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는 흉기 습격 사건으로 수술받은 직후 트위터에 한글로 ‘같이 갑시다’를 썼다. 한국전쟁 때 백선엽 장군이 맥아더 장군에게 한 말이라는 ‘전설’이 깃들어 있는 표현이다. 3년 전 방한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한국외대에서의 강연을 “같이 갑시다”로 마무리했다.
미국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도입을 권하고, 중국은 “잘 생각해 보라”고 우리에게 으름장을 놓는다. 양국의 고관들이 경쟁적으로 서울로 날아온다.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가입 건에는 그 반대의 압박이 가해졌다. 미·중 양국이 양쪽에서 서로 팔을 잡아당긴다.
‘같이 가지 않을 때 겪는 일’을 중국이 우리에게 살짝 보여준 적이 있다. 2000년 한국이 농가보호 차원에서 마늘에 긴급관세를 물리자 중국은 휴대전화와 폴리에틸렌에 수입 제한 조치를 내렸다. 한국은 한 달 만에 백기투항했다. 그때 한국의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율은 11%였다. 지금은 25%다. 중국은 2008년 니콜라 사르코지 당시 프랑스 대통령이 달라이 라마를 만나자 항공기 등의 구매 계획을 유보시켰다. 사르코지는 결국 유감을 표명했고, 중국은 통 크게도 여객기 102대를 한 번에 사줬다. 영국의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도 2012년에 비슷한 일을 겪었다. 이 두 나라는 최근 재빨리 AIIB 동참 의사를 밝혔다.
팔목 낚아채 끌고 가는 것은 진정한 동행이 아니다. 친구라면 이해하고 기다릴 줄도 알아야 한다. 미·중 양국에 장쩌민 전 주석이 즐겨 낭송한 소동파 시의 한 대목을 전해 주고 싶다. ‘인생엔 슬픔과 기쁨, 헤어짐이 있고/달에는 흐림과 맑음, 참과 기울어짐이 있으니/이는 예부터 온전하기 어려웠네/다만 원하니 인생 오래오래 이어져/천리 먼 곳에서도 저 달을 함께 보기를(人有悲歡離合, 月有陰晴圓缺, 此事古難全, 但願人長久, 千里共嬋娟).’
이상언 사회부문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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