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설] 오락가락 교육정책이 ‘행복교육’ 막는다

중앙선데이 2015.03.21 23:35 419호 2면 지면보기
박근혜 정부의 교육정책 슬로건은 ‘행복교육’이다. 학생들의 사교육과 입시 부담을 덜어주고 인성교육을 강화해 행복한 교실을 만들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 하지만 학생들은 여전히 행복하지 않은 나날을 보내고 있다. 최근 일주일 새 벌어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비롯한 일련의 정책 혼선만 봐도 그렇다.

 교육부는 엊그제 긴급 보도자료를 통해 “올해 수능도 지난해와 같은 쉬운 수능 출제 기조를 이어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학교 교육과정을 충실히 이수한 학생이라면 풀 수 있도록 예년과 같은 수준으로 출제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교육부의 이날 발표는 불과 사흘 전(17일)에 수능개선위원회가 내놓은 안과는 상치되는 것이다. 수능개선위는 “수능이 적정 변별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출제해 영역별 만점자가 너무 많이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학생·학부모·교사들은 지난해보다 다소 어렵게 출제될 것이라는 의미로 받아들였다. 최악의 ‘물수능’으로 불린 지난해 수학B 만점자 비율은 4.3%(6630명)까지 치솟았다.

 교육부가 예정에 없던 발표를 하자 항간에서는 청와대와의 교감설 등 억측이 분분하다. 입시는 주민·자동차세 인상 백지화나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연기 같은 사안과는 성격이 다른데, 교육부가 과잉대응하고 있다는 것이다. 수능이 어려워지면 사교육이 기승을 부리고, 내년 총선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진위 여부를 떠나 그만큼 교육정책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학생과 학부모들은 혼란스러워한다. 어제 성균관대가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연 ‘2016학년도 입시 지원전략설명회’에는 수천 명이 몰려 인산인해를 이뤘다. 오락가락 정책에 다들 답답해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교육정책 혼선은 수능뿐만이 아니다. ‘교내 방과후 수업, 선행학습 금지 대상 제외(17일)’와 ‘학교생활기록부, 교과명 명시 교내 경시대회 기재 허용(19일)’은 또 다른 예다. 학원은 놔두고 학교만 묶는 선행학습, 일반고만 불리한 경시대회 규제를 놓고 큰 갈등이 빚어졌다. 뒷짐 지고 있던 교육부가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수정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교육정책은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 그리고 지속 가능성이 절대 필요하다.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대입의 경우 광복 이후 큰 틀만 18번 바뀌었다. 현 정부도 또 손을 대 현재 고 1~3학년과 중 3도 서로 다른 입시를 치러야 할 상황이다. 그러니 우리나라 학생들의 학업 스트레스가 세계 최고(50.5%,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조사)이고, 교육정책 국민 신뢰도가 8.2%(한국교육개발원, 2014년 조사)에 불과한 게 아닌가.

 정부가 교육정책의 신뢰 회복을 통해 행복교육을 전파하려면 합리적인 수능체계 개선이 제일 중요하다. 전제 조건은 적정 난이도를 통한 변별력 확보다. 현장의 목소리를 여과 없이 듣는 게 필요하다. 황우여 장관부터 솔선하길 바란다.

 더불어 ‘수능 마피아’로 불리는 특정 대학 출신의 출제진 참여 비율을 30% 이하로 제한하고, 베끼기식 EBS 연계 출제도 바로잡아야 한다. 장기적으론 입시독립기구를 구성해 정권에 상관없는 십년지계(十年之計), 더 나아가 백년지계를 만들어야 한다. 이참에 공과를 명확히 하도록 정책실명제도 강화하자. 그동안 교육정책 혼선에 대해 책임진 장관이나 교육공무원이 있는가.

구독신청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