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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Talk Talk] 키프로스서 온 불륜 메시지

중앙일보 2015.03.20 00:01 경제 8면 지면보기
심서현
디지털콘텐트부문 기자
간통죄 위헌 판정에 수혜를 본 업종은 무엇일까요? ‘콘돔회사다’ ‘아웃도어 의류 업체다’ 등 농담 같은 얘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웃은 이는 따로 있습니다. 기혼자용 온라인 데이트 사이트인 ‘애슐리매디슨’이라는 곳입니다.



 46개국 3000만 명 이상의 회원을 보유했다는 애슐리매디슨 웹사이트의 공식 슬로건은 ‘인생 짧아요, 바람 피워요’ 입니다. 가입할 때 사진·키·몸무게·나이 등을 입력하고, 서로의 프로필을 보고 메시지를 보내거나 채팅 신청을 합니다. 메시지나 채팅 이용 시 요금을 매겨 돈을 버는 사이트죠.



 지난해 4월 한국에서도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곧바로 접속이 차단됐습니다. ‘간통을 방조한다’는 이유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내린 조치였죠. 그런데 간통죄 폐지로 사이트를 막을 법적 근거가 사라진 겁니다. 지난 10일부터 차단이 해제됐고 접속이 가능해졌습니다. 하지만 그 다음날인 11일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됐습니다. ‘가정해체를 조장하는 내용’을 담은 사이트를 규제하는 법입니다. ‘개인 자유’냐 ‘가정 보호’냐, 논쟁은 끝이 아닌 거죠.



 하지만 개인 자유를 이유로 애슐리매디슨을 옹호하는 분들도 이건 모르셨을 걸요? 애슐리매디슨은 e메일 주소 같은 회원 정보를 제3자에게 판매할 수 있습니다. 사업 분야를 매각하거나 인수·합병이 이뤄질 때도 회원정보를 같이 팝니다. 회원은 어떤 경우에도 회사 상대로 집단소송을 할 수 없습니다. 개인정보가 유출돼 손해를 입었더라도 회사나 직원을 대상으로 어떤 종류의 법적 책임도 물을 수 없습니다. 사이트 내 유료포인트를 다 쓰면 직전의 결제수단으로 자동으로 반복 구매가 이뤄지며 환불은 안 됩니다.



 그런 법이 어딨냐고요? 이거 다, 약관에 적힌 내용입니다. 가입자는 이미 약관에 동의한 것으로 되어 있고요. 탈퇴할 때 내는 ‘이용 흔적 삭제 수수료’ 19달러는 여기 비하면 약과네요.



 결정적으로, 이 서비스의 기반은 키프로스공화국입니다. 키프로스는 다국적 기업들이 선호하는 조세피난처 중 하나죠. “이 약관은 법률 저촉원칙에 상관없이 키프로스 국내법에 따라 해석된다”고 적혀 있네요. 쉽게 말해 ‘너네 나라 법 적용 안됨’인 거죠. 법적 중재가 필요한 경우 모든 절차는 키프로스 법원에서 진행된다고도 적어 놓았군요. 가입하신 분들, 어쩌죠. 대한민국 법은 여러분을 지켜드릴 수 없을 것 같네요.



심서현 디지털콘텐트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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