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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경의 남자를 위하여] 성 중독의 세 단계

중앙일보 2015.03.21 00:02 종합 24면 지면보기
김형경
소설가
동년배인 그는 자신이 한때 성 중독자였다고 말해 주었다. 우리 세대가 젊음을 쏟았던 이상이 무위로 돌아간 후 우울감에 휩싸였던 30대 중반 그는 은밀히 성 중독이 되어 갔다. 제도권으로 편입해 사회생활을 시작했지만 좌절감과 죄의식에 늘 마음이 무거웠다. 처음에는 퇴근 때마다 매춘거리를 찾았는데 나중에는 점심시간에도 그곳에 들렀다. 그런 후 다시 좌절과 죄의식을 감당해야 했지만 그것 말고 어떻게 그 시간들을 건너야 하는지 알지 못했다.



 심리학자 패트릭 칸스는 성 중독을 세 단계로 구분한다. 1단계는 외도와 매춘, 포르노그래피를 동반하거나 동반하지 않는 강박적 자위행위, 적극적으로 성 상대를 물색하러 다니는 행위 등이 포함된다. “남자라면 누구나 그 정도는 하지 않나?”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알코올에 의존적인 우리 사회가 다같이 알코올에 관대하듯 감정과 정서 영역의 문제를 성으로 치환시켜 해결하는 우리는 성 윤리에 대해서도 아량이 넘친다. 성 중독 2단계에는 관음증·노출증·음란 전화·음란 행위 등이 포함되고, 3단계는 근친상간·성추행·성폭행 행위가 해당된다. 2단계와 3단계 성 중독 행위는 반드시 희생자를 만들며 법적 처벌이 따른다. 특히 3단계 행위는 피해자에게 주는 고통이 심하기 때문에 법적 처벌도 무겁다.



 우리가 성과 관련된 범죄를 말할 때 외면하는 것이 성 중독 문제다. 전문가들은 성 범죄 배경에는 반드시 성 중독 증상이 자리 잡고 있다고 의견을 모은다. 다른 종류의 중독처럼 성 중독도 상실과 슬픔, 불안과 분노의 문제를 잘못된 대상에 의존해 해결하는 습관에서 비롯된다. 이따금 뚜렷한 심리적 외상이 없음에도 강박적 외도 습관이나 성 추행의 충동 때문에 고통 받는 이들이 있다. 그들은 성 범죄 피해자인 어머니를 두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미국 심리학자 존 브래드쇼는 설명한다. 성 충동과 관련해 어머니가 해결하지 못한 불안과 분노가 자녀의 내면으로 스며들면 그 자녀는 성인이 된 후 성과 관련된 충동 조절에 어려움을 느끼게 된다.



 한때 성 중독을 경험했던 지인은 결혼 후 증상이 완화되었다고 한다. 안정된 애착관계를 맺고 새로운 삶의 의미를 찾았기 때문일 것이다. 성 상대를 물색하는 인터넷 사이트가 논란이 되고 있다. 정작 그 사이트 개설자는 외도를 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물을 쳐놓고 타인들의 주머니와 영혼을 털려는 사람보다 더 나쁜 것은 성 중독의 문제를 덮어두려고만 하는 우리 자신일 것이다.



김형경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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