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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주당 100시간 일하고 시급 16달러 … '월가의 장그래' 그들의 생존 투쟁

중앙일보 2015.03.21 00:06 종합 18면 지면보기
월스트리트는 한때 성공의 동의어로 여겨기지도 했다. [사진 부키]


영 머니

케빈 루스 지음

이유영 옮김, 부키

416쪽, 1만4800원




미국 뉴욕 맨해튼섬 남쪽의 월스트리트. 월가로 불리는 그곳은 한때 성공의 동의어였다. 세계경제를 파탄에 몰아넣은 미국발 세계금융위기 이후 월가는 추악한 욕망의 소굴로 전락했다. 투자은행과 헤지펀드 등에서 일하는 금융인은 ‘A급 전범’처럼 여겨졌다.



 그럼에도 욕망의 섬을 향한 젊은 인재의 발길을 막을 수는 없었다. 책은 ‘잔치가 끝난’ 월가에 첫 발을 내디딘 신입 애널리스트 8명의 ‘월가 생존 투쟁기’다. 뉴욕타임스 기자이던 저자가 심층 취재한 결과물이다.



 월가의 문턱은 높다. 8명의 신입은 아이비리그를 비롯한 미국의 명문대를 졸업하고 월가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높은 연봉과 세계경제를 좌지우지하는 한가운데 있다는 자부심이 그들을 월가로 이끌었다. 하지만 그들이 처한 현실은 기대와 비슷하면서도 또 엄청나게 달랐다.



 ‘젊은 월가맨’을 가장 괴롭힌 것은 ‘내 것인 듯 내 것 아닌 내 것 같은 삶’이었다. 1년차 애널리스트는 24시간 상시 대기요원이었다. 자신의 시간을 통제할 수 없었다. 애인과의 약속을 걸핏하면 깨야 했고 주말은 없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연봉 8만~15만 달러인 애널리스트의 시급은 16달러에 불과했다. 미국의 최저임금(시간당 7.25달러)의 배이지만 놀라울 정도는 아니다. 고액연봉자의 터무니없는 시급은 엄청난 근무시간 탓이다. 오전 9시에 출근해 다음날 오전 5시에 퇴근하는 ‘투자은행식 정규 근무(banker’s nine-to-five)’가 일상화됐다. 때문에 1년차 애널리스트가 주당 100시간을 일하는 것은 흔한 일이다. 각성제를 밥 먹듯 먹고, 술과 마리화나 등에 기대 하루하루의 고통을 잊어갔다.



 물론 고통만 있는 건 아니었다. 회사가 제공하는 각종 혜택은 마약 같았다. 경제적 능력의 측면에서 알파 계급인 월가 남성과 미모로는 상위권에 꼽히는 패션계 여성의 만남을 주선하는 ‘금융과 패션의 만남’은 격무와 스트레스의 한가운데 솟은 오아시스였다.



 돈과 삶의 질, 도덕성을 둘러싼 고민과 번뇌 속에도 이들은 살아남기 위해 분투한다. 하지만 ‘월가의 사다리’에 오를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사실상 비정규직이라 할 수 있는 ‘2년 계약 정규직’이었던 이들 중 일부는 무자비하게 사다리에서 걷어 차인다. 또 다른 일부는 ‘아즈카반’과 같은 투자은행을 박차고 나와 새로운 삶을 개척한다.



 결국 이 책은 월가라는 치열한 전쟁에 뛰어든 미생(未生)이 완생(完生)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이다. 월가에서 살아남았던지 아니던지 말이다. 긍정적인 것은 돈을 향해 달리던 ‘영 머니’들이 ‘월가 절대론’을 버리고 다른 쪽으로도 눈을 돌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첨언하자면 신입 애널리스트의 ‘빡세고 구린’ 나날 속에 월가의 이면을 들여다본 이 책도 월가의 치부를 드러냈던 『내가 골드만삭스를 떠난 이유』처럼 투자은행 지원자의 새로운 바이블에 이름을 올릴 듯하다.



하현옥 기자 hyuno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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