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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북적한 세부·푸껫 가니? 난 한적한 보홀·카오락 간다

중앙일보 2015.03.20 00:01 Week& 4면 지면보기



동남아 신흥 휴양지















한국인에게 동남아시아는 ‘현실적인 천국’이다. 비행기로 4~6시간만 날아가면 마주할 수 있는 열대 낙원이다. 3박5일·4박6일 여정이 대부분인 동남아 여행은 1년 휴가 일수가 평균 6일에 불과한 우리네 형편과 잘 맞아떨어진다.



1989년 해외여행 자유화 조치 이후 동남아가 가장 친숙한 해외여행지가 됐던 까닭이다. 지난해에도 인천공항에서 출발한 비행기 4대 중 1대가 동남아로 향했다.

이제 한국인에게는 필리핀보다 세부가, 태국보다 푸껫이, 인도네시아보다 발리가 더 익숙하다. 통계가 증명한다. 지난해 필리핀을 찾은 한국인 10명 중 4명이 세부(약 40만 명)로 몰려갔고, 태국 여행객 30%(약 30만 명)의 행선지가 푸껫이었다.



인도네시아는 아예 한국인 방문객의 절반이 발리(약 15만 명)에 들어갔다. 그러다 보니 문제가 생겼다. 동남아 휴양도시인 줄 알고 갔는데, 식당마다 한국어가 들리고 거리마다 한국인과 부딪친다. 최근에는 중국인이 부쩍 늘어 동남아의 유명 휴양지는 북새통이 됐다. 그렇다고 동남아 여행이 한물 갔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아직도 동남아에는 한국인의 발길이 덜 미친 여행지가 수두룩하다.



여행사·항공사·여행작가·관광청 등 여행 전문가가 추천한 동남아의 신흥 명소를 소개한다. 조만간 세부·푸껫·발리 만큼 익숙해질 이름이니, 미리 익혀두시라.









베트남 다낭(Danang)

5시간 만에 만나는 낙원



베트남 다낭에는 모래 해변이 약 20㎞ 이어져 있다. [사진 인터컨티넨탈 다낭]




베트남은 인도차이나반도 동쪽 끝자락에 있다. 국토가 남북으로 뻗은 덕분에 해안선이 무려 3444㎞에 달한다. 길쭉한 베트남 해안선의 딱 중간에 위치한 도시가 다낭이다. 베트남 여행 가이드북 『프렌즈 베트남』의 저자 안진헌씨가 베트남에서 가장 주목해야할 여행지로 꼽은 곳이다.



“다낭은 20㎞에 달하는 모래 해변을 끼고 있습니다. 베트남전 당시 미군 해병사단 사령부의 주둔지였다는 역사 때문에 여행객이 찾아오는 도시가 아니었습니다. 5년 전부터 베트남 정부가 다낭을 관광도시로 육성하면서 분위기가 반전됐습니다.”



다낭 해변을 따라 고급 호텔과 리조트가 들어선 것도 그때부터였다. 2012년 3800개에 불과했던 3~5성급 호텔 객실이 2014년 7800개로 갑절 이상 늘었다. 다낭에서 웬만한 호텔은 지은 지 채 5년이 안 됐다고 보면 된다.



특히 고급 숙소를 선호하는 신혼여행 커플의 반응이 뜨겁다. 내일투어 김영미 대리는 “2013년 2개에 불과했던 다낭 여행상품이 올해 17개로 늘었다”면서 퓨전 마이아(2011년 개장), 나만 리트리트(2015년 개장) 등 신규 풀빌라를 인기 숙소로 꼽았다. 풀 빌라를 이용할 경우 3박5일 자유여행 상품이 1인 130만 원부터 시작한다.



다낭은 푸껫(6시간30분)·발리(7시간) 등 동남아 여행지보다 비행거리(5시간)가 짧아서 어르신도 부담 없이 여행할 수 있다. 공항에서 시내까지 자동차로 10분밖에 걸리지 않는 것도 장점이다.



