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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도 모르는새 미국 범죄자 된 중소기업인

중앙일보 2015.03.21 22:29
국내 중소기업인이 자신도 모르는 새 범죄자가 돼 미국으로 압송돼 재판을 받게됐다.


법원, 본인 통보 없이 인도 요청 수용
우리가 요청한 미국 범인은 4년째 '재심 중'

21일 법무부에 따르면 이헌석(50) 한국터보기계 대표는 그를 수사해온 미국 검찰의 범죄인 인도 요청에 따라 우리 경찰에 의해 지난 1월 사기 미수혐의로 구속됐다. 이씨는 우연히 경찰서에 들렀다가 지명수배 명단에 오른 것으로 확인돼 붙잡혔다. 구속영장까지 발부된 상태였지만, 본인에겐 그 사실이 전혀 통보되지 않았다.



이씨는 2009년 미국 14개 주(州)에 폐수처리 기계 납품계약을 맺었다. 당시 미국은 경제부흥법(ARRA)에 따라 관공서에 자국 제품만 납품토록 했다. 이씨는 미국에 자회사를 차려 한국에서 절반 조립한 후 현지에서 완제품을 만들어 납품했다. 하지만 1년 뒤엔 제품 납기일에 쫓기다 일부 제품을 한국에서 완성한 뒤 '미국산'으로 표시했다 원산지 위조로 적발됐다. 이씨는 거액을 배상하고 미국 사업을 접었다.



이씨는 일단락된 줄 알았지만, 미국에선 그 뒤 수사가 별도로 진행됐다. 미국 연방 주검찰은 '납품 능력이 없으면서 계약을 체결했다'면서 사기 미수 혐의를 적용, 2011년 11월 한국 정부에 범죄인 인도요청을 했다. 법원은 2년이 지난 지난해 12월 구금인도 영장을 발부하면서도 이씨에게 통보하지 않았다. 범죄인 인도 결정은 단심제여서 한번 결정하면 뒤집을 수 없다.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인도 승인을 하면 이씨는 한달 내 미국으로 보내진다.



이씨의 대리인 이찬진 변호사는 "외국에서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 본국으로 도피했을 때 인도를 요청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라며 "한국에서 잘못을 저지른 이씨를 사법주권을 포기하면서까지 미국에 보내는 건 자국민 보호 원칙을 저버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법무부 관계자는 “절차상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수사당국의 인도 요청을 받은 1997년 한국인 대학생 살해사건(이태원 사건)의 용의자 아더 패터슨은 아직도 미국에 체류 중이다. 미국은 2011년 범죄인 인도 요청을 받아들였지만, 패터슨의 요청에 따라 재심을 진행하고 있다.



장주영 기자 jyj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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