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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시세끼’ 어촌 편의 배경인 만재도에서 섬 캠핑

온라인 중앙일보 2015.03.22 00:05
[여성중앙] ‘삼시세끼’ 어촌 편, 만재도에서 섬 캠핑



드라마 ‘가을동화’ ‘겨울연가’로 유명한 윤석호 감독은 만재도의 수려함에 마음을 빼앗긴다. 그러나 너무 먼 거리 때문에 계절 시리즈의 완결 편 ‘봄의 왈츠’에 잠깐 담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랬다고 한다.







섬 캠핑을 위한 tip



섬이라는 특성을 고려해 수시로 바다 날씨를 체크하고 안전한 숙영지를 미리 정한다. 패킹은 가볍게 하고 간단한 식재료(라면, 즉석밥 등)를 챙긴다. 또 바람이 많이 불 수 있으니 텐트는 방향을 잘 따져 설치하고 여분의 보온 재킷도 준비한다. 무엇보다, 마을회관 등에 들러 야영 사실을 알리면 안전이 확보되며 식수와 화장실 사용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자급자족 라이프라는 부제가 붙은 ‘삼시세끼’ 어촌 편의 배경이 되는 섬. 전남 목포에서 아침 8시 10분 쾌속정에 오르면, 도초, 비금도, 흑산도, 상태도, 하태도를 거쳐 우리나라 서남 끝 섬 가거도에는 12시를 넘겨 도착하게 된다. 배는 가거도에서 40~50분 정박해 휴식을 취하다 오후 1시쯤 마지막 섬을 향하게 되는데 이곳이 바로 만재도다.



만재도는 목포를 기준으로 가거도보다는 가까운 거리에 있지만 크기가 작고 주민 수가 적다는 이유로 항로의 뒤편으로 밀려나 무려 6시간의 지루함을 인내해야만 발을 디딜 수 있다.



만재도에는 큰 배가 정박할 수 있는 선착장이 없다. 쾌속선이 멀찌감치 멈추면 통통배 한 척이 다가와 뭍으로 가고 섬으로 오는 사람과 짐을 내리고 또 옮겨 싣는다.



만재도는 크기가 0.6km²에 지나지 않는 작은 섬으로, 배에서 내려 휘 둘러보면 바다와 섬이 어우러지고 세월이 만들어 놓은 몽돌해변이 눈에 들어오는 자그마한 어촌이다.



배낭을 벗어 놓고 긴 호흡 한번 내뱉고는 여느 때와는 또 다른 정성으로 텐트를 피칭한다. 머무는 동안 한순간도 헛되이 흘려보내선 안 된다는 생각에 허기조차 뒷전이다. 우동 한 사발 대충 말아 들고 카메라를 둘러메고 길을 나선다.



마을로 들어서면 다닥 붙은 골목 사이 촘촘한 돌담이 이어져 미로를 만들어 낸다. 섬 전체가 암석 지형이라 집터를 만들려면 무수히 파내고 옮기고 또 쌓기를 반복해야 했을 터. 그 고된 정성 덕에 매년 몇 차례씩 섬을 훑고 지나는 태풍에도 돌담은 사이사이 바람 길을 내어주며 마을을 지켜온 굳건한 방패막이 되었다.



뭍과 멀리 떨어진 섬이 다 그렇듯 만재도 역시 자체 발전소가 있다. 그 발전소 옆길로 해발 177m의 마구산으로 오르는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어 이리저리 살피며 조금씩 오르다 보면 해식애와 해안 절벽으로 이어지는 기막힌 풍광에 저절로 탄성이 난다.



산책로는 결국 등대에서 멈춰 서는데 ‘삼시세끼’에서 차승원이 아버지 제사를 드렸던 바로 그곳이다. 몽돌해변(짝지해변) 뒤편으로 주상 절리의 장관이 펼쳐진다. 자연은 억겁의 재능을 이곳에 숨겨 놓았다가 먼 섬에 대한 꿈을 꾸고 용기를 내어 찾아온 백 패커의 열정에 크나큰 선물로 답했다.



해안선 길이가 5.5km에 불과한 만재도는 남북으로 뻗은 산지와 동서로 가로놓인 산지가 중앙 저지로 이어져 크게 T 자 형태를 이룬다. 하지만 큰 산, 앞산, 물생산으로 붙여놓은 이름이 무색하게도 만재도를 돌아보는 데는 채 한나절이 걸리지 않는다.



봄볕의 온기가 사라질 때 즈음이면 물색도 어두워지고 방파제도 마을 어귀도, 휑하니 비어간다. 그 덕에 바다를 송두리째 얻었지만 쓸쓸한 마을의 불빛과 몽돌 위를 바라보는 이방인에겐 한없는 외로움이 밀려든다. 그래도 시간이 지나 다시 떠올리면 못 견디게 그리워질 귀한 섬의 밤이다.