비행기도 가격대와 스케줄에 맞춰 골라 탈 수 있다. 2011년 아시아나항공을 시작으로 대한항공(2012년)·베트남항공(2013년)까지 인천~다낭 노선을 연달아 취항했다. 여기에 저가항공도 가세한다. 에어부산은 다음달 9일 부산~다낭 노선 첫 취항을 앞두고 있다. 여행박사 심원보 팀장은 “항공 공급이 수요를 따라올 수 없을 만큼 다낭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며 “서울뿐 아니라 부산에서 직항이 취항하면 다낭의 인기가 더 뜨거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태국 크라비(Krabi)

유러피안의 은밀한 휴양지



해양국립공원으로 지정된 태국 크라비 앞바다. [사진 태국정부관광청]




지난해 태국을 여행한 한국인은 109만 명이다. 하나 행선지는 일부 도시에 집중돼 있다. 태국을 방문한 한국인의 90%가 방콕·파타야·푸껫에만 들렸다 나온다. 1년에 한국인 100만 명이 넘게 찾아가는 나라지만, 이 3개 도시를 제외하면 한국인에게 태국은 생소한 이국일 따름이다.



태국 남부의 해양도시 ‘크라비’도 낯선 이름이다. 그러나 유럽에서는 이미 유명한 곳이다. 크라비는 유럽 배낭여행족 사이에 말레이시아를 거쳐 태국 중북부 지역으로 향하기 전에 들르는 중간 체류지로 통한다.



“크라비 앞바다는 태국 정부가 지정한 해양 국립공원입니다. 바나나보트나 제트스키를 탈 수 있는 바다가 아닙니다. 시끌벅적한 ‘워터파크’ 같은 여행지와 달리 평온한 휴식을 누릴 수 있지요.”



태국정부관광청 한송이 매니저는 “크라비 여행객의 70% 이상이 유러피안이어서 지중해의 한적한 휴양지를 찾아온 것 같은 기분이 들 것”이라며 추천했다. 조용한 한 때를 보내길 원하는 신혼여행자나 커플 여행객에게 제격이라는 뜻이다.



우리나라와 크라비 사이의 정규 노선은 없다. 대신 여행사가 종종 크라비 전세기 상품을 판매한다. 여행사와 항공사가 계약을 맺어 인천~크라비 직항 노선을 한시적으로 띄우는 식이다. 6시간30분 거리다. 지난해 인터파크투어가 태국 저가항공 비즈니스에어를 타고 가는 크라비 전세기 상품을 선보인 바 있다.



인터파크투어 신용석 과장은 “푸껫 상품보다 1인당 20만~30만원 가격이 높았지만 탑승률이 무려 97.5%를 기록했다”고 소개했다. 인터파크투어는 올해 태국 저가항공인 아시아애틀랜틱항공을 이용한 전세기 상품을 준비 중에 있다. 하나투어도 아시아나항공을 이용한 크라비 상품을 5~6월 선보일 예정이다.



전세기가 아니라면 방콕을 경유해 태국 국내선을 타고 가는 방법이 있다. 방콕에서는 비행기로 1시간30분 걸린다. 4~5성급 호텔을 이용하려면 3박5일 일정에 1인 90만원 정도 예산을 잡아야 한다.





필리핀 보홀(Bohol)

온 가족 생태 휴양지



독특한 풍광을 자랑하는 필리핀 보홀. 사진은 보홀의 초콜릿언덕. [사진 필리핀관광청]




필리핀은 7107개 섬으로 이루어진 나라다. 그중에서도 안락한 숙박시설을 충분히 갖추고 있으면서 아직 관광객의 손이 덜 탄 섬을 찾는다면 보홀이 정답이다.



지난해 필리핀을 여행한 우리나라 관광객은 무려 117만 명에 이르렀다. 필리핀을 찾는 한국 여행객 대다수는 ‘리조트 휴식형’ 여행자다. 세부·보라카이의 대형 리조트에서 물놀이와 식사를 한 번에 해결한다. 필리핀을 여행했다기보다 리조트를 구경했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 법하다.



