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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회담 성사, 아베 미 의회 연설과 8월 담화가 열쇠

중앙선데이 2015.03.21 23:45 419호 3면 지면보기
박근혜 대통령이 21일 청와대에서 취임 후 처음 만난 기시다 일본 외상(왼쪽)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오른쪽은 왕이 중국 외교부장. [청와대 사진기자단]
3국 외교장관 회의에서 나온 합의는 꼬여 있는 한·중·일 관계를 큰 틀에서 풀어보자는 의도로 해석된다. 그동안 한·중 양국은 일본 정부의 과거사 인식 문제로 인해 일본의 거듭된 정상회담 요청에도 불구, 냉담한 반응을 보여왔다. 이 때문에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무상은 이번 회의에서도 정상회담 개최 필요성에 방점을 둔 모습이 역력했다.

[한·중·일 외교장관 회담] 동북아 외교 경색 풀리나

이번 회의가 정상회담으로 순조롭게 이어질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아직 장담하기 어렵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부의 역사 인식이 바뀌었다는 명백한 신호를 한·중 양국에 주기 전까지는 정상회담 성사가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왕이 중국 외교부장의 태도는 단호했다. 그는 회담 직후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서 일본 정부의 역사인식 문제에 장시간을 할애했다. 그는 “최근 몇 년간 3국 간에, 특히 중·일과 한·일 관계가 역사인식 문제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올해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지 70주년을 맞았지만 3국의 역사 문제는 과거형이 아닌 현재형으로 남아 있다. 이를 미래형으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고 역설했다.

“북핵 명기는 큰 소득” 평가
다음달로 예정된 아베 총리의 미 의회 연설에서 어떤 식으로 과거사를 언급하느냐와 8월 아베 담화에 담길 내용이 3국 정상회담 개최의 잣대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박철희(국제대학원 교수) 서울대 일본연구소장은 “3국이 관계 개선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인식을 함께하고 있지만, 정상회담 같은 구체적인 성과를 도출하기까지는 좀 더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며 “일본 정부의 태도 변화 없이는 정상회담 개최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외교장관들은 북핵 문제에 대해서도 공동발표문을 통해 “한반도에서의 핵무기 개발에 확고히 반대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하고, 관련 유엔 안보리 결의 및 9·19 공동성명상의 국제적 의무와 약속이 성실히 이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3국은 개별적으로 한반도 비핵화 원칙을 지지한 적은 있지만 이를 3국 외교장관 회담에서 공식적으로 천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흥규(정외과 교수) 아주대 중국정책연구소장은 “핵 개발을 확고히 반대하고 비핵화 조치에 합의한 것은 일단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3국 외교장관 회담에선 구체적으로 거론되지 않았다. 앞서 열린 한·일 외교장관 회담에서 “위안부 피해 문제 해결을 위해 외교 당국 간 협의를 독려한다”는 수준의 논의가 있었다. 이는 아직 양국 정부가 위안부 문제 해법에 대한 입장 차가 여전하다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향후 구체적인 협의를 위한 본격적인 활동이 뒤따르지 않을 경우 위안부 문제는 앞으로도 한·일 간 난제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한·중 간 ‘뜨거운 감자’인 사드 문제는 거론조차 되지 않았다. 왕이 부장은 기자들의 질문에 “우리 입장은 이미 여러 차례 말했다. 모두가 아는 것이며 공개된 것”이라는 답변만 내놓았다. 외교부 관계자는 “사드 문제는 이번 회담의 의제가 아니었다. 이에 따라 협의한 것이 없다”며 그 배경을 설명했다.

이와 관련, 중국이 의도적으로 이번 회담에서 사드 이슈를 꺼내지 않은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3국 관계 경색의 주된 요인이 일본의 역사인식 문제였던 만큼 한·중 간 불필요한 마찰을 피하기 위해서다. 또 일본 정부의 역사인식 전환을 위해서는 한·중 공조가 필요하다는 데 양국이 인식을 같이했기 때문이다.

中 사드 문제로 한국과 갈등 원치 않아
특히 아직 한·미 양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사드 한반도 배치에 대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이 문제를 3년 만에 열리는 3국 외교장관 회담에서 거론하는 것도 중국으로서는 부담스러웠을 것으로 보인다. 왕이 부장의 말처럼 이미 중국 정부가 사드 문제에 대해 여러 차례 반대 입장을 표명한 만큼 이미 중국 정부의 요구를 한국이 잘 파악하고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게다가 사드 문제 논의를 위한 파트너는 사실 한국이라기보다 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원하는 미국이기 때문이다. 김흥규 교수는 “중국이 사드 문제를 언급하지 않은 것은 중국이 한국과 이 문제로 인해 파국으로 가길 원치 않는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며 ”한국을 더 이상 자극하지 않고 또, 중국의 의사가 충분히 전달됐다고 판단한 것 같다“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회담에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과 관련해서도 구체적인 논의는 없었다. 단지 왕이 부장이 “한국이 동참해 주기를 바란다”는 의사를 표명했다고 외교부는 전했다. 이미 영국 등 유럽 각국이 AIIB 참여를 천명했고, 미 정부도 “주권국의 판단에 맡기겠다”는 입장을 밝힌 만큼 한국도 국가이익 측면에서 판단할 것이라는 게 중국 계산으로 보인다.

박철희 교수는 “3년 만에 3국 외무장관 회담이 열리고 5년 만에 언론 공동발표문이 나온 것을 계기로 3국이 갈등하면서도 완만하게 관계복원 시도에 나설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발표문에 ‘역사직시 미래개척’이 포함된 것에 대해서는 “하지만 과거사 문제 해결이 만만치는 않을 것”이라며 “중국이 오는 8월 아베 담화 발표를 앞두고 너무 생경한 내용이 담기지 않도록 사전에 견제하는 성격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영준 국방대 안보대학원 교수는 “3국 정상회담은 올해 중으로 열릴 것으로 전망한다”며 “다만 의미 있는 성과가 있어야 하므로 시간은 다소 걸릴 것”이라며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 이번 회담을 잘 활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익재 기자 ij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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