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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버지니아 울프와 그 언니, 그들 사이에 어떤 일이

중앙일보 2015.03.21 00:02 종합 20면 지면보기
그녀들의 방

수전 셀러스 지음

강수정 옮김, 안나푸르나

320쪽, 1만2800원




두 차례의 세계대전과 그 사이에 낀 스페인 내전. 그야말로 격동의 시기였던 지난 세기 전반을 치열하게 살다 간 천재 예술가 자매의 일생을 그린 소설이다.



 버지니아 울프(1882∼1941)와 바네사 벨(1879∼1961). 동생 울프는 아일랜드 작가 제임스 조이스와 함께 ‘의식의 흐름’이라는 모더니즘 기법의 선구자로 유명하다. 화가였던 언니 벨의 행적은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다. 소설은 언니 바네사 벨의 시점에서 울프의 삶과 사랑, 예술적 성공을 재현한다. 그렇다고 무게 중심이 울프 쪽으로 기울지도 않는다. 벨의 인생과 내면묘사에도 힘을 기울이는데, 그게 결과적으로 울프를 더 입체적으로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두 사람은 여러모로 당대를 떠들썩하게 했다. 우선 케인스, T S 엘리엇 등이 관여했던 전설적인 지식인 모임인 ‘블룸즈버리 그룹’의 멤버였다. 언니 벨의 남성 편력은 유명했다. 혼외자식을 데리고 살았다. 자매의 동성애 성향도 어느 정도 알려졌을 듯싶다. 울프가 문학사에 길이 남을 예술적 성공을 거둔 것은 그런 다양한 관계의 소용돌이 한복판에서였다. 골방에서 자폐적으로 이뤄진 게 아니었다.



 알려질 대로 알려진 얘기를 새롭게 하기 위해 저자는 평생에 걸친 자매의 애증의 감정에 주목한다. 둘은 어려서는 부모의 사랑을 독차지하기 위해, 자라서는 뜨거운 이성의 사랑과 행복한 결혼생활을 두고, 예술가로서의 자의식이 생긴 이후부터는 자기 분야에서의 성공을 위해, 경쟁하거나 시기하고 때론 겸허하게 상대방을 축하한다.



 어떤 면에서는 예술적 ‘공범’ 관계였다. 삶에서 소재를 찾을 수밖에 없는 울프가 가족 얘기를 쓰는 것에 대해 벨은 불편해하면서도 어느 정도 인정한다.



 저자는 소설 문장을 경제적으로 운용한다. 가령 강물에 뛰어들어 자살한 울프의 마지막을 시시콜콜 묘사하지 않는다. 건조하게 사고 소식과 벨이 받은 충격을 드러낼 뿐이다. 그런 덤덤함이 오히려 뭉클함을 증폭시킨다. 삶과 예술, 어느 하나도 양보할 수 없었던 뜨거웠던 이들의 일생이 한 손에 잡힌다. 단정한 문장은 읽는 맛을 더한다. 찬찬히 곱씹어 음미할 것을 권한다.



신준봉 기자 infor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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