반면 보홀은 리조트 바깥에 즐길 거리가 많다. 필리핀관광청이 어린 자녀를 둔 가족 여행객에게 보홀 여행을 추천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보홀 앞바다는 아이들이 안심하고 놀 수 있을 만큼 얕습니다. 또 아이와 부모님이 함께할 수 있는 체험거리가 다양하지요. 보홀에만 서식하는 안경원숭이(타르시어·사진)를 볼 수 있고, 3~6월에는 돌고래를 관찰할 수 있습니다.”



보홀이 세부와 가깝다는 점도 유리하게 작용한다. 우리나라에서 보홀까지 직항은 없지만 세부에서 1시간30분 정도 배를 타면 들어갈 수 있다. 세부까지 비행시간은 4시간30분이다. 인천에서 세부까지는 하루에만 비행기 7편이 운항한다. 필리핀항공이 하루 2편,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이 하루 1편씩 띄운다. 여기에 세부퍼시픽·진에어·제주항공 등 저가항공까지 뜬다. 항공사 사이의 경쟁이 심한 노선이어서 프로모션 기간을 노리면 1인 20만원 미만에 비행기 티켓을 예약할 수도 있다.



세부퍼시픽 김상은 부장은 “기존 세부의 수요에 보홀의 인기가 더해지면서 지난해 인천~세부 노선 탑승률이 80%를 웃돌았다”며 “보홀에도 직항이 뜰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고 밝혔다. 보홀 3박5일 여행상품 가격은 어른 1인 90만원, 어린이 1인 70만원 선이다.





태국 카오락(Khaolak)

푸껫의 대체 여행지



세부·푸껫·발리가 동남아의 전부는 아니다. 여유로운 한때를 보낼 수 있는 한적한 낙원이 동남아 곳곳에 숨어 있다. 조용한 휴양지로 주목받고 있는 태국 카오락.




물밀듯이 밀려드는 요우커(遊客·중국인 관광객)는 푸껫까지 집어삼켰다. 2013년 푸껫을 찾은 요우커는 94만 명. 전체 여행객의 30% 수준이었다. 같은 기간 한국인 여행객도 27만 명에 이르렀다. 중국인과 우리나라 여행객이 주로 이용하는 숙소가 겹치는 탓에 “푸껫에서 한국말과 중국말만 듣다 왔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푸껫 바로 옆에 기막힌 휴양지가 숨어있다. 푸껫섬 북부지역과 다리로 연결된 팡아(Panga)만 지역의 해안도시 ‘카오락’이다. 푸켓공항에서 자동차로 1시간이면 닿는다. 얕은 바다와 기암괴석이 어우러진 자연환경이 푸껫과 똑 닮았다.



하나투어 안선미 과장은 “왁자지껄한 밤 문화와 쇼핑을 즐기고 싶은 여행자에게는 푸껫을, 번잡한 도심을 벗어나고 싶은 여행자에게는 카오락을 추천한다”고 설명했다. 5성급 리조트에서 숙박하는 카오락 3박5일 상품은 1인 70만원 정도다. 푸껫까지 비행시간은 6시간30분이다.



카오락은 ‘시밀란(Similan)’ 여행을 동반할 수 있어 더 매력이 있다. 시밀란은 9개 섬이 모인 군도로 태국 왕실이 소유하고 있는 섬이다. 카오락에서 출발하면 스피드보트로 1시간 안에 도착한다.



태국 여행자 커뮤니티 ‘태사랑’의 운영자 안민기씨는 모험을 좋아하는 젊은 여행자에게 시밀란 1박2일 여행을 권했다. 안씨는 “번듯한 호텔이 없어 텐트에서 잠을 청해야 하는 불편한 여행지이지만 아무도 없는 새벽에 태국에서 가장 깨끗한 바닷가를 홀로 거니는 기분은 평생 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밀란은 11~4월에만 여행객 출입을 허가하고 있다. 나머지 기간에는 파도가 높아 접근이 어려우니 여행 시기를 잘 맞춰야 한다. 시밀란 1박2일 여행은 현지 여행사를 통해 1인 4500바트(16만원) 선에서 예약할 수 있다.





양보라 기자 bor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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