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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설마하다 39년, 대재앙이 된 에볼라

중앙일보 2015.03.21 00:05 종합 18면 지면보기
정체불명의 강력한 바이러스가 확산되는 재난을 그린 영화 ‘아웃브레이크’(1995). [중앙포토]


핫존 - 에볼라 바이러스

전쟁의 시작

리처드 프레스턴 지음

김하락 옮김, 청어람미디어

440쪽, 1만5000원




서아프리카에 유령이 배회하고 있다. 에볼라라는 유령이. 2013년 12월 기니에서 시작한 ‘서아프리카 에볼라 대유행’은 라이베리아·기니·시에라리온 3개국을 중심으로 인류사의 대참극을 연출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지난 17일까지 2만4778건이 발병해 1만231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에볼라 바이러스가 일으키는 에볼라 출혈열은 1980년대 초 에이즈가 인류를 습격한 이래 가장 높은 치사율을 보인다. 최근 들어 떨어지긴 했지만 초기에는 사망률이 90%나 됐다. 전염률은 더하다. 에이즈를 일으키는 인면역바이러스(HIV)에 감염되려면 HIV입자 1만 개 정도가 몸속에 침투해야 한다. 하지만, 에볼라는 단 하나의 입자만 혈류 속에 침투해도 치명적인 감염이 이뤄질 수 있다.



 이 바이러스는 76년 서아프리카 콩고민주공화국의 에볼라강 부근의 작은 시골병원에서 처음으로 확인됐다. 이후 적도 주변 지역에서 20여 차례 유행하며 한 번에 몇 명에서 200명까지 인명을 뺏어가기를 반복해 왔다. 이 책은 에볼라 바이러스가 아프리카에서 초기에 어떻게 발견되고 관리됐는지를 생생하게 전한다. 1980년 1월 케냐 서부의 설탕 공장에 혼자 사는 프랑스 사람 샤를 모네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모네는 여자친구와 숲에 다녀온 뒤 무지막지한 고열과 구토, 설사에 시달리다 세상을 떠났다. 그의 토사물이 몸이 묻은 나이로비 병원의 의사 무소케는 며칠 뒤 급격한 신부전 증상에 시달렸다. 정신을 잃은 그의 혈액 샘플은 남아프리카공화국과 미국에 보내졌다. 거기에서 에볼라의 사촌인 마르부르크 바이러스가 발견됐다. 이후 에볼라 바이러스와 인간의 투쟁이 이어진다.



 소설 형식의 논픽션이어서 흡사 영화를 보는 느낌으로 에볼라의 실체에 접근할 수 있다. 등장인물은 실제로 존재하거나 했으며, 사건은 정확한 사실이다. 사실, 이 무서운 에볼라를 소설 형식으로 들여다보는 것은 마음 편한 일은 아니다. 죽음의 냄새가 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바로 이를 직시해야만 에볼라 사태의 본질을 볼 수 있다. 에볼라는 바로 인간에게 닥치고, 인간이 겪으며, 인간이 책임져야할 실체적 진실이기 때문이다.



 중요한 사실은 인류가 에볼라의 존재를 확인한 지 이미 40년이 다 돼간다는 점이다. 그런데도 아직까지 믿을 만한 치료제도 백신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인류는 이 무서운 에볼라의 퇴치법을 왜 지금까지 찾지 못했을까? 지은이는 초기 연구자들이 치사율이 워낙 높아 옮길 틈을 주지 않고 감염자의 생명을 앗아가기 때문에 인류에 그다지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고 지적한다. 결국 오판과 방심이 인류사적 재앙으로 이어졌다는 지적이다.



미국 프리랜서 작가인 지은이는 1985년 미국 주간지 ‘뉴요커’에 에볼라 바이러스의 정체를 파헤친 르포기사를 연재했으며 이를 1994년 이 책으로 엮었다. 에볼라의 정체를 알기 쉬우면서도 정확하게 전달해 20년이 지난 지금도 미국에선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고 있다.



채인택 논설위원 ciimcc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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