만재도 먹거리 tip



만재도 주민들은 ‘청정마을 만재도’라는 법인을 만들어 바다와 섬에서 채취한 귀한 식재료를 인터넷 쇼핑몰(www.manjaedo.com)을 통해 판매한다. 갑오징어, 거북손, 홍합, 배말, 다시마, 돌미역, 가사리, 우럭, 열기, 장어 등 그 종류만도 헤아릴 수 없이 많다.



모두가 자연에서 채취해 깨끗하게 세척 후 급랭한 것이라 섬 주민들의 정성과 바다의 맛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또 쇼핑몰에 있는 ‘만재도 자연산 요리’ 게시판에는 거북손 무침, 자연산 다시마밥, 갑오징어 요리 등 요리법도 담았다.



이 요리법에 청정 만재도의 재료들을 더하면 ‘삼시세끼’ 어촌 편에서 차줌마(차승원)가 선보인 요리가 부럽지 않을 듯하다.



만재도는 먹거리가 지천이다



아침이 되자 걱정거리가 하나 생겼다. 남은 식량이라고는 달랑 라면 한 개. 섬에는 변변한 식당 하나 없고 슈퍼라고 불리는 곳이 딱 하나 있는데 그나마저도 주인이 목포에 나갔다고 한다.



섬 주민들은 아침이 되면 작은 어선을 나눠 타고 근처 섬들을 헤집어 엄청난 크기의 홍합과 다시마 등을 채취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오전 일이 끝나면 온종일 홍합 살 꺼내 놓는 일을 한다. 겨우내 주민들은 섬을 비웠다.



전복, 미역, 홍합 등을 거둬들여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겨울은 참으로 길고, 바다는 잠시 쉬어가자 했다. 목포 등에서 한 계절을 보내고 돌아오면 봄은 섬에 활력을 주고 그들의 어깨와 허리는 또다시 일상의 무게로 휘청이지만 그래도 벌이가 쏠쏠하니 입가에는 미소가 가득하다.



바다 가운데 멀리 떨어져 있어 ‘먼데도’라고도 불렸고, 재물을 가득 실은 섬, 해가 지면 고기가 많이 잡힌다 하여 만재도라 했단다. ‘1박 2일’에서 이수근이 낚싯대를 던지는 족족 생선을 낚으며 “잡았데이!!”를 외치던 그 방파제를 기웃거리다 바다에서 먹을 것을 얻어 보기로 작정하고 남쪽 해안으로 발길을 돌린다.



바위 틈을 살피다가 거북손 밀집 지역을 발견했다. 마을에서 보았던 것보다는 작지만 두 손가락 정도는 되는 크기이니 이것 몇 개라면 제법 훌륭한 요깃거리가 될 듯하다. 마땅한 장비가 없어 나이프 날이 무뎌지도록 긁고 또 손가락으로 파내보는데 여간 어려운 작업이 아니다. 자연은 거저 주는 법이 없다.



채취한 거북손은 일단 바닷물에 깨끗이 행구고 코펠에 물을 담아 버너에 올린 후 삶아낸다. 잘 삶아진 거북손의 도톰한 부분을 벗겨서 당기면 속살이 쑥 빠지는데, 맛은 전복과 소라의 중간 정도이며 부드럽고 쫀득한 것이 참으로 별미였다.



그리고 홍합 몇 개를 넣어 우려 낸 국물에 라면을 텀벙하고, 물통에 조금 남아 있던 사케를 데워 곁들이니 배도 얼굴도 몸도 후끈거리는 것이 세상 부러울 게 없다. 고깃배 하나가 앞바다를 가르는데 잔뜩 흐렸던 하늘이 금방 빗방울이라도 날릴것처럼 변한다.



서둘러 텐트를 걷고 주변을 정리한 후 마을 어귀 정자에 배낭을 기대 놓는다. 배 시간에 맞춰 방파제로 나오는 길, 만나는 분들마다 고개를 숙여 인사를 건넨다. 섬마을 사람들도 낯선이의 존재를 알고 있었던 듯.



“어젯밤 춥지 않았소? 벌써 간다요?” 밤사이 텐트가 바람에 날아가진 않을까 담 위로 고개를 내밀고 한 번씩은 살펴봐 주셨을까? 문득 마음이 먹먹해진다. 결코 잊히지 않을 또 하나의 추억을 만들고 그 감회에 젖어 촉촉히 돌아가는 길, 만재도엔 비가 내렸다.



글=강승민 여성중앙기자

사진=김민수(블로그 네임 아볼타, 캠핑 블로거 avoltath.blog.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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