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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맘 다이어리] 워킹맘에게 둘째 아이는 한숨?

중앙일보 2015.03.21 00:02 종합 25면 지면보기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고 란
국제부문 기자
사과 먼저 하겠다. 이 땅의 모든 난임 부부들에게.



내 개인적으로는 ‘임신이 가장 쉬웠어요’다. 첫째 때는 임신한 줄도 모르고 12주를 보냈다. 생리가 끊긴 건 스트레스 과다로 인한 일시적인 무월경 현상인 줄 알았다. 입덧은 음주 후유증이라고 생각했고. 이상하다 싶어 병원을 찾았을 때 첫째는 이미 사람의 형상을 하고 배 속에 있었다.



 워킹맘에겐 하나도 버겁다. 성급하게 둘째 계획을 묻는 질문엔 “생각 없다”고 빛의 속도로 답했다. 그런데 돌쟁이 첫째를 친정 엄마에게 맡기고 부부끼리만 여행을 다녀온 게 새로운 시작이었다. 생리 날이 돼서도 소식이 없었다. 설마 하는 마음으로 임신 테스트를 했다. 진한 두 줄. 하나 더 사서 검사했다. 역시 두 줄.



 임신을 하면 응당 축하를 받아야 하련만 한숨부터 나왔다. 그야말로 ‘멘붕(멘털 붕괴)’이었다. 그날 밤, 쉬이 잠이 들지 않았다. 역시 뒤척이는 남편에게 “그러면 안 되는데 자꾸 딴생각이 든다”고까지 말했다.



 다음 날 병원에 가서 둘째의 심장 소리를 들으니 차마 ‘딴생각’은 할 수 없었다. 다음 플랜을 마련해야 하는데 대책이 없다. 돈은 차치하고서도 답이 없다. 남편도 “이제 내 인생은 없는 거네”라고 말했다. 공부를 더 하고 싶어도, 회사를 나가고 싶어도 이제는 그럴 수 없다는 거다. 애도 안 낳는 남편이 이럴진대 임신·출산의 당사자인 나는 오죽하겠는가. 임신 테스트기의 두 줄을 보는 순간 머릿속에 떠오른 건 ‘커리어 끝’이라는 선고였다.



 회사에도 아이 둘을 둔 워킹맘 선배들이 있기는 하다. 그렇지만 내가 입사한 이후 회사를 그만둔 여자 선배들은 아이가 둘 이상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런 선배들이 퇴사할 때마다 ‘워킹맘에게 둘은 불가능하다’는 건 사실명제가 돼 갔다.



 다들 말한다. 외둥이에게 가장 큰 선물은 형제라고. TV에는 둘도 모자라 삼둥이까지 키우는 모습이 비쳐진다. 그건 어디까지나 TV 속 판타지 월드다. 아무리 육아에 최선을 다하더라도 샐러리맨 부부에겐 한계가 있다. 샐러리맨 남편에, 평범한 직장에 다니는 우리 같은 워킹맘들에게 임신과 출산은 큰 벽이다. 그런 벽을 두 번 오르다간 지쳐 나가떨어지기 십상이다. 초저출산에 맞서 ‘애국(愛國)’하기란 말처럼 쉽지 않다.



 노르웨이처럼 여성 임원 비율이 40%에 육박한다면? 스웨덴처럼 육아휴직 수당이 1년 넘게 나오고 남성도 반드시 90일 이상 육아휴직을 써야 한다면? 그렇게 되면 둘째뿐 아니라 셋째까지 생각하는 워킹맘도 흔해질 것 같다.



 ps. 복직하자마자 알게 된 둘째의 존재를 밝히기가 두려웠습니다. 그간 본의 아니게 거짓말을 했네요. 죄송합니다. 그리고 둘째야, 엄마가 미안해.





고란 국제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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