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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빅 데이터는 알고있다 … 당신의 커피 습관

중앙일보 2015.03.21 00:02 종합 20면 지면보기
상상하지 말라

송길영 지음, 북스톤

280쪽, 1만5000원




온라인 포털 사이트마다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코너가 인기다. 사람들이 관심 있게 보고 있는 키워드 순위를 매겨 놨는데, 제법 중독적이다. 절로 클릭하게 된다. 결국 연예인들 신변잡기만 잔뜩 보게 되지만 모르면 뒤처지는 것 같은 불안심리 때문에 어쩔 수 없다. 주변 사람들이 온라인에 남긴 족적의 순위를 보면서 현재를 파악하고 싶기 때문이다.



  요즘 많은 사람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비롯한 온라인에서 사람을 사귀고 대화하고 궁금증을 해결하며 논다. 하루에 생성되는 한국어 트윗이 500만 건이다. 다음소프트 부사장인 저자는 스스로 마음을 캐는 일(mind mining)을 한다고 소개한다. 빅 데이터를 관찰하고 분석해 사람을 이해하는 게 그의 일이다.



 저자는 유명 강사이기도 하다. 그가 분석한 빅 데이터를 마케팅에 활용하고 싶어하는 각종 기업의 러브콜이 쏟아진다. 그의 작업 프로세스를 들여다보자. ‘모바일 라이프스타일’을 분석해 마케팅 전략을 세우기 위한 프로젝트가 있다고 하자. SNS 상에서 총 118억 건의 글을 모아 사실과 맥락이 있는 문장을 추출해 ‘팩트 노트’를 만든다.



그리고 ‘팩트노트’를 해석하는 ‘인사이트 노트’를 만드는 게 다음 단계다. ‘아이폰의 이모티콘이 있어야 누텔라 커피의 맛을 표현할 수 있다’는 팩트노트의 글이 ‘세세한 감정을 전달할 때는 이모티콘이 필요하다’고 인사이트 노트에서 정리된다. 이런 작업을 거쳐 총 118억 건의 데이터에서 4개의 통찰을 건진다. 수많은 데이터를 분석해 대중의 모바일 라이프스타일은 이렇다고 객관화하는 방대한 작업이다.



 10여 년간 빅 데이터 분석 작업을 해온 저자는 제목처럼 “상상하지 말라”고 말한다. 대다수의 상상은 선입견에서 시작될 가능성이 크다. 상상보다 관찰이 필요하다. 강요하지 말고, 갑남을녀의 민낯(욕망)을 톡 건드리기만 하면 마케팅의 길이 열린다는 주장이다. 커피를 예로 들면, 데이터 분석 결과 한국 사람들은 통상 하루 세 잔의 커피를 마신다. 오전 9시, 오후 1시와 4시다.



그런데 3잔의 커피에 담긴 의미가 모두 다르다. 졸음을 깨기 위해(오전 9시), 대기업 사원증을 걸고 식후 회사 앞에서 과시하듯 테이크아웃 커피를 마시며(오후 1시), 후미진 커피숍에서 상사 욕하며 마신다(오후 4시). 카페 창업을 하려는 사람이라면 아침 9시 고객을 위해 자판기를 운영하고, 오후 1시 고객을 위해 외국계 브랜드 커피 프랜차이즈점을 내야 하며, 4시의 고객을 위해 으슥하고 아늑한 공간을 제공해야 한다. 저자는 “원료가 아니라 거기에 깃든 마음을 팔아야 한다”고 했다.



한편으로 저자는 “데이터는 만능이 아니다”고 강조한다. 데이터를 읽는 것은 결국 사람의 몫이다. 저자는 많이 관찰하고, 책도 많이 읽을 것을 주문한다. 저자가 데이터를 바탕으로 통찰한 요즘 세태의 단면을 적나라게 적시해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직접 빅 데이터를 다룰 수 없지만 세상 읽는 안목을 키우고 싶은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다.





[S BOX] 명절 직후 일주일 조심해야 하는 이유



각종 통계와 사회현상은 견고하든 헐겁든 다 연결돼 있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인과관계를 이해하면 어떻게 살아야 할지 삶의 방향이 보인다. 저자가 제시하는 명절 이혼 피하는 법은 이렇다. 데이터 분석 결과 아내들은 명절이 오기 한 달 전부터 명절이 싫다고 하소연한다. 스트레스 지수가 쭉쭉 오르다 추석 이틀 전 터진다. 추석 전날에는 시댁에 가야 하니 남편과 단둘이 있는 마지막 기회기 때문이다.



 이후 추석 다음날 한 번 더 터진다. 남편의 경우 명절 전까지 꾹꾹 참지만, 명절이 지나고 나면 추석 차례라는 목적을 달성했으니 더 이상 아내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 그래서 싸우게 된다. 해법은 이렇다. 이혼을 피하고 싶다면 명절이 끝났다고 경거망동할 게 아니라 그 후로도 일주일 정도는 부부 모두 조심해야 한다는 것. 저자는 말한다. “전체 맥락을 보면 그 사람이 어떤 상태에 있는지 알 수 있는데 왜 상처를 자초하는가.”



한은화 기자 on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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