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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람보르기니 사건이 '가·피공모' 보험사기라니 …

중앙일보 2015.03.21 00:03 종합 26면 지면보기
거제도 람보르기니 추돌사고를 보는 시민의 마음은 허탈하기 짝이 없다. 수리비 1억4000만원에 렌트비가 하루 200만원이라는 소문까지 나돌면서 사고를 낸 사람에게 동정이 쏟아졌다. 그런데 영화 같은 ‘대반전’이 벌어졌다. 아는 사람끼리 짜고 낸 사기극으로 밝혀졌다. 우리 사회에서 보험사기가 얼마나 대담하고 광범위하게 벌어지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사건이다. ‘가·피공모’라는 보험업계 용어가 있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공모를 통해 서로 역할을 나눠 교통사고를 일으킨 뒤 보험금을 타내는 수법이다. 이 말이 자주 쓰일 만큼 비슷한 유형의 보험사기가 다반사로 일어난다. 람보르기니 사례는 만연한 ‘가·피공모’의 한 사례에 불과하다.



 2010년 이후 5년간 보험사기로 적발된 금액만 2조원대에 이른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2012년 동기 대비 2200억원에서 2800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매년 8만 명 정도가 보험사기범으로 처벌받는다. 수법이 지능화·흉포화하는 것도 큰 문제다. 국제결혼 후 교통사고로 위장해 배우자를 살해하거나 모텔형 병원을 세워 조직적으로 수십억원대 사기를 벌이는가 하면, 이제는 SNS를 이용한 ‘가·피공모’까지 등장한 상태다.



 우리 사회는 보험금을 눈먼 돈으로, 보험사기를 보험사만 손해를 보는 대수롭지 않은 경범죄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다. 하지만 보험사기로 인한 피해는 선량한 가입자가 떠안을 수밖에 없다. 보험연구원이 2010년 추정한 결과에 따르면 보험사기로 흘러들어 가는 ‘검은’ 보험금은 한 해 3조4000억원이다. 이는 가입자에게 지급한 보험금 27조4000억원의 12%에 해당한다.



 보험사기는 사회에 끼치는 해악에 비해 지나치게 가벼운 처벌을 받는다. 재판에 넘겨져도 실형은 25%뿐이고 대부분 집행유예(65%)로 풀려난다. 미국의 일부 주는 보험사기죄를 별도로 두고 사기 예비음모까지 처벌한다. 독일도 보험사기는 징역형으로 엄하게 처벌한다. 람보르기니 사건 역시 이전 사례를 비춰보면 ‘솜방망이’ 처벌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공모자들이 경찰 수사를 받는다 해도 보험금 청구를 포기한 데다 온정적인 사법부의 관행에 비춰보면 벌금 150만원 전후의 처벌에 그칠 것이라 한다.



 이제 사법부도 보험사기를 좀 더 엄중하게 다루어야 한다. 금융당국의 허술한 단속 시스템과 턱없이 부족한 단속 인력 역시 보강돼야 한다. 입법부는 보험사기 관련 입법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할 때가 됐다. 형법에 보험사기죄를 신설하고 이에 맞게 시행령을 만들어야 보험사기를 효과적으로 단속·처벌할 수 있다. 이런 입법청원이 여러 차례 있었지만 법조인 출신 의원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기준법인 형법을 함부로 손대면 사법체계의 안정을 해칠 수 있다는 반대 근거를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람보르기니 가·피공모’에서 보듯 우리 사회의 보험사기에 대한 비뚤어진 인식을 덮어둘 단계는 지났다. 서민 경제와 사회 안전을 보호하기 위해서도 보험사기죄 신설은 충분히 고려할 만한 대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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