를 찾아보려 했다”는 게 두 작가의 설명. 고민의 결과물은 ‘아이고(Ai-go)’라 불리는 물건으로 나타났다. 세그웨이처럼 한 사람이 타고 다니는 전동 스쿠터인데, 쉽게 접혀 부피를 줄인다. 아이고를 쉽게 설치 보관할 수 있는 ‘위 고(We-go)’, 수직적 이동이 가능한 ‘버티 고(Verti-go)’ 등도 하나의 시스템으로 등장한다.

‘새로운 패러다임, 반응하는 도시(조준호·권현정 작, 공동 2위)’는 보다 현실적이다. 신사동 가로수길이 무대다. 주 도로는 상업 공간으로, 그 안쪽은 다세대 주거 공간인 동네의 특징을 포착해 차에 대한 서로 다른 시선에 대응한다. 상권에는 슬라이딩으로 도로 폭을 조절할 수 있는 모듈형 벤치를 놓아 차량과 보행자의 공존을 유도하고, 주택가에는 주차를 제한하는 대신 전기자전거를 활성화시키자는 것. 조민석 심사위원은 “이미 파리에서는 전기 자전거가 보편화되고 있다”면서 그 실현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도심 보행 네트워크의 회복을 위한 블록 접속 장치(우태식 작, 공동 3위)’ 역시 그럴법한 대안이다. 명동-무교동-청계천 -광화문으로 이어지는 길 곳곳에서 보행로가 끊기는 점에 착안, 도심의 동선을 물 흐르듯 이어나간다. 방해물을 제거하고 새로운 공간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를 한눈에 보여주는 조형물이 보기만 해도 시원스럽다. “차로가 끊기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하면서도 보행의 단절은 예사롭게 보는 현실”에 물음표를 둔 작업물은 동선이 소통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보여준다.

3 ‘도심 보행 네트워크의 회복을 위한 블록 접속 장치’의 설계도. 서울 도심 보행로를 연결해 구역별로 바꿔놓았다.
아파트와 아파트 사이에 케이블카
이에 비해 나머지 두 작품은 ‘순수한 이상’에 가깝다. ‘공공공장(김대천·한지수 작, 공동 2위)’은 고가도로가 철거된 아현동의 미래를 담았다. 작가는 ‘차가 줄어들 조건이 막 갖춰진 이 자리에 무엇이 있어야 할까’라는 질문에 공공공장을 제시한다. “먹고 쓰는 모든 것을 대량 생산하면 결국 차를 통해 이동할 수밖에 없지 않나요. 동네를 기반으로 스스로 만들면 길을 달릴 필요가 없게 되죠.” 공유경제를 뜻하는 이 아이디어는 단순한 차의 유동량이 아닌 도시인의 라이프스타일을 통째 바꿀 만큼 기발해 보인다.

‘서울 피노키오(이경택·이동희 작, 공동 3위)’ 역시 다른 참가자들과 스케일을 달리한다. 서울의 주거 공간을 대표하는 아파트, 그중에서도 35년이나 된 대치동 은마아파트가 그 중심이다. 현재 대단지 아파트의 동과 동 사이는 사실상 거대한 주차장이고, 공동주택이지만 공동의 공간은 전혀 확보되지 않는다. 하지만 4000여 대의 차를 치울 수만 있다면? 그 상상은 두 사람의 머릿속에서 구체화된다. 은마상가 위에 주차 타워를 만들고 단지 내 통행로는 공원처럼 변신한다. 걷기 힘든 거주민의 이동 수단은 옥상끼리를 연결하는 케이블카. 28개 동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고 은마상가가 중앙역 구실을 한다. 솔직히 만화 같지만, “도시에 대한 자유로운 착각, 그 변화의 속도는 지금보다 훨씬 경이적일 것”이라는 작가의 말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미래에 대한 호기심을 부추긴다.

“물려주지 말아야 할 것을 줄이는 것도 중요”
올해로 다섯 번째를 맞은 ‘헤리티지 투모로우 프로젝트’는 여러모로 변화를 꾀했다. 예년엔 전통문화의 현대적 계승이라는 취지 아래 도심형 한옥 디자인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엔 공간을 집에서 도시로 확장시켰다. 현대인에게 주거 공간이란 도시 그 자체란 의미에서다. 17일 전시 설명에 나선 조민석 심사위원은 여기 한 마디를 보탰다. “물려줘야 할 유산을 보존하는 게 중요하다면, 물려주고 싶지 않은 것을 줄이려는 시도도 필요하지 않을까요?” 자동차가 바로 그것이었다.

이번 공모전은 또 제출-선발이 아닌 ‘워크숍’ 형태로 진행됐다. 1차로 뽑힌 참가자들과 심사위원들이 토론을 통해 초기 아이디어를 발전·완성해갔다. 효용이나 성과보다 ‘과정’을 중시했다는 점에서 주제와 결을 같이하는 대목이다.


글 이도은 기자 lee.doeun@joongang.co.kr 사진 전호성 객원기자, 아름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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