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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르윈스키가 말하는 '온정적 인터넷'에 주목한다

중앙일보 2015.03.21 00:02 종합 26면 지면보기
미국 백악관의 전 인턴 모니카 르윈스키가 그제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린 TED 콘퍼런스에 강연자로 나선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빌 클린턴 당시 미 대통령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어 1998년 그를 탄핵 위기로 몰고 갔던 ‘르윈스키 스캔들’의 장본인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전 세계 지식인이 모여 창조적·지적 아이디어를 토론하는 현장에서 르윈스키가 인터넷 폭력에 맞서는 ‘사회운동가’로서 활동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는 ‘사이버 폭력의 폐해’라는 강연에서 부적절한 스캔들 자체보다는 익명의 비난, 인격 모독 등 개인적인 경험에 초점을 맞춰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바로 자신이 “인터넷으로 평판이 완전히 파괴된 첫 희생자”였기 때문이다. 일반인도 직·간접적으로 인터넷 폐해를 겪고 있는데 하물며 세계적인 성추문의 당사자는 말할 것도 없다.



 98년 르윈스키 스캔들을 밝혀낸 특검 검사 케네스 스타가 사건 전모를 담아 펴낸 ‘스타 보고서’는 인터넷 이용자들의 ‘관음증’ 대상이 됐다. 이 때문에 인터넷이 급속도로 보급되는 효과가 있긴 했다. 하지만 인터넷이 진실보다 말초적인 스캔들에 집중하고, 사생활 보호보다 익명성 뒤에 숨어 인격 살인까지 서슴지 않는 ‘사이버 디스토피아’가 되는 계기로 작용한 것도 사실이다. 르윈스키의 말처럼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인해 망신 주기가 하나의 산업이 됐으며, 클릭 수는 곧 돈으로 이어지는” 상황은 지금도 여전하다. 생산적인 공간이 될 수 있는 인터넷을 이런 아수라장으로 방치해선 곤란하다.



 우리는 르윈스키가 대안으로 내놓은 ‘온정적인 인터넷 사회’에 주목한다. 인터넷 이용자들이 남을 더 배려하고, 개인에게 상처를 줄 수 있는 글·사진을 마구 올려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인터넷을 더욱 따뜻하고 인간적인 공간으로 가꾸는 일은 우리 모두가 노력하기에 따라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전 세계가 ‘인간 배려’의 인터넷을 만들기 위한 지혜를 모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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